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흔

나의 생물학적 나이

by 성이호성

초등학교 2학년까지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잘 이해가 되지 않던 것이 한국의 나이 계산법이었다. 태어나면 바로 한 살 그리고 해가 바뀌면 한살이 더 추가되는 조금 특이한 셈법, 나이가 더 들고서야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사회적 편의를 위해 생겨난 계산법인지, 아니면 같은 해 태어난 사람들의 나이 또한 평등하게 동일해야 한다는 인식에 뿌리를 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웃 국가인 일본이나 중국 사람들에게도 한국식 나이 셈법은 생소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것 같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학창 시절 '개인주의', 'My Way'니 'Free Style'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으니, 내가 한국식 나이법으로 내 나이를 계산했을 리가 없다. 직장생활은 주로 미국에서 했기에 딱히 한국 나이로 나를 규정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미국에서 학교 모임이나 한국인을 만날 때면 85년생이라는 것으로 내 나이에 대한 설명을 대체하곤 했다. 나도 내 나이를 항상 알고 있지 않은데, 남들에게 특정한 숫자를 알려주는 것보단 본인과의 내 나이차를 알 수 있는 출생 연도 정보가 더 유용해서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어느 시점부터 주변 지인들이 한 명 두 명 서른이 되기 전부터 본인의 나이를 한국 나이가 아니라 만 나이로 계산하기 시작했던 것이, 조만간 바뀔 것으로 보이는 현 행정부의 만 나이 도입에 앞섰던 작은 사회적 변화들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 만 나이 계정에 특별히 반대할만한 이유가 없지만, 그 계산법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가 되어 보니 한국적 나이 계산법이 생물학적으로는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략 9개월인데 이를 반올림하여 1년이라 치면 태어났을 때 한 살로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정확한 게 아닌가 반문해 본다. 최근 딸의 두 돌 생일잔치를 했는데, 딸이 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아내의 뱃속에서 잉태되어 보내었던 약 1년의 시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내 뱃속에서는 태명으로, 세상의 나와서는 법적 이름과 더불어 태명이 변형된 별명으로. 태명을 붙이는 문화가 이웃 동아시아권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조금 신기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있다가 없어진 것인지, 아님 애초부터 한국만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름을 붙여주고 태어났을 때 한 살로 인정해 주는 게 아이를 한 개인으로 인정해 주는 제대로 된 나이 셈법이 아닌가 싶다. 다만 태어난 년도에 맞춰서 생일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미리 당겨서 한 살 올려주는 건 개인 특성이 덜 존중되는 방식이 아닌가 싶어, 지금 세상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한국식 나이 셈법에는 과거 영아 사망률이 워낙 높아서 일부러 나이를 빨리 먹게 하려고 했다는 설을 자주 들어보았지만, 나는 이보다는 탯속에서부터의 시간부터 자녀를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하고,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들은 모두 나이가 같다고 규정하는 한국인 특유의 평등의식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혹은 과거부터 한민족의 선조들은 자녀들이 빨리빨리 크길 바라는 마음에 나이를 미리 당겨다가 붙여 주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한 해본다. 적합한 비유가 아닐지 몰라도 월급이 들어올 것을 생각하고 신용카드로 다음 달 월급을 미리 당겨다 쓰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사용한 신용카드 돈을 갚는 과정은 오히려 만 나이 셈법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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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자의식이 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11월생인 나는 아마도 음력설을 전후로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텐데, 아직 만 나이로는 39이고 기존의 한국 나이로는 41인 나의 진짜 생물학적 나이는 이제 40 진짜 마흔이 아닐까?


내 나이를 사십이 아닌 마흔으로 새고, 나이 셈법도 한국식 계산법을 일부 차용한 마흔의 생각을 짧게 기록해 본다.

(사진, 39세 생일 겸 방문했건 태국의 어느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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