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버스턴, 불행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을 만났을 때

멜라니 로랑 감독. 갤버스턴

by 백승권







로이(벤 포스터)는
의사의 설명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터프가이는 이래서 문제다.
로이의 비극은 거기서 시작이었다.

함정에 빠지고
동료가 처참하게 죽고
온몸이 피에 젖는다.

모두를 죽이고 겨우 빠져나온다.
겨우 죽지 않은 록키(엘르 패닝)와 함께.

록키가 천사였다면
로이는 개과천선하고 같이 하늘로 올라갈 텐데.

록키는 계부에게 성폭행당한 후
티파니를 낳게 되고 이후 도망쳐
몸을 팔며 생계를 잇는 여자였다.

그렇다면
록키와 로이가 비슷한 처지인가.
전혀 다르다.

로이는 누구라도 단숨에 목을 꺾어

죽일 수 있는 근육과 기술을 가졌지만
록키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만한

물리적 힘도, 당장은 돈과 갈 곳도 없다.

록키가 잠시 들를 곳이 있다며
계부를 총으로 쏴 죽이고 티파니를 안고
로이의 차에 올라 타 빨리 출발해!라고
외쳤을 때부터
세상에는 또 하나의 3인 가족이
새롭게 탄생한다.

하지만 둘 다 살인자라서
떳떳하고 기운 넘치는
도망자 일리 없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이기와

폭압적 공권력에 항거하며
은행을 턴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인 거니까.
죽은 사람이 범죄자인지 헤드라인은

길게 밝히지 않는다.
누군가 살해되었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을 뿐.

세상의 끝으로 내몰린 자들이
겨우겨우 낑겨사는 모텔에 잠시 묵는다.

불안과 위기가 멈출 리 없다.

로이가 죽인 자들의 무리가
로이와 록키를 납치하고
록키는 죽는다.
로이는 재판을 받고
살인죄로 20년을 복역한다.

남은 아이, 티파니라도 살려야 해서
로이는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
록키의 죽음에 이렇게 라도
대가를 치르고 싶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침묵들이 지나갔을까.

로이는 형을 마치고 출소하고
록키를 닮은 여자가 문을 두드린다.

남은 생 내내 말한다 하도
해소될 리 없는 억울한 시간이
둘 사이에 있다.

그래도 최소한 티파니에게
너의 엄마는 주어진 혹독한 조건 안에서
너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었어 라고
먼저 떠난 자를 기린다. 사과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무것도 모르고 죽을 때까지

오해와 원망만 가득했을
그때 그 시절 록키의 나이가 된

티파니(릴리 라인하트)에게
진실을 전한다.

아무것도 더 나아지지 않지만
뭐라도 더 나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숨을 돌리고 겨우 힘을 얻는,
이런 거라도 필요한 삶이 있다.

최악이 아니라는 이유로
겨우 가치를 획득하는 삶.

갤버스턴은
불행한 자가 불행한 자를 만나
더 불행한 운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로이가 애초 의사 말을 끝까지 들었더라면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각본가 중에 의사가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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