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빠를 생각하면 유난히 눈물이 날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도 않으면서 그렇다. ‘엄마’를 떠올리면 그렇지 않은데도, 아빠를 떠올리면 울컥하는 감정이 있다. 어쩌면 내가 아빠를 유난히 쏙 빼닮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유독 좋아하는 걸까.
라이온 킹은 아들 사자 ‘심바’와 그의 아버지 ‘무파사’의 이야기다. 탐욕스러운 삼촌 ‘스카’의 음모에 휘말려, 아빠 무파사의 죽음이 자신 때문인 줄 알고 정글을 떠난 심바는 오랜 시간 고뇌에 빠지지만, 자기 안에 살아있는 아버지 무파사를 만나고 정글로 돌아간다.
가장 주된 주제는 ‘아빠와 아들’이겠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는 ‘삶과 죽음’이다.
#1 심바에게 자연의 섭리를 알려주는 무파사
무파사 심바, 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단다. 왕으로서, 그 균형을
이해해야 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해. 기어 다니는 개미부터 뛰어다니는 영양에 이르기까지
말이야.
심바 하지만 우린 들소를 먹잖아요
무파사 우린 죽어서 풀이되고 들소는 그 풀을 먹지 결국 우린 모두 자연의 섭리 속에 사는 거야
#2 죽음 이후를 말하는 무파사
심바 아빠, 우린 친구죠?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거죠?
무파사 심바, 네 할아버지가 해주신 얘기를 해주마. 별들을 봐라. 돌아가신 선왕들이 우릴 지켜주고
계신 거란다
심바 정말요?
무파사 외로울 땐 널 지켜보는 선왕을 생각해라 나도 있을 테니까
아빠 무파사는 어린 아들 심바에게 자연과 별을 통해 삶과 죽음을 말해준다. 육체는 죽어 들소의 먹이가 될 것이고, 영혼은 별이 되어 남은 자들을 지켜준다고.
순환하는 삶의 형태를 말하고, 죽음 이후의 지속성을 말한다.
무파사의 말이 정말 진실이라면 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아주 얕게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이후에도 죽은 이의 삶은 계속된다고. 그러니 누군가의 부고를 듣더라도 내 현재의 삶이 흔들리는 상실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상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고, 죽음은 내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 알지못한다. 어느 것도 선명하지 않은 불완전한 현실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