싫어

by 백승권

감정이 표현이라면

표현의 억제는 단절


무엇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얻게 된 행복은

그것을 선택하는 순간 사라지고


어떤 세계에 살지 않은

이유로 갖게 된 행운은 그곳에

머무는 순간 불운이 되고


세상엔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어렵게 꺼내는


정말 결정적인 순간의

몇 가지 조언을 가장한

애원이 있는데


대부분 통하지 않고

직접 겪는 순간 깨닫게 되며

그때는 돌이킬 수 없어요


새로운 행복을 얻고

지나간 행복을 영영 상실해요


어떤 이들은 지나간 행복을 추억하며

현재의 행복을 선택한

과거의 결정을 후회하기도 하며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지만 아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고

탓할 수도 없어서


우리는 언제까지

(아니) 저는 언제까지

당사자에게조차 보이지 않는

마음을 정확히 짐작하려는 게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언젠가 마이크는 꺼지고

텅 빈 무대는 어두워지고

발을 헛디뎌 넘어져도 모르죠


평균이 되는 건 쉬워요

남들과 같은 선택을 하면 되니까


한국사람이 되는 건 쉬워요

한국사람처럼 살면 되니까


보이지 않아도 길은 많겠죠

직접 보고 듣고 가지 않은 길 중


다만 당신이

남들과 같은 지점에서 넘어지게 될까 봐

우리는 늘 같이 걷지 못하니까

내가 못 일으켜줄까 봐

아니 그럴 테니까


솔직히 그게 너무 싫고 견딜 수 없어요





https://walkerart.org/calendar/2021/david-hockney-people-places-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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