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이라는 기생충에 대하여, 미성년

김윤석 감독. 미성년

by 백승권

대원(김윤석)은 모든 재앙의 시작이자 축이다. 아내 영주(염정아)와 고등학생 딸 주리(김혜준)가 있다. 있는데, 고등학생 딸 윤아(박세진)를 둔 미희(김소진)와 불륜 관계다. 대원은 회사 팀 회식 장소에서 식당 주인 미희와 눈이 맞았다. 양측의 두 딸은 알고 있었다. 대원의 아내 영주가 가장 늦게 알았다. 그리고 하나 더, 미희는 임신 상태다. 대원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다. 유부남, 유부녀, 불륜, 임신... 이 네 가지 요소만 있어도 한낮의 지옥은 도래한다.


라운드 1.
주리와 윤아는 같은 반이다. 우리 아빠와 너네 엄마가 바람난 사실 가지고 두 고등학생은 복도 유리창과 교실 문짝을 박살 내며 머리끄덩이 잡고 던지고 뒹군다.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저가 싸우는 줄 알았다.

라운드 2.
바람피운 남편의 상대가 임신한 걸 알자 영주는 무너지는 억장을 안고 미희의 식당을 찾아간다. 다정하게 손님을 맞는 미희. 남편과 알콩달콩 통화하는 모습을 보자 주리는 자리를 뜨기로 한다. 미희가 왜 주문만 하고 가냐고 말린다. 빗나간 위로에 영주의 액션이 커진다. 땅바닥으로 밀쳐진 미희의 다리 사이로 피가 흐른다.

나머지 라운드는 없는 줄 알았다. 상처가 드러났으니 이제 수습과 회복만 남은 거 아니었나. 방사능 후유증처럼 남은 자들이 비극의 재를 뒤집어쓴다. 일찍 나온 신생아는 숨을 거둔다. 불륜이 발각되고 일상의 평화가 깨졌다고 믿는 대원은 도망친 곳에서 양아치들에게 폭행 및 강도를 당한다. 영주는 오랫동안 (대원과) 살았던 집을 처분하기로 한다. 미희는 더 이상 대원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원은 자신이 임신시키고도 미희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오지 않는다. 미희를 찾아온 사람은 영주였다. 죽을 싸들고 와 건넨다. 인간적 선의가 먼저였지만 미희의 누추한 몰골을 낮춰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미희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미희는 영주의 죽을 거부 한다. 죽은 신생아는 화장터로 가고 있었다.

아빠에게 버려진 신생아는 숨을 거둔 채, 보자기에 싸여 화장터로 가고 있었다. 화장터로 가는 차 안에는 수많은 죽은 아기들이 각자의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엄마를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른 아빠를 둔 주리와 가정을 버리고 도박중독자가 된 아빠를 둔 윤아는 아빠 얼굴도 못 보고 죽은 신생아를 그냥 보내지 못한다. 살면서 찾아가지도 않을 납골당에 처박아두지 않기로 한다. 가루약 한포처럼 곱게 태워진 뼛가루를 우유에 타서 마신다.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아기를 보내지 않는다. 생명을 부여한다.

영주가 나오는 장면이 없었다면 미성년은 많은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맨발로 뛰어나와 아침을 안 먹은 딸에게 도시락을 건넬 때, 딸의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같은 반 학생을 어른의 권위로 제압하지 않았을 때, 남편과 바람난 여자에게 찾아갔을 때, 또 다른 피해자인 불륜녀의 딸을 보듬을 때, 영주는 우월한 인간처럼 보였다. 닥친 상황을 최대한 균형 잡힌 시선으로 보기 위해 깨진 멘탈 부여 잡고 노력하는 인간. 영주는 원래 그런 영주였고 대원은 사는 내내 타협하며 자기 연민에 빠진 인간 기생충 같았다. 아내에게 기생하고 딸에게 기생하고 혼자 장사하는 식당 주인에게 기생하는, 세상 흔해 빠진 중년 남자 벌레. 벌레 한 마리가 많은 인간의 평범한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인간은 대부분 어느 정도 미숙하지만 대원은 잘못된 선택을 알면서도 저지르며 책임지지 못할 피해를 다수에게 입히고 있었다. 강도를 당해 죽었다면 개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자란 인간에게는 모자란 삶이 형벌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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