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룬아 Sep 15. 2022

나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 : MSK SHOP

삭스타즈 X 룬아


편집숍의 시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온갖 분야의 큐레이션이 가득한 요즘이지만, 모든 것에도 처음은 있기 마련입니다. 직구 사이트는커녕 고급 백화점에 가야만 생소한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던 시절에 작은 가게를 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렇다 할 바잉 창구도 없던 터라 직접 스웨덴에 가서 미팅을 잡기도 했다는데요, '므스크 MSK 샵'은 민수기 대표의 이니셜을 딴 이름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국내 1세대 편집 매장은 어느새 14년 차가 되었어요.
민수기 대표는 신사동 6층 건물 루프탑에서 창업해 '굿나잇 앤 굿럭'이라는 라이프스타일숍 &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었고, 지금은 서촌에 거주하면서 므스크샵과 '엔티엘 NTL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비슷한 무드를 지닌 배우자와 일만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보다 몇 배는 에너지가 넘치는 딸을 키우고 있답니다. 하나도 쉽지 않은데 형태도 규모도 다른 일들에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므스크샵은 어느 때보다 소신 있는 브랜드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서촌은 아무리 변하는 것 같아도 꾸준히 매력적인 지역이에요. 주인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햄 치즈 파니니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익숙한 골목길로 들어와 매장에 오밀조밀 모여 앉았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정갈하게 연출된 의류와 배달 음식 플랫폼 '요기요'의 요기레터 전시가 브랜드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어요. 언제 방문해도 여전한, 하지만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므스크샵. 삭스타즈의 유일한 입점처라는 곳의 현주소를 들어보았습니다.

민수기 - 대표, 이하 민
김민정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하 김



14년 차라니 긴 시간이에요. 갖가지 편집숍들이 범람하는 요즘, 어떤 생각들을 하시나요?

민 - 오래된 만큼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은 '내가 진짜 잘하는 게 뭘까' 예요. 그동안은 나름의 안목을 갖고 큐레이션에 힘을 실어 왔는데, 그것만으로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요즘에는 정보가 많아서 디깅하기도 쉽고, 편집 매장을 내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저만의 경쟁력이 더 필요해진 거죠.



그런 이유로 '비트앤사일런스 BEAT & SLNC'를 런칭하신 건가요?

민 - 맞아요. 제가 국내외 브랜드를 소개하는 일은 많이 했는데 정작 제 브랜드는 안 만들어봤더라고요. 므스크 내에 자체 제작 라인으로 '텍스트앤사일런스'가 있는데, 입점 브랜드 '킥더빗'과 협업하면서 '비트앤사일런스'가 되었어요. 킥더빗이 디자인과 샘플링, 생산을 담당하고 저희가 마케팅과 유통을 관리해요. 각자 잘하는 영역에서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되니 부딪힐 일도 없고 좋아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니 어떻던가요?

민 - 재미있어요. 사실 그동안 조금 지루하다는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꽤 오랫동안 옷과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일에 푹 빠져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흥미가 줄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패션업이 빠르고 변화도 많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반복이에요. 그래도 이 일은 계속하고 싶고, 어떻게 해야 즐겁게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비트앤사일런스가 큰 에너지가 되어주었죠.


유통하는 브랜드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어떤 점들을 신경 쓰시나요?

민 - 특정 브랜드의 메인 아이템은 만들지 않아요. 그건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훔치는 행위나 다름없거든요. 어느 브랜드나 만드는 무난한 것들, 예를 들면 반팔 티셔츠나 스웻셔츠 같은 아이템으로 접근해요. 아직 비트앤사일런스의 명확한 색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예요. 운영해가면서 드러날 거라 생각해요.


므스크 스타일은 뭐라고 할까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릴렉스하고 옛날 미국 대학생 같은 빈티지한 느낌이 있어요.

민 - 프레피하다고 하면 쉽게 와닿을 거예요. 그게 좀 스포티하게 풀린 면도 있고요.


비트앤사일런스 런칭 후 판매는 어땠나요?

민 - 기대보다 괜찮았어요. 라인업이 크진 않지만 자체적으로는 좋게 평가하고 있어요. 잘된 이유는 저희가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그리고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잘 설명해드리면 확실히 좋아하세요.



므스크샵은 오프라인 힘이 세다고요.

민 - 단골손님들은 제 추천을 아주 신뢰하시죠. 한 모델을 컬러별로 구매하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저희 제품이 가격 대비 훌륭하긴 합니다 (웃음). 므스크샵은 타겟 연령이 조금 높아서 20대보다는 30대 구매율이 더 높아요. 스타일 자체가 요즘 유행하는 소위 MZ 취향과 거리가 있기도 하고요.

