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잉, 역시 봇치코인의 힘은 대단. 평소 올리던 콘텐츠와 비교해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보니 역시 사람은 시류를 타야 된다는 것을 절감함과 동시에 이 기세가 얼마나 갈지에 대한 우려가 교차... 사실 요 콘텐츠가 봇치 더 록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표지와 관련된 노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라 보시는 분들이 원하는 그런 내용은 아닐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지만... 나라고 맨날 정보성 이야기만 딱딱하게 써야 되는 법은 없기에. 조금 더 요 기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카나-분(KANA-BOON) '盛者必衰の理、お断り'(2013.09.25)
앞서 아지캉 이야기를 했지만, 애초에 카나-분도 아지캉의 카피밴드로 시작했던 팀이다. 일본은 이런 선순환이 잘 된다. 어떤 밴드를 보고 나도 음악을 시작해서 성공하게 되는 그런 스토리가 꽤 자주 있달까... 애초에 이들이 주목받게 된 계기도 우승할 경우 아지캉과 합동공연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해 실제로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서였으니... 더불어 < 봇치 더 록! >의 1~3화 엔딩인 'Distortion!!'의 작사/작곡을 도맡은 것이 바로 이 카나-분의 프론트퍼슨 타니구치 마구로라는 사실도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정보이기도 하다.
카나-분 이야기를 하려면, 반드시 2013년의 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번 돈으로 처음 일본 로컬 록 페스티벌에 참전했던 그 해의 기억을. 일본음악을 좋아하는 본인에게 있어 당시 가장 큰 버킷리스트가 있었다면, 단연 현지 최대 나츠 페스인 < Rock in Japan >을 관람하는 것. 혹자는 해외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후지 록이나 섬머 소닉의 규모가 더 크지 않나요 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로컬 페스가 개최되는 일 수도 많고 국외 아티스트에 비하면 개런티도 훨씬 적게 들 터. 2019년 기준으로 후지록은 총 13만명, 록 인 재팬은 33만명. 후자의 압승이다. 자국 내 기반이 탄탄한 일본의 록 신이 그저 부러울 뿐.
당시 카나-분은 막 라이징하는 밴드로, 같은 해 4월에 선보인 'ないものねだり'가 큰 반응을 얻고 있을 때였다. 마침 록 인 재팬에서도 주로 신인들을 세우는 '윙 텐트(Wing Tent)'에 출연이 예정되었던 상황. 사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단계의 아티스트들의 무대이기에 이곳이 만석을 이루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시간 맞춰서 가보니 입장하지 못해 포기하고 돌아가는 이가 속출하던 터였다. '와, 카나-분 이렇게 인기가 많다고?' 라는 생각에 이 돌풍이 금방 사그러들지는 않겠구나 싶었던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누가 "요즘 일본에서는 어떤 아티스트들이 인기가 많나요?"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주로 나는 일본의 로컬 페스티벌의 타임테이블을 보라고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비바 라 록이나 메트록, 록 인 재팬, 와일드 번치, 넘버 샷 등등... 뭔가 최근 좋은 기세를 보이는 아티스트를 찾는다면 전년도 대비 얼마나 큰 캐퍼시티의 무대에 서고 있는지를 보면 되고, 주목 받는 신인을 보고 싶다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스테이지에 못보던 이름을 찾아보면 되는 일. 그런 점에서 봐도 카나-분의 기세는 대단했다. 2013년에 가장 작은 윙 텐트에서 시작해 2014년에 서브 스테이지에 준하는 레이크 스테이지, 2015년에는 5만명의 수용인원을 자랑하는 글래스 스테이지로 쭉쭉 성장했으니. 윙 텐트에서 시작해 2년 만에 글래스 스테이지로 진출한 케이스는, 최근 10년을 비추어봤을 때 마이 헤어 이즈 배드나 야바이티셔츠야상 등 일부 팀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2010년대 일본 록 신의 흐름을 바꿔놓은 팀이라면, 전반기는 카나-분, 후반기는 서치모스를 꼽는 편이다. 디스코 리듬에 기반한 쿵빡쿵빡 그루브와 사람들의 싱어롱을 유도하는 중독성 있는 구절을 통해 '踊るロック(춤추는 록)'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이들이다. 물론 이들과는 별개로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겠지만, 굿모닝아메리카나 키토크, 큐소네코카미, 야바이티셔츠야상이나 요루노혼키댄스 등도 이런 분위기에서 함께 주목받으며 록 신의 최전선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거의 2013~2016년까지의 흐름이었다. 그 이후 서치모스를 비롯한 시티팝 리바이벌 밴드들로 인해 완전히 그 분위기가 급변하게 되지만..
