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작은 시장길이 펼쳐진다. 서울대병원으로 가는 길을 따라 노점상이 늘어서있다. 사계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깔고 앉아 저마다의 물건을 판다.
3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첫 번째로 김밥 노점상이 보인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 7시까지 출근하는 날이 있다. 그 시간에도 부지런히 나와 김밥을 팔고 있다. 그 뒤로는 은행, 가래떡을 작은 화덕에 구워 파는 할아버지가 있다. 가끔 저게 돈이 될까 싶지만 가래떡을 사가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 뒤로는 과일을 팔고, 그 뒤로는 양말, 그 뒤로는 책을 판다. 그렇게 몇 군데를 지나치면 가장 마지막에는 요구르트 아줌마가 있다.
이 작은 시장 혹은 노점상으로 인해 길이 좁아져 불편할 때가 있다. 큰 병원으로 가는 길,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하는 횡단보도, 버스 정류장이 이 길 위에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 한켠에 노점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알, 가래떡을 구우며 나오는 연기도 매캐하다.
그렇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출근길 출출한 배를 김밥과 가래떡으로 채울 수 있다. 병문안 가는 길에 선물을 깜빡했다면 잠시 들러 과일을 살 수 있다. 출근길에 풍기는 고소한 은행 냄새가 썩 나쁘지 않다. 마냥 싫어할 수는 없는 이 작은 시장은 혜화역 3번 출구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가는 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