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내 아버지의 무덤은 어디인가

제임스 그레이 감독. 애드 아스트라

by 백승권






어떤 아버지는 처와 자식을 영영 버린다. 인류의 우주 개척 역사를 바꾸며 영웅으로 추앙받는 클리포드(토미 리 존스)가 그랬다. 그의 버림받은 아들 로이(브래드 피트)는 그런 아버지를 영영 이해하지 못했다. 클리포드는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로이와 다수에게 클리포드는 이미 죽은 자였다. 그의 명성과 찬사만이 인류가 개척한 행성과 지구 사이를 떠돌았다. 로이는 외로웠다. 아버지가 없어서. 어떻게 살아갈지 몰라서. 아버지와 같은 길을 택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상부에 호출당한다. 당신의 아버지가 아마 살아있는 거 같다고. 지구에서 아주 먼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행동을 하는 걸로 추정된다고. 그를 데려오라고. 극비이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임무지만 훌륭한 군인이자 천재 우주 비행사의 혈연이기에 당신이 적자라고. 로이는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미지의 우주 어딘가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우주는 인류가 정복한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류가 우주에게 정복당한 걸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우주는 전능했고 인류는 무모했다. 탐사와 개척을 이어왔지만 사막의 모래알보다 못한 수준처럼 보였다. 로이의 여정 중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지구의 물리 법칙과 다른 환경 속에서 날아가고 파괴되고 많은 동행인들이 죽는다.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고 해도 그걸 판단할 길이 없을 정도로 여정은 길고 끝없었다. 한없이 의심받고 감시당하고 의도를 숨겨야 했다.


끝내 다다른 곳에서 로이는 아버지와 마주한다. 감동의 포옹이나 뜨거운 눈물은 없었다. 클리포드는 귀환할 생각이 없었다. 우주 어딘가의 지적 생명체를 찾고야 말겠다는 클리포드 평생의 숙원은 기한을 알 수 없는 실패 끝에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두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탈하려는 모두를 죽이고 나서야 멈추게 되었다. 이 실패의 에너지가 쏘아 올려져 지구를 위협하고 있었다. 클리포드가 남긴 데이터라도 챙겨야 하는 게 로이의 미션이었다. 감정을 배제해야 하는 임무였지만 로이는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고 싶었다. 그의 죄와 혈육으로서의 오랜 서운함을 떠나 더 이상 외로운 생을 답없느 자문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와 여생을 함께 늙어가며 못다 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너무 많아 차마 입밖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물음표들. 같이 돌아가고 싶었다. 사무치게 보고 싶었던 아버지와 함께.


클리포드는 수십 년 만에 마주한 아들과 생각이 달랐다. 그는 실패한 우주 과학자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우주 공간에 헌신했고 완전히 실패했을지 언정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시작이 그러했듯 끝도 오직 우주 밖에 없었다. 미지의 지적 생명체를 한없이 쫓던 그는 어느새 보통의 지구 생명체와 다른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었다. 두 남자는 우주공간에서 격돌하고 있었다. 같이 떠나자는 자와 나를 버리라는 자. 클리포드는 다시 끊어낸다. 아들을 다시 버리며 자신을 우주에 내던진다. 로이는 다시 고아가 되고 비로소 완전한 혼자가 된다. 아버지가 실종된 자에서 아버지가 '확실히 부재한' 자가 된다. 외로움의 근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로이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되었다. 아버지가 어딘가 있을지 모른다는 짐작으로 유영하던 우주는 늘 끝 모를 외로움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로이는 더 이상 아버지의 부재가 불안하지 않았다. 더 이상 우주의 외로움 속에 길을 잃고 싶지 않았다. 로이는 아버지와 우주를 뒤로 하고 귀환한다. 모두 버리고 나서야 눈물겹게 그리워하던 지구와의 삶과 다시 마주한다. 누군가의 아들이 아닌 한 인간이 비로소 직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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