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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규 Feb 25. 2018

출국 1시간 전

정신없는 시간들을 지나 보내고 이제야 항공기 게이트 앞에 섰다.


아쉬워하던 가족, 연인,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준비 과정에 정신이 나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 자주 들어올 테니까라는 생각에 덤덤한 시간들을 보냈다. 몇 번의 타국 살이로 이제는 떠나는 것이 조금 익숙해진 기분마저 들면서 부쩍 나도 꽤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출국 1시간 전


그래도 매번 그랬듯이 출국장을 지나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 순간엔 긴장되면서도 묘한 설렘이 감돈다. 주변엔 연인들이, 가족들이 출국을 준비하면서 그들의 들뜬 감정들도 함께 느껴진다. 바깥에 준비 중인 비행기와 창문 너머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감회는 떠오르는 해처럼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다행히 남은 1시간 동안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어 이런 감정들을 충분히 느끼고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일들이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바라던 일들은(혹은 소망하던 일들은) 내가 바른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면 꼭 이루어져 왔다. 한국의 문화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상상하며 스웨덴행을 선택했을 때에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꾸며 떠났던 캘리포니아 행도, 아시아의 허브라는 싱가포르와 동남아 시장에 대한 궁금함이 한가득인 지금 이 순간도 그저 막연하게 바라 오고, 그려왔던 흐름이었다.


하나씩 그 점들이 이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과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즐겁고 행복한 일도 있을 것이고, 힘들고 거친 모험이 될만한 일도 있을 거다. 그러나 항상 시간은 흘러가며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는 분명 조금은 더 넓은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길 바라고, 또 다른 새로운 문화를 바라보고, 이해하길 바란다.



부디 깊은 잠에 빠져들기를 바라며.. 목베개와 함께 게이트에 들어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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