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고양이와 우리의 하루

홍상수 감독. 우리의 하루

by 백승권

우리는 우리를 잃어버린 줄 알았지만

우리는 우리 중 일부의 주변을 맴돌다가

우리는 우리 중 일부에 의해 돌아와요


늘 평화롭게만 보이던 우리의 하루에서

우리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만큼

광기에 휩싸일 때가 없었어요

괴성을 지르고 개처럼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어요

정신이 나가 있었고 우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신 역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어요

우리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500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지불할 수 있었어요

만약 범죄자가 우릴 위협하며

그 이상의 돈을 요구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다 줬을 겁니다


우리와 우리가 영영 살 거라는 생각을 해봤을까

그건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어요

우리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을 빼앗길 수 없었고

우리를 세상 어느 다른 곳에서 데려다 놓을 수 없었어

우리는 오로지 우리의 것이어야 했어요

우리는 우리의 독점 안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했어


식물을 사랑하고 잠시 방황 중인 배우(김민희)와

배우가 되고 싶어 방황하는 사람(박미소)과

배우를 지인으로 두고 있는 사람(송선미)과

술과 담배를 끊은 시인(기주봉)과

시인의 다큐를 찍는 학생(김승윤)과

시인에게 진리를 캐묻는 학생(하성국)과

우리를 찾아준 사람 중


우리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고

가장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 같았어요

나머지 역시 사람 같았지만

우리를 찾아준 사람을 제외하고

정상인을 연기하는 사람 같았고

그래서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어


어색한 가면을 쓰고 어색한 말투를 쓰며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감추고

상대가 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

진실과 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오직 우리를 잃어버린 사람만이

우릴 제발 찾아달라고 광분하며

간절한 움직임과 목소리로

공기를 찢고 땅을 울리고 있었어

우리를 잃어버린 사람은 신발장에

여러 색의 신발 여러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었어요


저런 사람에게 우리가 사라지는 일은

우주의 질서가 붕괴되는 충격과 공포였을지도 몰라요

받아들일 수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사람은 종종 감당할 수 없는 위기를 끌어안고

세상 편안한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지만

급작스러운 상실은 진실의 껍질을 벗기고

우리는 언제든지 사라지거나 훼손되거나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릴 수 있어요


우리의 하루는 평화가 아니야

공포를 숨기고 애써 외면하는 위장된 시간


우리가 고양이라면 그리고

우리라는 고양이의 눈에는

우리가 우리의 하루가 어떻게 보일까

우리는 실제로 고양이

우리의 하루에서 우리는 고양이야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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