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어느 가족
형언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 그들은 회피하거나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발 디딜 틈 없는 좁은 집에서 엉켜 사는 하츠에 할머니(키키 키린) 가족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물으면 같은 대답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은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가족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짜니까.
가족은 가짜지만 삶의 퍽퍽함은 매분매초 리얼하기 그지없다. 몰골이 초라한 성인 남자 오사무(릴리 프랭키)는 소년 쇼타(조 카이리)와 슈퍼에서 물건을 훔친다. 자주 많이. 훔친 물건은 식구들의 생필품으로 소비된다. 소년은 그의 아들이 아니다. 오사무는 쇼타에게 아빠로 불리고 싶지만 아직 어색하다. 오사무는 쇼타에게 진열된 물건 아직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고 가르쳤다. 이제 쇼타는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안다. 습관처럼 여전히 훔칠 뿐.
성인 여자 노부요(안도 사쿠라)는 오사무의 아내가 아니다. 하지만 식구들 중 가장 친밀해 보인다. 노부요와 오사무는 노부요의 전남편을 죽이고 살림을 합쳤다. 정당방위라지만 진실은 둘만 안다. 노부요는 쇼타에게 엄마라고 불리고 싶다. 세탁 공장에서 일하고 오사무와 쇼타가 훔친 음식을 먹고 마신다. 어느 추운 밤, 오사무와 노부요는 어린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를 데려와 먹이고 재운다. 유리는 이들이 좋다. 친엄마와 친엄마 애인은 소녀를 매번 학대했다. 낳고 싶지 않은 아이였다고 유리가 들리는 곳에서 자주 싸웠다. 유리는 5살, 머물 곳이 없다. 유리는 도둑질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의 일원이 된다. 도둑질을 배운다. 유리의 새로운 공동체는 유리를 돌려보내면 다시 학대당할 걸 알기에 그러지 못한다. 납치범이 되는 쪽을 선택한다. 노부요는 유리와 헤어질까봐 공장에서 잘리기까지 한다. 유리에게 부모 역할을 해주는 기분은 쏠쏠하다. 유리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여기서 사랑받고 싶다.
유리 실종 소식이 뉴스에 나온다. 어느 날 아침 하츠에 할머니가 일어나지 않는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하츠에 할머니가 매번 받는 연금을 노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죽은 게 알려지면 곤란하다. 장례비도 비싸다. 방바닥을 파헤쳐 할머니 시신을 매장하기로 한다. 공동체 일원 모두가 힘을 모아 한밤중에 삽질을 한다. 매장 후 온 집을 뒤져 숨겨둔 돈을 발견하며 기뻐한다. 발각된다. 소녀 납치범으로 수사받는다. 매장한 할머니 시체까지 드러난다. 노부요가 모조리 뒤집어쓰기로 한다. 오사무는 전과가 있어 더 무거운 형량을 받을 수 있어서. 쇼타은 유리의 도둑질을 막으려다 추락해 입원한 상황이었다. 가짜 가족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었다. 희망은 없었다. 원래 없었다.
진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유리는 행복할리 없다. 노부요는 수감된다. 쇼타는 보호시설로 옮겨진다. 같이 살던 이들은 해체된다. 윤락 업소에서 일하던 또 하나의 구성원 아키(마츠오카 마유)도 있었다. (모두가 몰랐지만) 하츠에의 죽은 남편이 외도를 통해 낳은 자였다. 아키는 하츠에에게 맡겨졌고 이를 위해 하츠에는 죽은 전 남편이 외도로 낳은 다른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다. 숨겨진 가족, 죽은 가족, 가족이 아닌데 가족으로 불리고 싶은 사람들, 누구의 자식도 아닌데 대안 부모가 필요해 의지해야 하는 아이들이 뒤엉켜 있었다. 한밤 중에 라면을 끓여 나눠 먹는 누추한 낭만도 있었지만. 옹기종기 모여 웃는다고 행복인가. 최악이 아니라고 해서 이 정도면 괜찮은가. 살인과 도둑질로 연명하는 이들은 이상적인가. 온기를 잃어버린 현대가족이 되찾아야 할 정서를 간직한 집단인가. 일본이란 감옥의 모든 가족은 죄로 연결되어 있다. 죄인에게서 태어나 죽음으로 사죄한다. 이 기괴한 시스템 안에서 아무도 출소하지 못한다. 태어나 훔치고 죽이다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