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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alm Jan 29. 2019

요가를 끊을 수 없다.

#1. 즐겁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

코어에 힘을 주고 플랭크 (High plank) 자세에서 위의 차투랑가(Chaturanga Dandasana)로 넘어가는 요가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 동작 조차 미세한 전신운동이다

작년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고 요가 수업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모두가 새로운 결심으로 다이어트나 각종 계획을 세우는, 지금은 1월이니까.

다만 작년과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에 남자 수련생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는 것이고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에게 스트레칭과 요가가 더 잘 맞고, 여자들에겐 오히려 근력운동이 더 필요하다는 건 요즘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일 거다. 처음에 내가 요가를 시작한 건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내 몸을 움직일 공간 딱 1평과 다른 어떤 소도구 없이 내 몸뚱이 하나로만 할 수 있는 운동을 원했다.

수족냉증이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도 않고 매달 한 번씩 아주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생리 때는 유독 소화제와 두통약을 먹어야 했다. 출장을 가서도 업무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호텔로 돌아오면 반신욕을 한다거나 Gym에서 잠깐이라도 뛰고 자는 것이 그나마도 스스로 위안 삼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출장 캐리어에는 운동화와 양말, 운동복을 늘 챙겨 다녔고, Gym이 24시간이 아닐 경우 일 마치고 느지막이 돌아오면 그마저도 이용하지 못 한채 밖을 좀 걷거나 뛰어야 했다. 그것도 날씨 좋으면 감사한 일이고 눈, 비라도 오는 날이면 이도 저도 literally 나가리였다. 피곤한 날이면 화장 지우고 운동복으로 환복하고 나가는 것조차 버거운데, 그렇다고 그냥 자려니 뭔가 더 찜찜하고..


운동복 따위도 신경 쓸 것 없이 숙소 안에서 남의 신경 안 쓰고 속옷 하나만 입고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요가였다. 다행히 유연성도 나쁘지 않았고 내 체중 그대로 서고 움직이며 근육과 척추신경까지 바로 잡을 수 있는 이 운동에 매료됐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요가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던 내게 딱 맞는 운동이었고 매번 퇴근하고 다닐 수 있게끔 회사 근처에서 경리단길에서 요가 수련을 해온 지 몇 년째가 된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서 다이어트를 위해 안 해본 운동 없이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아다녔었다. '요가'는 그저 하나의 Meditation (묵상) 하듯 굉장히 정적이고 지루한 수련일 뿐이지 그게 무슨 운동이 되겠냐는 편견 속에 역동적인 운동만 즐겨왔다. Gym에서 근력운동을 하거나, 크로스핏 같은 하드코어 운동도 한 동안 열심히 다녔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저녁에 러닝을 하거나 7분 동안 고강도 유산소/근력운동을 하는 '7 minute intensive workout'을 플랜 세워 보기도하고, 주말에는 등산을 다녔다. 뭐라도 해야만 심리적인 위안이 되었지만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듯 늘 식욕만 돋우는 꼴이었다. 어떤 환경이나 소도구, 여건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내 몸 하나로만 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그렇게 찾은 요가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호흡부터 내 몸을 쓰는 법을 제대로 알고 싶었고 지금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요가 수련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내겐 이런 점들이 잘 맞았다.  


1. 깊은 호흡

요즘 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바깥에 마스크 벗고는 다닐 수 없고, 마스크를 끼고 있더라도 붕어처럼 벙긋벙긋 짧은 숨만 내쉴 수밖에 없다. 나 같은 경우, 보통 숨 쉬는 호흡을 1분간 재보니 보통 20-22번 정도 들숨-날숨 호흡이 이어지고, 의식적으로 깊은 호흡을 쉬면 1분에 9-10번 정도 들숨-날숨 호흡을 하게 된다. 구강호흡이 아닌, 코로 호흡하며 숨을 내쉬게 되면 콧 속의 코털과 점액질이 천연필터 역할을 해 구강으로 숨을 내쉴 때보다 훨씬 천천히 호흡을 뱉어내게 된다. 자연스럽게 산소를 코로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다시 코로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며 요가 수련을 하는 동안 체내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보통 체온이 1도가 낮아지면 그만큼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체온이 2도 낮아질 때 암세포의 증식이 늘어난다고 들었다. 요즘 우리 가족의 핫이슈는 외조모의 치매예방에 관련된 것들인데 2018년 11월 20일 자 뉴욕타임스에 나온 기사와 국제 신경과학회에서 발행하는 신경과학저널 'Journal of Neuroscience' 논문을 보니 "코로 들이마시고 내쉬는 깊은 호흡을 통해서 뇌신경에 산소가 원활히 공급해 기억력 향상 및 치매예방에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염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 동작을 오랜 호흡을 통해 유지시켜 몸의 반응을 기억시키는 Hatha yoga와 체내 각 부분의 정확한 근육 움직임을 익히면서 근력을 키워가는 Alignment yoga 수업이 좋아서 이 스케줄 위주로 수련을 한다. 깊은 호흡을 통해 움직임 하나하나 천천히 익혀갈 때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정이 되는 걸 느낀다. 하루 종일 업무 일과에 스트레스도 받고 퇴근한 후에도 머릿속으로 떨쳐낼 수 없는 잡생각들이 이 깊은 호흡을 통한 요가 수련을 하면서 개운해지곤 한다. 실제로 다이어트가 주된 목적은 아니었지만 깊은 호흡을 통한 요가 수련을 통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자연스레 부종도 해결이 되면서 1년 반 사이에 5kg 정도 감량효과도 있었다.


2. 전(前) 보다 나아지는 나

제대로 된 요가 수련원에는 사방의 전면 거울이 없을 거다. 전면 거울이 달려있는 요가학원에서는 수련생들이 요가 수련하는 본인의 모습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옆에 앉은 수련생이나 강사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자세가 나오고 날씬한 자태가 나오는지 거울로 확인하느라 시선이 본인 '내면'을 향해 있지 않고, 거울 '전면' 속의 타인에게 꽂혀 있게 마련이다. 요가 수련을 하다 보면 같은 공간에서 같은 호흡을 깊게 내쉬며 움직이는 옆자리의 수련생들이 같은 동역자로서 감사하는 마음은 가질지언정 그분의 유연성이나 날씬한 자태를 감상 따위 할 시간이 없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이진 내 근육의 움직임이나, 얼마 전까지 안 되던 동작들을 거듭 연습하면서 하나씩 만들어져 가는 내 모습의 변화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정상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말고, 그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 자신과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도전 (Challenge)이 되는 요가는 육체적인 운동뿐 아니라 말 그대로 정신적인 운동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는 특히 요가를 권하고 싶다. 수련하는 시간을 통해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변화되는 과정을 배워가는 인생 운동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화가 많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적합하다.   


요가 수련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다른 사람보다 잘할 필요도 없다.

인스타그램에 꽤 오랜 시간 요가 수련을 해오고 있는 Yogi들의 포스팅을 보면 본인의 수련과정을 before/after로 비교샷을 올려두는 경우가 많다. 타인이 아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고, 앞으로 더 숙련될 나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내 life value와도 잘 맞는 운동이다.


나이 들어가고 시간이 흐르면 풀도, 꽃도, 육체도 시들어가게 마련이지만

요가는 오히려 반대로 숙련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이 깊어지고 내 몸 구석구석을 섬세히 느껴가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수련이 될 것이다.    


나이 먹어 가며 매 순간 새로이 처음 만나는 나 자신과 더 친해질 생각이다.

그렇게 나이 먹는 게 즐거워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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