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쿨병 소년들의 최후

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

by 백승권






주인공들은 죄책감이 없다. 3년 전, 같이 보석상 털다가 한 명이 감옥 갔다. 그 친구가 출소하자마자 바로 다음 범행을 모의한다. 내부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희망 없는 시대에 범죄는 옵션이 아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우리가 죄 안 짓고 살아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냐 라는 물음에 아무 답도 할 수 없다. 은행이 아닌 범죄현장을 털기로 한다. 불법도박장의 돈을 털면 어떻게 신고할 수 있겠어? 조폭들이 운영한다는데? 총으로 위협하면 되지. 이런 식이다. 계획과 준비를 하지만 실전이 연습대로 될 리 없다. 총을 구하고 도박장을 털고 탈출한다. 이제 하와이 가면 끝이다. 지옥 끝이다. 남의 돈 훔쳐서 천국 문 열려는 수작들. 사냥꾼 한(박해수)의 흥미를 끈다. 그는 표적의 귀를 자르고 무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한은 그렇게 수집한 귀를 액자에 담아 자기 방에 걸어둔다. 도박장 강도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수집품이 늘어날 생각에 들뜬다. 총기를 정비한다. 사냥 게임이 시작된다.


도박장 강도를 모의했던 넷 중 둘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남은 둘은 공포에 떤다. 돈 다 돌려줄게. 이제 소용없다. 사냥꾼은 포인트 적립하려고 사냥하려는 게 아니다. 디스토피아를 살아가며 유일하게 심장이 뛰는 흥미로운 취미생활 정도. 인간사냥이 유일하게 사냥꾼에게 삶의 재미를 부여하는 듯 보인다. 잡아도 놓아주고 도망가면 쫓아간다. 닌텐도 위 같은 가짜 스포츠와 다를 게 없다. 자신이 판을 벌리고 자신이 쫓아가고 자신이 끝내는. 시작과 끝을 정해놓은 게임. 준석(이제훈)과 장호(안재홍)는 부들부들 사지를 떤다. 늑대 아가리 안에서 씹히기 전의 토끼와도 같다. 자기들끼리 위로해도 소용없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 공포감이 모든 폐허와 공기와 피에 젖은 옷깃을 뒤덮는다. 부모 없는 인생, 기훈(최우식)이처럼 돌아갈 정서적 고향도 없다. 평생 휩싸인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뿐, 온몸이 총상으로 너덜너덜 넝마가 되었을 때 그제야 외롭지 않았다.


남의 돈 탐내면 개죽음당한다. 이게 영화의 유일한 메시지 일리 없다. 한의 관점으로 봤을 때 '사냥의 시간'은 적극적인 화력으로 대응하는 타겟들(도박장 강도들) 때문에 꽤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이다. 더 재밌는 건 완전히 클리어 되지 않아서 라운드 2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개의 귀를 모았고 남은 한 개를 더 모으면 한은 다시 자기가 만든 게임의 위너가 될 수 있다. 물론 라운드 2까지 간다면 더 많은 귀를 모으게 될 것이다. 사냥의 시간 후속 편이 제작된다면 서준영 배우도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다음 사냥의 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다. 그때가 온다면 아마도 사냥꾼 대 새로운 사냥꾼(이제훈)의 대결이 될 것이다.



keyword
이전 19화애드 아스트라, 내 아버지의 무덤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