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들, 70살 재벌의 냄새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그때 그들

by 백승권






돈은 권력이다. 권력이 돈일 수도 있지만 늘 돈이 되는 건 아니라서 돈이 권력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쉽다. 자수성가로 세상의 정상에 오른 자에게 돈과 권력은 기꺼이 누려야 할 왕관이자 트로피다. 돈으로 더 많은 돈을 축적하고 돈으로 더 많은 권력을 사고팔고 돈으로 타인의 시간과 노력을 사고 돈으로 젊고(또는 어린) 아름다운 여자를 풀장과 회전목마에 채워 파티를 열고 돈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이벤트를 열고 돈으로 빚진 자들에게 은혜를 베풀기도 한다.


그렇게 70년이 흐르는 동안 주변은 돈과 권력의 부스러기를 줍기 위해 따라온 인간들로 가득해졌지만 그만큼 반대세력도 넘쳐난다. 억울한 일, 나는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뛰어난 능력을 더해 여기까지 왔을 뿐인데. 이탈리아 재벌 1위, 여러 미디어 기업의 소유자, AC 밀란 구단주, 호화로운 대저택과 요트와 아름답고 고독한 아내까지 두고 정치권 재기를 노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토니 세르빌로).

그는 부와 권력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한 세르조(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에 의해

성대한 파티를 연다. 그가 무엇을 하든 웃고 좋아하고 손뼉 치고 소리치며 뛰놀고 옷을 벗으며 춤추는 여자들로 가득 찬 긴 테이블의 중앙에서 노래 부르고 농담을 던지고 무한의 권력과 향락에 젖는다. 그중 한 여자의 표정이 어둡고 실비오는 다가간다. 자신의 눈길을 끌었고 자신이 원하면 얼마든 그 여자와 잘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여자는 실비오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억지로 웃고 농담에 답하고 옷을 벗지 않는다. 확실한 거절과 이 자리에 온 것에 대한 후회를 밝히며 정중한 척 음흉하게 다가오며 혀를 놀리는 실비오를 멀리한다. 실비오는 당황하고 이유를 묻는다.


"할아버지 냄새가 나요."


실비오는 70살, 그 여자는 20살. 돈과 권력을 쥔 이후 거절당한 적 없는 실비오에게 평생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손녀 나이뻘의 여자를 권력을 앞세워 강간하려고 했던 실비오는 잠시 우울감에 젖는다. 날이 밝고 동원된 여자들은 돌아가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실비오의 모든 추악함을 고발하며 이혼을 선언한다. 모든 단점을 알면서도 평생 함께한 자신의 처지를 연민한다. 결국 스스로 선택한 자리이자 시간이었으니까. 실비오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자본의 불법 축적, 범죄조직과의 결탁, 끊임없는 성스캔들 등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얼룩진 생애를 모조리 합리화하고 있었다. 영화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가공된 주인공을 덮어놓고 비난하지 않는다. 실비오와 그의 세계를 시종일관 춤과 노래, 누드와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로 노출한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입장하고 싶은 천국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 가졌지만 충분하지 않았던 그에게 권선징악은 해당되지 않는 전설이었다. 그는 끝내 다시 정치권력의 우두머리 자리에 서고야 만다. 현실처럼, 아랑곳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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