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너의 유언이 될 거야

불행 백일장 대회 입선작

by 백승권





지금 여기보다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절실하다.

어떤 희망은 절망보다 불편하다.

끼우고 돌리면 단숨에 열릴
열쇠는 필요 없다.

(그런 건 없어)

처음부터 모든 퍼즐이 잘못 맞춰졌다.
퍼즐판을 잘못 고른 걸지도.

(너무 늦었어)

움츠러든다.
내가 아니다.
움츠러든다.
내가 아니다.
움츠러들다가
이게 내가 될까 봐
멈추지 않으면
나는 계속 움츠리고
계속 움츠리다가
계속 움츠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움츠리는 게 가장 편안한
늘 움츠리는 사람이 될까 봐
멈추고 싶어.

어 맞아 그만두고 싶어.

도망치고 싶어.

누가 나 같은 적 있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너만 힘든 거 아니다
라고 말해주면
그 말이 너의 유언이 될 거야.

나도 몰랐지.
이런 기분이 다시 피부를 뚫고 나와
전신에 피칠갑을 할 줄.

나도 몰랐지.
알았다면 안 그랬을 텐데.
몰랐으니 대가를 치른다.

도망쳐
도망쳐
나를 구해줘.

제발
제발
나를 떠밀어줘.

살인사건이 가득한 드라마를 보다가
대리만족에 즐거워하는 순간이
올 줄 몰랐지.

저녁이 없고 나도 없는 삶에서
저녁이 있고 나도 너도 있는 삶에서
저녁은 있고 나는 없고
하루 종일은 있고 하루 종일 나는 없는
삶이 아닌 삶을 살 줄 몰랐지.
죽어도 살고 살아도 살겠지만
죽으며 살고 죽으며 살 줄 몰랐지.

나는 대가를 치르고 있어.
이게 그건 줄 몰랐지.


다시 말하지만
아는 척한다면
그 말이 너의 유언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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