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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헷 Mar 13. 2022

나의 가장 개인적인.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연봉 문제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 이야기나왔다.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있는 그 친구는 요즘 아파트 분양 당첨이 최대 관심사인듯 했다. 원래도 생활력 강한 친구였지만 결혼하니 어나더레벨이 된 느낌이라 했더니, 듣던 친구가 "아파트 분양은 나도 준비하는데?" 란다.

아... 이제 우리가 아파트를 고민하는 나이가 됐구나. 잘 모르는 이야기에 어리버리까다가 나는 요즘 뭐하고 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났다.


나야 스물 네시간 몸 생각 뿐이다.

가끔, 먹고 살 걱정을 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사치같아 길게하진 않는다.

일단은 죽지 않는 것, 다시 건강해지는 것, 그래서 부모님보다는 오래 사는 게 1순위 목표다.


목표가 '생존'이 되어버리면,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많은 문제들은 사실상 문제가 안된다.

적은 연봉이 문제랴, 돈을 벌고 있다는 게 부럽다.

면접에 붙고 말고가 문제랴, 이력서를 쓸수 있는 상황이란게 부럽다.

분양에 당첨되고 말고가 문제랴, 앞으로 살 곳을 고민해야 할 처지라는게 부럽다.


물론 이 문제들 모두, 살아가는데 필수적이고 중요하고 골치아픈 문제인게 맞다. 


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해질 정도로 몸이 아파버리면, 이런 문제들은 모두 인식의 수평선 너머로 밀려나버리고, 사느냐죽느냐에 관련한 문제만 오롯이 남는다. 다른 문제들은 모두 단순해진다.

 

그래서 때로 친구들이 하는 진지한 고민이나 슬픔이 별 아닌것 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모든 것이 찬란한 삶의 일부인데, 나는 삶의 끝자락에 서서 그 언저리의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근래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는 이유는 공감받고 싶어서인데,

내가 하는 고민과 생각들이 당최 건강한 사람들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오늘에야 알았다.

이직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그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나에게도 내가 당면이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삶,

죽음,

살면, 어떤 삶?

죽으면, 어떤 죽음?


이런 고민들이 지금 내가 마주한 중요한 질문들이고,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들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거쳐야 하는 삶의 언저리에서 마주하게 될 질문들이다.


나는 운좋게 조금 일찍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러니 기꺼이, 이곳에서의 생각과 고민들을 꺼내보련다. 또 아는가, 나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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