김 - 제가 1층을, 민수기 대표가 지하 매장을 담당하고 있는데 어떤 분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셔서 한참을 안 올라와요. 뭐하나 들여다보면 둘이 서서 수다를 떨고 있죠.


브랜드들이 인격화되긴 했지만 거의 1:1 서비스인데요? 그런 측면을 더 강화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셨나요?

민 - 옷과 브랜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막상 발을 담가보니 제가 예전만큼 푹 빠져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임시로 중단한 상태고요. 콘텐츠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그런 면에서 엔티엘 갤러리가 살을 붙여주겠어요. 언젠가 갤러리를 오픈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므스크샵 안에서 하실 줄은 몰랐어요. 한편 별도의 공간을 찾았으면 일반적인 갤러리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므스크와 엔티엘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요.

민 - 일단 효율적이에요. 저희 같은 자영업자에게 효율성은 아주 중요하죠.

김 - 므스크 고객이 자연스럽게 엔티엘로 유입되는 것도 장점이에요.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림이나 사진도 좋아하더라고요. 문화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는 평소에도 그림 보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업무 환경에 들어와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예요.


전시에 맞춰서 의류 디스플레이가 달라지는데, 패션과 아트의 콜라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느낌이에요.

김 - 어렵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다들 알아봐 주시고 컨셉으로 이해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보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매장이 있으니 그냥 그림을 건 느낌이 아닌.

김 - 그게 핵심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입구에 전시 안내와 작품 가격 리스트를 비치해두고 엽서도 제작해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전시는 요기요와 표기식 작가님이 만든 음식 사진전인데, 소재가 빵과 딸기라서 bread와 berry 폰트를 활용한 굿즈를 제작했어요. 남성분들이 berry 티셔츠를 많이 찾으시네요.


므스크샵이 티셔츠와 볼캡 굿즈를 만드니 협업이 자연스러워 보여서 좋아요. 엔티엘 갤러리 자체 굿즈도 있죠?

김 - 볼캡을 계속 다른 버전으로 만들고 있는데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갤러리가 모자를 만들어서?

김 -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사실 엔티엘이 뭔지 모르는 분도 많아요. 한참 구경하시다가 "그런데 엔티엘이 뭐예요?"라고 묻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굿즈보다는 소장하고 싶은 기념품이길 바라면서 만들었어요. 큰 박물관에 가면 기념품샵이 꼭 있잖아요.


갤러리의 관점으로 접근하신 거군요. 므스크는 트렌디하진 않지만, 운영진의 관심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너무 변화가 커도 안 될 것 같고요.

민 - 갑자기 생뚱맞은 길을 가면 고객들이 실망할 수 있어요. 서로에게 충성한다고 생각하면 좋아요.


삭스타즈와도 콜라보 하시려나요?

민 - 물론이죠. 이미 진행 중입니다. 샘플링 작업하고 있고, 올해 FW가 목표예요. 로고가 들어가거나 패턴이 강한 디자인보다는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군데군데 색실이 섞여 있는 양말을 제안했어요.



그런데 삭스타즈의 유일한 입점처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민 - 삭스타즈 양말을 사입한 매장은 므스크샵 뿐이에요. 위탁과 사입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지만 저희가 양말을 대단히 많이 유통하는 게 아닌데 위탁으로 진행하면 서로 번거로울 수 있거든요. 삭스타즈도 한때는 사입 유통을 진행했던 것으로 아는데 요즘에는 지양한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작은 아이템인데다가 관리가 어려우니 브랜딩 차원에서 그럴 수 있겠네요. 므스크샵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혹시 어떤 아이템을 중심으로 바잉하시나요?

민 - 므스크샵과 잘 어울리는 기본 모델로, 스탠다드와 페이크 삭스를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화이트나 오트 같은 기본 컬러가 많이 팔려서 유색 재고가 조금 남아있는데, 가을이 오니 또 바잉해야죠. 한편 오렌지나 퍼플 같은 강한 컬러감을 찾는 고객들도 많아졌어요.


양말을 소비하는 행태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다고 할까요.

김 - 저부터가 바뀐걸요. 예전에는 정말 검정 양말밖에 안 신었어요. 옷 자체의 패턴이 강하기도 했고, 시중에 예쁜 양말도 별로 없었고요. 그런데 30대가 되고 옷차림이 심플해지면서 포인트 되는 양말을 사기 시작했어요. 과감한 패턴이나 컬러의 옷은 자주 살 수가 없잖아요. 양말은 가능하죠.



