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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Dec 01. 2021

너의 안부가 그토록 궁금할 줄이야

별 일 아닐거야, 그렇지?

윤에게

최근에 내가 아끼던 동생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나는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고 그녀에게 아무것도 전해 들은 것이 없어서 추측만 할 뿐이야.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어. 사실 그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내 추측이 틀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큰 것이겠지. 그래서 단정 짓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지난주 목요일은 그녀의 생일이었고 나는 생일 축하 겸 그녀의 안부를 물으려 연락을 했어. 평소 같았으면 빠르게 왔을 답장이 오지 않아 바쁜 일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어. 근데 말이야, 늘 빨리 답장을 줬던 그녀에게 답장이 오지 않으니 이상한 불안감이 들더라고. 걱정이 됐어,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마음이 복잡하게 베베 꼬여가고 있을 때쯤 내 휴대폰에 그녀의 이름이 나타났어. 20분, 고작 20분 늦은 답장이었는데 나는 뭘 그렇게 불안해하고 심란한 마음이었나 창피함이 몰려오더라. 근데 메시지에 답장한 사람은 내가 기다리던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가족이었어. 그녀는 입원 중이라 메시지 확인이 어렵다는 말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겠다고 했어.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답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 지었어. 지금 그 누구보다 더 힘들고 괴로울 텐데 내가 눈치 없이 굴면 안 되잖아.

정말 사람의 직감은 무서워. 그리고 원망했어. 내 불안한 생각이 딱 맞아떨어진 것 같아서 원망했어 나를.



내일이면 벌써 일주일 째야, 여전히 그녀의 SNS는 조용하고 당연히 그녀에게 연락은 오지 않고 있어. 오늘은 어디에 다녀왔고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소식을 알 수 있었는데 일주일이 되도록 그녀의 소식을 알 수가 없네. 그녀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그런데 윤아, 생각해보니까 일주일이 아니야. 꽤나 오랜 시간 그녀의 소식을 보지 못했어.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부지런하게 그리고 걱정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소식을 알리곤 했는데 그걸 못 본 지 좀 오래됐더라고. 사실 나는 알고 있었어. 요즘 그녀의 소식이 뜸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근데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어. 요즘 바빠서 그러겠거니, SNS가 귀찮아서 그런가 보다 뭐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에게 연락해보지 않았어. 그 변화를 깨달았을 때 내가 그녀에게 연락했다면 달라졌을까? 괜찮았을까? 아무 일 없었을까? 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을 하나, 주제넘은 생각이라는 거 아는데 자꾸 신경 쓰이고 마음이 불편해. 그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윤아, 나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해. 별일 아니었고 다만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래서 잠시 푹 쉬고 있는 것이라고. 누구에게나 쉼은 필요한 것이잖아. 지금 그녀는 쉬는 시간인 거야. 푹 쉬고 나면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올 거야. 그녀는 마음이 아픈 게 아닐 거야, 그녀의 우울이 깊어진 것도 아닐 테고. 이번에도 내 추측이 맞았으면 좋겠어. 별 일 아닐 거야. 그렇지?



오늘도 나는 너에게 막무가내로 내 이야기를 털어놓아버렸네.

많은 것을 너에게 털어놓았던 그 시절의 습관은 나에게 여전히 남아버렸나 봐.

오늘도 고마워 윤아. 비록 너를 볼 수 없지만 너의 존재에 감사해. 내 삶에 여전히 남아있는 너에게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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