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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아 Dec 30. 2022

사랑의 모양

무신사 레이지나잇 뉴스레터 <달링>


일치하지 않는 애정


안녕하세요, 룬아입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전하고 또 받는 시즌이 왔어요. 달링의 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요?


대략 4~5년 전,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남편은 부부 상담을 받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처음으로 육아를 접한 커플에게 흔하게 생길 수 있는 사건이죠. 열 번의 세션 중 각자 받고 싶은 애정과 주고 싶은 애정을 적어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어떤 말을 듣거나 행위를 받았을 때 좋은지, 또 어떤 것을 해줬을 때 좋은지 등이요. 저의 애정 포인트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고 남편 역시 같은 것이 나와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서로 질세라 바쁘게 살다 보니 둘만의 시간 갖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려운 것이 되었어요. 서로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라져버린 것이죠.


저는 여전히 ‘시간'이 제일 중요해요. 길 필요는 없지만 하루의 끝에 저의 말과 마음에만 집중해 주는 최소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나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야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요. 그런데 남편의 애정 포인트는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였어요. 잘 먹지 않던 아이를 위해 아란치니부터 황태 만둣국을 조리하고,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음식을 포장해 오고, 여행을 다녀온 당일 저녁에도 제가 다음 날 점심으로 먹을 김치찌개를 끓입니다. 요리에 대한 남편의 열정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두드러졌을 때야 깨달았어요. 남편의 사랑은 ‘요리'라는 것을. 


그렇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사랑의 언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죠. 서운하지 않았다면, 아니 지금도 서운한 순간들이 없다면 거짓말이에요. 저의 결혼생활은 “그랬구나" 한 마디면 만사형통인데 그 네 글자가 그렇게 어렵나 봅니다. 남편은 그 짧은 말을 하는 대신 메추리알 장조림과 콩비지 김치찜과 조개 미역국을 만들어요. 점점 능숙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를 바꾸기보다는 저의 관점을 바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보기만 해도 배불러지는 장면들을 마음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은 지금 최선을 다해 자기 방식으로 애정을 나누고 있는 거라고. 매일 저녁 사랑을 찌고 끓이고 데워서 냉장고를 채워두는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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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뉴스레터는 매주 금요일, 무신사 플랫폼 '레이지나잇'을 통해 발송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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