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레이 Jan 13. 2019

2019년 1월 13일_책 읽기와 공부

대학 졸업 후 나를 계속 따라다녔던, 보다 더 자기과잉적으로 말하자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진 질문 중에 그래도 기특한 질문 중 하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나아가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다. 

답을 못 찾고 이런저런 책을 소일거리 삼아 보던 때에 현명한 답을 내려준 사람이 있었다. 회사에 자주 놀러오던 박사님이었다. 함께한 밥그릇과 술잔과 주고받은 대화가 빠르게 늘어나던 차에 그에게 물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그는 한 가지 분야를 파라고 했다. 역사학이든, 경제학이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을 1년 동안 몰두해서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예술을 한번 공부하라고 권했다. 물론 중도에 포기했지만, 그 말에 감동을 먹고 예술 분야의 책을 챙겨보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흐지부지되었다. 다시 갈 곳 없는 나그네 마냥 여기 잠깐 들렀다, 저기서 잠깐 묵었다 하는 식의 독서로 돌아간 것이다.

지금 다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경제경영 분야와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내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당연히 그쪽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맘처럼 안 된다. 다섯 권을 읽으면 그중 한 권이 될까. 

경제경영과 자기계발을 주로 하는 출판사에 있다가, 그 분야가 싫어 다른 출판사로 옮긴 분을 만난 자리에서 물었다. 스스로의 관심과 취향과 거리가 먼 분야의 책을 내는 편집자로서 당시에 어땠는지. 그는 보도자료를 예로 들며, 기계적으로 일을 했었다고 말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카피 하나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영혼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부분일 것이다. 직업 특성상 관심 및 취향, 작게는 일상 크게는 사상이 더 많이 영향을 끼치는 일인 만큼 자신의 방향과 회사의 방향이 다른 것은 생각보다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나의 방향과 회사의 방향이 다른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인지 모른다. 요즘 책을 별로 읽지도 않는다.     


일이 잘 가는 셈.

자신을 가질 수 있는 공부를 하라.

그리고 자신을 가져라.

용감하라.     


환기미술관의 벽 곳곳에는 김환기와 김향안의 글이 쓰여 있는데, 위의 글은 그중 하나다. 1968년 1월 25일에 썼다고 한다. 일단 빠른 시일 내에, 앞으로 쭉 읽기로 다짐한 이들의 책부터 읽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자존감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