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자기 연민

by 백승권





자기 연민은 지겹다.
지겨운데 대안이 없다.
수많은 유명한 사람들이
수많은 유명한 말을 하지만
수많은 하트를 받을지는 몰라도
수많은 말들은 수없이 흩어져 닿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도 나를 겨눈다.

지겨운 방아쇠를 다시 당긴다.
눈이 풀리고 다리가 풀리고
잠시 괜찮은 기분에 흐느적거린다.
나라는 타인을 하나 더 만들어 곁에 두고
나라는 자신을 불쌍히 여긴다.


속삭인다 여기서 도망쳐
속삭인다 여긴 아닌 거 이미 알잖아
속삭인다 여기가 아니라고 여기보다 나을까
속삭인다 넌 대체 누구 편이야?
속삭인다 여기가 아니면 거기는

온통 환각과 칭송의 제국이야?
속삭인다 그런 곳은 없어.
속삭인다 과거에 여긴 최선이었어.
속삭인다 다시 최선을 정해도

반복되지 않으란 법 있어?
속이 썩는다 답할 수 없다.
(침묵)


모든 불확실과 낮은 가능성,
지루한 과정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행착오를 지나 겨우 도착한 여기인데
그렇다고 현재를 방관할 순 없으니까.
유기된 감정들이 여전히 멍을 붉히며
고름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모든 게 지나간다 한들
내 인생도 염가로 같이 지나가는 건데
그걸 멍하니 지켜볼 만큼 나의 나는 볼품없나.
나는 내가 훼손되었다고 내게서도 격리되나.
모든 순간 나에 빠져 어쩔 줄 모르면서
막상 내가 다치니 관리하기 버겁나.
동의를 획득하지 못하는 삶이 그렇게 의미가 없나.
모든 의견을 절멸당하는 일상이 그리 억울한가.
대단한 성취는 죄다 돈과 운인가.
여기까지 기록한 채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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