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 잘할 거예요, 어디서든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 "멍작가"는 그 인기에 힘입어 이 책을 출판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연재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귀여운 그림으로 가득한 이 책은 술술 읽힐 정도로 가독성이 무척 좋았고 공감되는 내용들도 많아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스카치테이프와 포스트잇을 만드는 외국계 회사에서 5년 동안 근무했다. 추정컨대 저자가 다녔던 외국계 회사는 3M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5년 간의 직장생활과 왜 퇴사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고 퇴사 후 해외에서 일상이 된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이 유독 공감이 되었던 이유는, 나도 첫 직장이나 다름없던 회사를 5년간 다니고 퇴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렸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회사라는 거대한 기계의 작은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너무 힘들게 했다. 퇴사하기 1년 전, 경영진이 대거 교체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고 육아휴직으로 돌아온 여직원의 책상이 없어진 것을 목격했다. 열심히 일한들 나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나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끔찍했다. 의욕도 상실하고 갈수록 살은 빠지고 마음의 병만 깊어져서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
오랜 고민 끝에 퇴사하기로 결심했지만 너무 두려웠다. 어디라도 소속되어야 하는 소속 압박감 때문에 필리핀의 어학원에 등록한 후 퇴사했다. 퇴사하고 나서도 한동안 악몽으로 시달렸다. 꿈속에서 미친 듯이 일하는데도 일이 줄어들지 않는 그런 무서운 꿈이었다.
그렇게 퇴사 후 1년 정도 푹 쉬었다. 그래도 소속에 대한 압박감은 여전해서 회사에 소속되지 않았을 뿐이지 학원이나 정부 지원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단체에는 꾸준히 소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저자처럼 살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쉬면서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었지만 통장의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1년 정도 쉬니까 취업 압박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백수 신분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퇴사 후 1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거나 정말 뭘 좋아하는지 연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경력과 전혀 관련 없는 업종에 신입 사원으로 취직했다. 그렇게 결혼식을 4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다시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과거보다 많이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 후, 지난 8년 간 출산휴가를 제외하고 늘 일했다. 그 사이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산후 우울증도 겪었고 쌍둥이 육아로 극심한 스트레스도 겪었다. 하지만 마음은 많이 단단해졌다. 단단해진 마음만큼 조금씩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바스락 모임 멤버가 지금 베트남 다낭을 여행 중이다. 가족사진을 공유했는데 환하게 웃는 가족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 후 바로 다낭 왕복 항공권을 질렀다. 이번 주 주말에 시댁 제사로 고창에 내려간다. 제사만 지내고 올라오기 아쉬워서 우리 가족은 소소하게 여행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해서 작은 동물 농장에 갈 예정이다. 말 그대로 소소한 여행이다.
완전한 행복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일상 속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의 존재 가치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론 말 안 듣는 아이들 때문에 성질이 버럭 나기도 하고,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해 매너리즘과 슬럼프를 겪기도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재료로 쓰이고 일상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