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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박경진 May 09. 2020

관계를 지키는 계약서 쓰기   


프리랜서가 계약서를 쓴다고요?

저희 같은 작은 기업이 계약서를 먼저 쓰자고 하자니 왠지 미안해요.

제가 그 사람을 못 믿는다고 느끼면 어떡하죠?

1인기업이나 소기업을 대상으로 상담이나 컨설팅을 하다 보면 많은 대표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계약서는 쓰기도 어렵고 쓰자고 하기도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고민입니다. 심지어 일단 계약서 서류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계약서를 쓰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게 되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계약서를 쓰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에게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계약서 : 쌍방 간에 서로 합의한 계약사항이 담긴 문서.



계약서란 사전적으로 쌍방 간에 서로 합의한 계약사항이 담긴 문서를 의미합니다. 저는 아마 1인기업가로서 계약서를 꽤 자주 쓰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데요,  때로는 1년에 수십 개를 쓰기도 합니다.  계약 금액도 다양합니다. 작게는 몇 십만 원에서 크게는 수천 만원 짜리 계약서를 씁니다. 물론, 금액이 큰 경우에는 당연히 일을 의뢰하는 쪽에서 계약서를 쓰자고 합니다. 이럴 때는 계약서도 두툼하고 살펴야 할 내용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계약금액이 적은 경우에도 계약서를 제가 먼저 쓰자고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지인이 일을 의뢰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제가 '을'의 입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를 먼저 준비하기도 합니다.   


제가 준비한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과업의 내용, 계약금액 등 기본적인 계약 사항이 담깁니다.  일반적인 계약서 포맷을 사용하지만 큰 계약이 아닌 이상, 가급적 서로 검토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꼭 필요한 내용만 넣어서 심플하게 만듭니다. 언젠가 어떤 기관에서 주신 계약서에 '갑'과 '을'이 아닌 '동'과 '행'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는데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그걸 응용해서(?) 저만의 계약서에는 '동'과 '행'으로 바꾸기도 했고, 조금씩 제 일에 맞는 방식으로 계약서도 변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에 계약서를 내밀면 상대방이 살짝 당황하기도 합니다. 아니 우리 사이에 무슨 계약서예요? 혹은 이렇게 적은 금액도 계약서를 쓰나요? 하고 반문합니다. 그러면 저는 하나하나 일을 진행 과정을 설명하며 계약 내용에 대해서 동의하는지 묻습니다. 프로젝트의 크기와 관계없이 회의 횟수, 아웃풋의 이미지나 분량 등을 디테일하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해지며 계약 내용을 꼼꼼히 읽어봅니다. 그리고 수정했으면 좋을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 동의하게 되면 각자 사인을 하고 때로는 기념촬영도 합니다. ^^


사실, 이 과정은 때로는 번거롭기도 합니다. 또한 이 계약서는 일의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효력을 발생하게 될 것이니 대다수의 경우에는 계약서만 쓰고 다시는 펼쳐보지 않게 되는 경우들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약속의 확인'과 '관계의 지킴' 때문입니다.


우리가 구두로 나눴던 이야기들은 때로 기억 속에 다르게 저장됩니다. 제게 일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은 제 일의 구체적인 프로세스와 특성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문서로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해도가 커지고 혹여 오해가 있다면 사전에 조율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제가 지인들과의 계약서를 더 강조하는 이유와 연결되는 지점입니다만, 그 사람들을 1-2번의 일로 인해 잃지 않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을 함께 하다 보면 때때로 예기치 못한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 계약서와 같은 기준이 없으면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오해가 생기고 심지어 단 한 번의 일로 수년간의 관계가 날아가는 '이별여행'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물론 법률 전문가도 아니고 계약에 문제가 생겨서 소송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전문가들에겐 약간 소꿉장난 같아 보일수도 있겠네요. ㅎㅎ 저도 필요할 땐  당연히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습니다. ) 그럼에도 제가 계약서를 강조하는 까닭은 이러한 이유에 있습니다. 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대상이나 기업을 만났다면 처음에 조금 어색하더라도 계약서를 챙기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저의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심지어 처음 계약서를 써본다고 일하는 기분이 난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자신도 앞으로 계약서를 쓰겠다고 제 포맷을 빌려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  



우리 사이에 무슨 계약서를 쓰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을 해보세요.


당신과 오래오래 함께 일하고 싶으니까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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