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문뜩 떠오른다
전주역앞에 몇평 안되는 멋없는 담장과 정원이 있어요.
추측하건데 운치없는 미장공께서 뚝딱 만들었겠지요.
지나칠때마다..참 형편없다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시간이 여물수록
그곳에 심어진 꽃들때문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김제 광활 외할머니댁 뒷 담장에 저 족두리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아련한 기억.
빨갛게 여문 줄기 두꺼운 맨드라미를 낫으로
사정없이 싹둑 잘라 아궁이 불쏘시게로 밑을 지져서는 손녀보라며 백자항아리에 꽂아 주셨어요.
밑을 지져야 꽃이 오래간다 하셨는데 과학적증거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그냥 지금도 믿고 싶어집니다.
저 족두리풀과 맨드라미가 저리 여문걸 보니
그때 추억의 계절이 지금쯤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