민수기 대표님은 오늘 레몬색으로 포인트를 주셨네요. 페이크 삭스도 칭찬이 자자하더라고요.

민 - 개인적으로 신어 본 페이크 삭스 중 최고예요. 경험해 본 사람들은 차이를 확실히 느끼죠.

김 - 보통 페이크 삭스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거나 사서 신곤 했잖아요. 동대문에서 만원에 열 켤레씩 파는 것도 신어봤어요. 매년 신고 버리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는데, 삭스타즈 것은 퀄리티가 달라요.


정작 페이크 삭스는 안 신어봤는데, 꼭 한번 경험해 봐야겠네요. 양말이 비치된 위치를 보니 마치 마트 계산대 앞에 놓인 사탕 같아요. 결제를 기다리는 동안 부담 없이 한두 개 집을 수 있는.

민 - 맞아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비중이 높진 않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그 이상으로 커요. 곧 울 양말이 다양하게 들어올 거예요.


그동안 이사도 몇 번 하시고, 카페도 열었다 닫으시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무엇을 깨달으셨나요?

민 - 뭔가 시작할 때는 분명한 흥미와 에너지가 있어요. 하지만 실제는 상상과 다르죠. 계속 좋을 것 같던 일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수 있어요. 결국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건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굿나잇앤굿럭 카페가 잘 될 때가 있었어요. 치즈케익으로 유명했죠. 카페를 안정시켜놓고 므스크샵을 돌아보니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리 가 있더군요.

김 - 제가 엔티엘 갤러리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민수기 대표가 물었어요. 끝까지 할 수 있겠냐고.

민 - 지금의 저는 그게 중요해요. 엔티엘은 미리 지어놓은 이름이었어요. MSK 각 글자의 다음 알파벳을 모으면 NTL이라서, '므스크의 넥스트 레벨'이라는 뜻으로 언젠가 하게 될 새로운 일에 쓰려고 아껴두었어요. 그런데 갤러리에 그 이름을 쓰고 싶다고 하니, 정말 끝까지 해야 한다고 당부했죠.



약간 무리해서 규모를 키우려면 할 수도 있잖아요. 생산량을 늘리거나 입점처를 늘리는 방식도 있고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민 - 15년 가까이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잘된 것도 있지만 실패도 많아요. 그런데 크게 실패하면 회복이 어렵더라고요. 안 팔리는 물건은 어떻게 해도 안 팔려요. 함께 비트앤사일런스를 만드는 킥더빗 실장님도 잘 알고 계신 부분이라, 서로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자고 얘기했어요. 가능한 한 최소 수량으로 시작하자고. 덕분에 단가는 좀 비싸지만 마음이 편해요.


마음이 편해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죠.

민 - 맞아요. 마음이 급하면 판단력을 잃기 쉬워요. 물론 큰 규모의 사업을 잘하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저는 그런 부류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템포를 지키기로 했어요.


한편 아쉬운 점은 없나요?

민 - 지금 같은 건물 2층에 거주하고 있는데 올해 이사를 하고 매장을 위층까지 확장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기대한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아 보류한 상태예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점은, 전체 매출 중 비트앤사일런스 비중이 엄청 높다는 거예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유통망을 늘리고 도매도 진행할 계획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콘텐츠에 투자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어요. 삭스타즈도 그중 하나인데,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민 - 성태민 대표님은 꾸준맨이라 끝까지 잘 해내실 겁니다.

김 - 육아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할 시간이 부쩍 줄었어요. 보통 아이를 재우고 늦게 보는데 그 시간에는 좀 느슨한 내용이 편하더라고요. 삭스타즈 저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요즘 다들 너무 열심히 살아서 (웃음)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 콘텐츠들도 많아졌죠. 그래서 대표님이 내내 표출하신 루즈함이 나쁘지 않게 다가와요.

민 - 물론 자극을 받는 것도 필요해요. 하지만 휩쓸리진 않으려고 해요. 주변 속도에 휘말려서 뭔가 보여주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저 또한 쥐어짜듯이 일할 때가 있었고 노력 끝에 포기한 것들도 많지만 이제는 제 역할이 더 명확해져서 좋아요.


그래서 불혹이라고 하나 봐요. 내 깜냥을 아는 거죠.

민 - 맞아요. 꾸준히 하는 게 더 힘든 거예요. 나를 알고 내 자리를 지키는 것.



* 삭스타즈 저널을 위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https://sockstaz.com/product/journal_detail.html?product_no=11534&cate_no=693&display_group=1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책을 내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