대충 어떤 스타일인지 아래 노래들을 듣게 되면 감이 오리라 생각한다. 이 당시 데뷔하던 밴드들은 열에 한 여섯 일곱은 이런 분위기였... 그나마 아래는 성공한 케이스들.
더불어 록 페스티벌에 딱 맞는 이런 '함께 참여하고 춤추고 노는' 록 밴드들의 전성기를 유도함으로서 페스티벌 신의 성장에도 기여했음은 두말해 입아픈 수준이다. 실제로, 2010년대 초에 길어야 3일이었던 일본의 로컬 페스티벌은 지금은 길게는 5일까지 운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 노래는 'ないものねだり'의 기조를 잇는 메이저 데뷔 싱글인데, 사실 초창기 카나-분의 싱글 라인은 이러한 접근법이 이어지는 탓에 빠르게 식상해지는 감이 있기도. 그래도 이들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부분을 잘 담아낸 'シルエット'이 나루토 타이업의 힘을 업어 최대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했으니 단순히 하나의 장점에 의지하고 있는 팀이라는 시선엔 어느 정도 반론을 마련한 상태이긴 하다. 더불어 제목이 좀 어렵기도 한데, '성자필쇠'라는 건 쉽게 말해 화무십일홍에 준하는 의미로 일본의 고전 문학인 헤이케모노가타리의 내용에서 따온 거라고.
개인적으로 이러나저러나 카나-분의 정수는 메이저 데뷔 전 발매한 EP < 僕がCDを出したら >에 응축되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음악적인 아이덴티티는 'ないものねだり'나 'クローン' 등에서, 여운을 주는 노랫말의 표현력은 '眠れぬ森の君のため'에, 멜로디 메이킹 측면에서는 'さくらのうた'에. 사실상 여기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는 것들을 정규작에 조금씩 풀어놓고 있는 느낌이라, 결국 이들이 제공하는 카타르시스의 최고점을 체험하기 위해 다시금 이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특히 미래에 스타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써 내려가는 절절한 러브스토리 '眠れぬ森の君のため'의 응집력은, 너무 이르게 최고작을 내놓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 정도.
위는 2010년대 JPOP 앨범에 써놓은 내용.
이 EP 외에 카나-분의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가급적 홀수 앨범을 추천하고 싶다. 초창기의 패기를 엿보고 싶으면 1집 < DOPPEL >을, 보다 진지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3집 < Origin >을, 변화하고 있는 이들의 요즘 모습을 보고 싶다면 5집 < Honey & Darling >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근데 뭔가 최근 앨범은 심하게 유니즌 스퀘어 가든 같은 느낌이... 뭔가 속성 직강이라도 들었나 싶을 정도로 사운드의 만듦새나 선율의 전개 방식이 묘하게 닮아 있다. 특히 'スターマーカー'같은 노래들은 정말... (정작 편곡에는 후지패브릭의 카나자와 다이스케가 참여)
여튼 초반 폭발력에 비하면 지금의 기세는 많이 약해진 상태긴 하다. 물론 전성기의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어느 팀이나 어려울 테지만, 이 팀은 특히나 하락세가 좀 강하게 감지되는 타입이랄까... 그래도 최근 불미스러운 일을 딛고 멤버 재편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작품의 퀄리티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 여길만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본 밴드 신의 최전선에 있다는 점은 아직 유효하니... 다만 향후 5년이 아마 롱런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