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ive Repor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Feb 25. 2024

'노래'라는 본질이 가져다준 경이로움

아도(Ado) 내한공연 후기

지금 일본의 음악 신은 그야말로 아도의 시대다. 우타이테로 시작해 어느덧 국립경기장에까지 서게 된 그의 서사는, 일본 특유의 서브컬처 신이 구축한 일종의 성공사례이자 문화적 다양성의 표본과도 같다. 본래 웹을 기반으로 활동했기에 인기 또한 국경에 제한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월드투어 개최가 그렇게 놀랍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공연이 유달리 기대되었던 것은, 그 폭발적인 가창력을 직접 들으면 과연 어떤 감흥이 느껴질지 자뭇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휴 멀다 멀어…

공연장에 도착해 티켓 부스에 도착하니 인파가 상당했다. 암표방지를 위해 관람객 전원 현장수령을 실시한 탓이었는데, 비교적 적은 수의 인력이 일일이 팔찌를 매 주고 신분증을 확인하다 보니 몰려드는 인원을 신속히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 직전까지도 입장하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 결국 공연은 15분 정도 지연되고 말았다. 이러한 입장지연은 지난번 원 오크 록 때 역시 동일하게 발생했는데, 물론 암표를 막기 위한 노력은 인정하나 관련 인력을 늘리던지, 티켓 수령 시간을 분산시키던지 하는 추가적인 운영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대목이었다.


아도는 철저히 공연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LED 룸 안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검은 실루엣만을 노출시킴과 동시에 뒤의 화면과 연계한다던가, 자체적인 효과를 통해 비주얼적인 재미를 더하는 역할을 완수하며 아티스트의 특성을 연출로 고스란히 승화시켰다. 양쪽에는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FX 등의 세션 멤버들이 자리했고, 무대 뒤에 배치된 스크린은 곡에 맞춰 제작된 영상들이 재생되었다. 월드투어의 특성상 비교적 간소하게 짜인 세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촬영이 가능했던 포토 월.

어찌 보면 평이하게 보일 수 있는 쇼를 특별한 지위로 격상시키는 것이 바로 아도의 보컬이었다. 이렇게 노래만으로 끝장을 보는 공연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섬세함과 와일드함을 수시로 넘나드는 그의 폭발적인 가창은 현장감이 더해지며 또 한 번의 임계점을 돌파했다. 공연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앨범을 들으니 오히려 레코딩 작품이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 초반 가성이 조금 작게 들려 진성과 갭이 컸던 것을 제외하면, 그의 목소리는 러닝타임 전반 동안 관객들을 압도하며 자신의 카리스마를 여과 없이 분출했다. 원체 잘했지만 대충 하는 법도 없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100%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 실루엣엔, 그야말로 ‘경이롭다’라는 말만 되뇔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르고 긁고 찢는 그런 곡들이 세트리스트 전반 곳곳에 숨어 있었음에도, 그의 피지컬은 자신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스튜디오 작품에서 보여준 디테일한 표현 역시 살뜰히 챙겼다. ‘ラッキー・ブルート’에서는 진성과 가상을 오가는 변화무쌍함을 그대로 재현했고, 제대로 힘을 실은 샤우팅으로 관객을 전율케 했던 ‘リベリオン’ 역시 인상적.


개인적으로는 전조에 이은 고음을 깔끔하게 소화했던 ‘ギラギラ’, 곡의 속도감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파워와 스피드를 보여 준 ‘阿修羅ちゃん’이 특히 좋았다. 여기에 하이라이트는 ‘이게 라이브로 될까?’ 싶었던 ‘愛して愛して愛して’. 절규하는 듯, 울부짖는 듯, 그리고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음악’에 대한 그의 자세, 각오마저 엿보이는 듯했다. 마츠바라 미키의 ‘真夜中のドア~stay with me~’는 그와 썩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중간에 쉬어가는 부분으로서는 좋은 선택이었던 듯싶다.

공연장 내부는 아예 촬영이 불가했기에..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대한 반응이 특히 좋았다는 점은 앞으로 일본에서 타이업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 격화되었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이번 기회를 통해 공연장을 처음 찾은 것 같아 보이는 이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아직은 이곳에서 어떻게 호응하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약간 헤매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오늘 관객 비율의 몇 퍼센트 정도가 공연시장의 소비자로 거듭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도는 16곡을 내리하고 본 공연 마지막 곡 전에야 멘트를 건넸는데, 이때 반응이 엄청났던 것을 생각해 보면, 결국 현재의 음악 신은 팬덤 위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재차 실감하기도.


공연이 끝난 후, 보컬이 이 정도로 압도적이면 다른 건 필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는 종합예술이다,라는 생각에 살짝 균열이 갔다고 할까. 물론 최근 높아진 티켓값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을 했겠지만, 노래나 연주 외에 연출이나 흐름, 특히나 멘트까지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좋은 공연’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해 왔던 터다. 그럼에도 아도의 공연은 그냥 ‘노래’ 하나로 끝이었다. 약 2시간여의 러닝타임 동안 가창만으로 몇 번이고 소름이 돋는 경험, 당분간은 없지 않을까 싶다.


가격 때문인지 뭔지 수량이 꽤 남아있었다.

다만 과연 이런 페이스의 공연, 활동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 올지 모르는 먼 미래를 위해 그가 가진 날 것의 역량을 정제하고 다듬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역시나 회의감이 들었다. 그것이 과연 아도일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임팩트 있는 아티스트가 탄생했을까 싶은 거다. 타고난 것을 맘껏 분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가 뿜어내는 최대치의 피지컬. 그에서 비롯되는 ‘음악’이라는 본질 자체가 선사하는 전율이야말로 이 아티스트가 가진 개성이자 존재의미가 아닐까. 그것이 이번 공연을 관람한 뒤 정리한 나의 결론이다.  


하츠네 미쿠로 쌓아 올린 ‘보컬로이드’와 ‘우타이테’라는 일본의 서브컬처 신은 어느덧 수많은 메이저 스타를 탄생시키에 이르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굳이 전체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아니라도, 자신만의 명확한 장점과 개성이 있다면 이를 극대화해 키워줄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이 구축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도 또한 그렇다. 자기혐오로 휩싸여 있던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부추긴 것은 인터넷 속 작은 세상이었다. 그곳에서 자유롭게 갈고닦은 자신만의 달란트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아도’라는 에고로 거듭났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루트가 선사한 경이로웠던 순간. 한편으로는 KPOP 외 선택지가 많지 않은 이곳에서도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타협 없이 성공하는 케이스가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 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의 꿈을 덧그렸던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