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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이호성 Aug 31. 2020

결혼합니다

09.12.2020 서울

"생각보다 빨리 가네, 40에나 결혼할 줄 알았다" 

대학 절친이자 한 때 월간 [그런사람] 편집장 겸 발행인이던 정운이가(현아아빠) 올 초에 내가 결혼한다 하니 내게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정운이 외에도 한 명 한 명 나의 결혼 소식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놀랍다, 말도 안 된다", "신발 하고 영원히 살 줄 알았다", "비혼주의자라 생각했다" 등 결혼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류의 이야기이었다. (다들 첫 반응은 저랬지만 나중에는 축하를 더 많이 해줬다 ^_^) 


2018년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중 맨하튼 32번가 한인타운 뚜레쥬르에서 만났던 중학교 절친 성호는(루아아빠) 나이 30 중반 넘어가면 사업하거나 엄청 큰돈 버는 거 아니면 결혼하기 힘들기 때문에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이야기를 빵집에서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1도 없었다. 성호의 말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조언이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결혼해야 할 이유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던 것 같다.


회사에 한국에서 파견 나오셨던 인생의 선배님들도 많이 계셨는데, 귀국 길에 나에게 공통적으로 해주는 조언 중 하나는 인생의 반려자를 더 늦기 전에 찾으라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내 삶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착각하고 있어 이런 충고들이 잘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작년 부활절 주말 뉴욕 방문 중 CMC 예배 후 점심자리에서 그녀를 만나면서 180도 바뀌었다. 이쯤 되면 "첫눈에 반했나?"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결혼 배우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던 그녀와 번호를 교환한 후 디씨로 돌아오는 기차에서부터 우리의 사랑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3주 뒤 디씨를 방문했다 뉴욕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뒤따라 계획에도 없이 기차를 뒤 따라 타서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고백하고 정식으로 만나자 했다. 

만남에 대한 더 자세한 스토리는 영문 결혼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음

https://www.zola.com/wedding/hijkl


올해 초 코로나가 이렇게 전 세계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여 양가 부모님의 결혼 허락을 받고, 슬슬 결혼 준비를 시작하여 드디어 2020년 9월 12일 (토) 서울에서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내가 그녀를 알기 전 엄마가 먼저 그녀를 알았던 것도 신기하고, 우리를 처음부터 가깝게 연결해준 많은 공통된 지인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장인어른과 내가 시기는 다르지만 국토연구원에 둘 다 근무했다는 점 등 신기한게 너무 많다. 첫 만남부터 이 모든 과정이 은혜요, 결혼 후 받은 감사함을 나누면서 살아야겠다.  


안암학사에서 야식으로 의기투합했던, 이제는 드라마 미생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대학 절친인 동균이는 나의 결혼 소식에 한동안 충격을 받은 것 같기도 했다. 고맙게도 결혼식에서 축가도 불러줄 예정인데, 이 친구도 하루빨리 인생의 반쪽 본인의 뼈 중의 뼈를 만나길 바란다.



보통 때 같으면 지금 열심히, 한분 한분 직접 만나고 다니면서 결혼 소식을 알리고 있었을 텐데.. 코로나 시대 특히 최근 전국이 코로나 감염으로 난리인 상황에서 이렇게 글을 통해 연락을 드릴 수밖에 없다는 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또한 정부지침으로 하객 수 제한으로 가족 외 대부분 지인들을 결혼식에 초대 초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정말 죄송하다는 마음뿐입니다. 그래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나누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글로나마 결혼 소식을 알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바일 청첩장 링크 https://www.bomdama.com/card/hsia/?spread


별도 문의가 많아 축의금 안내는 아래 포스트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yeah2o/13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비롯한 양가 친척들이 다 모이는 결혼식에서는 차마 시도할 수 없을 것 같아 글 마무리 사진은 많은 지인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나의 신발 + 정장 결혼사진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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