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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운연운 Nov 14. 2024

불 꺼진 버스 타게 되면

환승인간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6시 퇴근이 아니고 7시 퇴근을 하게 되면 집에 돌아가는 길을 고민하게 된다.


버스 타고 전철 타고 버스를 타야 할 것인가 버스 타고 버스 타고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그렇게 고민을 해서 영등포역에서 내리게 되면 순간의 선택을 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전철을 탈 것인가

7분을 기다려서 다시 버스를 탈 것인가?


회사 앞에서 선택하면 간단하기는 하다.


회사 앞 버스는 대방역으로 가는 버스와 영등포역으로 가는 버스가 존재한다.

요기서 대방역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면 무조건 전철과 버스로 가는 것이고

영등포로 가는 버스를 탄다면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는 루트와 전철 타고 버스를 타는 루트 중 다시 선택해야 한다.


영등포로 가게 되면 버스 트리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버스에서 내리고 세 번째 버스를 타러 가는데 눈앞에서 동네에 가는 버스를 놓쳤다.


 다음 버스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까 생각하며 정류장으로 갔더니 동네에 가는 다른 버스가 있었는데 운행이 끝난 버스처럼 불이 다 꺼져 있었다.

앞문은 열려 있었지만 버스기사님도 안 계시고 텅 비어버린 버스에 바로 오르기에는 좀 무서웠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다시 한번 발꿈치를 올려가며 안에 누가 있나 하고 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3초 고민하고 버스에 오르기로 했다.  


고개를 숙이고 버스에 오르면서 버스카드를 찍고 자리를 찾으려는 순간 중간 즈음에 하얀 얼굴이 둥둥 떠올랐다.


흠칫...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순간 너무 놀랐다. 어떻게 얼굴만 둥둥 떠 있을까 하고 다시 한번 바라봤더니 어르신이 정확하게 여자분인지 남자분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불이 다 꺼진 버스에 홀로 타고선 스마트폰을 보고 계신 상황이었는데 하얀 얼굴 동동 귀신을 봤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리를 잡아 앉고서 1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이 한두 명씩 오는데 다들 나처럼 문 앞에서 멈칫하는 게 느껴진다 불이 꺼져 있으니 이 차를 타야 하는지 고민하다 들어오는 것이었다.


손님이 10명이 가까이 탔는데 여전히 불이 켜지지 않았고 순간 버스 괴담이 생각났다. 그러나 아직 괴담이 등장하기에는 이른 시간인 밤 9시. 버스는 출발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버스 안의 시간을 흘러갔고 버스 기사님이 등장해서 불이 켜지자 다들 안도하는 느낌으로 음악소리가 슬슬 흘러나오면서 집으로 가기 위한 세 번째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는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고속도로를 지나 도깨비불 언덕길도 지나서 동네 버스정류장에 내려주었다.


이제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왜 이리 귀찮은지 간식거리라도 입에 물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 동네 어귀 편의점에 들렀다. 가방에 가득 차니 집 가는 길이 가벼워지는 마음이라니 내 마음은 참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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