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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xaramius Mar 28. 2017

Polio: An American Story

by David M. Oshinsky



이 병은 한 때 미국 내에서 한 해에 무려 수만 명의 환자를 발생시켰습니다. 대다수의 환자들은 어린아이입니다만 2-30대들도 많이 걸립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계 감염으로 인해 일어나는 병이구요. 이 병에 걸리면 근육에 마비 증세가 와서 평생 휠체어를 타거나 다리 교정기를 해야 하고, 호흡에 지장이 있는 경우 호흡 보조 장치를 해야 하거나 심하면 Iron lung이라고 하는 곳에서 지내야 하는 등 평생을 불편하게 지내야 합니다. 물론 죽는 경우도 있구요. 당시에는 어떤 질병보다 무서운 병이었죠.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젊은 시절 이 병에 걸려서 평생 불편하게 지내셨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 병, 소아마비와 그 원인인 Polio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병은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 즉 백신 개발이 중요합니다. 


Iron lung에서 지내는 Polio 환자들


두 과학자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이 난제에 도전합니다. Jonas Salk와 Albert Sabin이 그 주인공입니다. Jonas Salk는 죽은 바이러스 (Killed 또는 inactivated virus vaccine)를 이용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백신 개발이 좀 더 쉽고 빠르다는 것과 백신에 대한 안전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죽은 바이러스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백신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이는 과정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요. 반면 Albert Sabin은 약화된 바이러스(live 또는 attenuated virus vaccine)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바이러스를 살아있지만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만들어서 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이 방법으로 더 효과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 반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바이러스를 어떻게 약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겠죠. 개발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입니다.  


두 사람 중 먼저 백신 개발에 성공한 사람은 Jonas Salk입니다. 처음 동물 실험과 소규모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한 후, 소아마비 재단 (National Foundation for Infantile Paralysis)과 함께 미 전역의 백만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시험하는 장면은 책의 백미입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숫자를 얻기 위해서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시행된 임상 실험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Salk의 백신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덕분에 Polio에 감염된 사람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죠. Salk는 일약 ‘스타 과학자’가 됩니다. 그리고 어느 방송에 나와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발언을 합니다.


질문자: ’(소아마비) 백신에 대한 특허는 누가 소유하게 되나요?’

Salk: ’어, 대중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 특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자신이 공들여 만든 백신을 제약회사에 넘기지 않고 무료로 공개한 것은 너무나 훌륭한 일입니다.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그리고 이 정도 업적을 세웠으면 대중들에게 위대한 과학자로 대접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용한 방법 때문인지는 몰라도, 당시 과학자들 사이에서 Salk는 연구자로서는 인정을 못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어’라는 분위기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실험실에서의 Salk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자기 실험실 사람들과 의견 교환은 거의 없이 노트와 메모로만 얘기한다던가, 실험실 연구원들의 업적에 자신의 이름을 슬쩍 끼어 넣어서 논문을 발표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해도 저런 모습이 있다면 저로서는 좋게 보기 힘들더군요. 


한편 Sabin도 약화된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Polio 백신 개발에 성공합니다. 주사를 여러 번 맞아야 하는 Salk 백신에 비해 Sabin의 백신은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했습니다. 백신으로 인한 면역 효과도 훨씬 더 오래갔구요. 하지만 이미 미국은 Salk의 백신 덕분에 Polio의 위험에서 이미 벗어난 후였죠. 이런 Sabin을 찾은 것은 (구)소련이었습니다. 여전히 Polio로 어려움을 겪던 소련에서 Sabin은 그의 백신으로 임상 실험을 하고 성공합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 냉전 중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예외적인 일이지요. Sabin은 바이러스와 백신 연구에 대한 공로로 학계의 인정을 받고 미국 국립과학원 회원도 됩니다. Salk는 ‘연구에는 그다지 뛰어난 업적이 없다’는 이유로 가입이 안 되었구요. 그 후에도 어느 백신이 더 좋은 가에 대한 과학적 토론이 계속되지만... 중요한 건 이미 Polio는 지구 상에서 거의 사라졌다는 거죠.


Polio 백신에 관한 이야기는 과학계에서 유명한 경쟁사 중 하나입니다. 두 과학자가 취한 방법이 너무나 달랐기에 한 명은 학계의 인정을, 다른 한 명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요. 한 편 대중 매체에서 만드는 소위 ‘스타 과학자’의 실체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책의 부제가 ‘An American Story’라고 되어있는 이유는 Polio 백신에 관한 얘기뿐만 아니라 Polio에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March of dimes라는 재단(위에 나온 National Foundation for Infantile Paralysis과 같은 재단입니다)을 설립해서 Polio 환자들과 연구에 대한 기금을 마련하는 과정, 미국의 위생 관념의 변화, Polio 바이러스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그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백신이나 약의 안정성을 검증하게 되는 계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참고로 빌 게이츠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네요 :)


p.s. Killed virus vaccine (또는 inactivated vaccine)도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 influenza 백신이 좋은 예지요. 혹시 오해가 있을까 봐 알려드립니다.

p.s.2 나중에 Salk는 돈 많이 벌어서 그 재산으로 캘리포니아에 Salk institute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세웁니다. 굉장히 연구 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요. (건물도 특이하게 생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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