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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관에 사는 남자 Oct 02. 2020

고2, '지금부터 수능을 준비해도 될까요?'

고민우체통에 도착한 6번째 편지.

고민우체통에 여섯 번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고민은 '진로'에 관한 고민인데요. 이번에 사연을 보내주신 분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실까요?




* 익명성 보장을 위해 사연은 충분히 수정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2 학생입니다.

 저는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이 있었어요. 대학에 가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는 일이라 거기에 맞게 준비하며 공부에서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꿈이 간호사로 바뀌었어요.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학과가 있는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데, 얼마 전 받은 성적표로는 결코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에요.

 지난 세월을 너무 헛살았나 싶기도 하고, 공부를 포기했던 제 자신이 너무 싫고 화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덕분에 아직도 방황을 하고 있어요.

 방황하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갈 텐데, 너무 혼란스러워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요.

 저는 솔직히 수능이 뭔지도 잘 몰라요. 저희 집은 교육에도 관심이 없고, 저 역시 대학에 갈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과연 대학에 가서 간호사가 될 수 있을까요?



 보내주신 고민을 읽고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과연 어떤 답변을 드려야 할까?'


 누군가에게는 그저 될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 정답일 있고,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걷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어요. 또는 그 길이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길인지 깊이 고민해보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죠.


 그래서 오늘은 제 경험을 조금 이야기해드릴까 합니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가 예전에 고민우체통을 통해 받았던 고민 중 이런 사연이 있었어요.


 평생 운동에만 매달렸는데 부상으로 더 이상 운동선수 생활을 할 수 없어서 고민이라며 사연을 보내주셨죠.


 운동도 잘하고, 좋은 성적도 내고 있으니 앞으로 해오던 대로만 열심히 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내실 거라고 기대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던 부상으로 평생 걸어오던 길을 더 이상 걸으실 수 없게 된 거죠.


 과연 그분은 자신이 운동 말고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상상을 해보신 적이 있을까요?


 평생 운동만 생각해왔는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일로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요?



 부상 때문에 운동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건 이미 정해진 사실입니다.


 그러면 부상을 탓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이미 아시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저 역시 지금은 이렇게 고민 상담도 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글도 쓰고 있지만 먼 미래에는 또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난 일이고, 일어난 일은 지나간 과거일 뿐이에요. 아무리 지난 일을 돌이켜봐야 자신에게 득이 될 건 많지 않아요.


 그렇다면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공부에 관심 없던 한 사람

 저 역시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덕분에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이 상위권에 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게 친구들보다 조금 나은 성적을 가지고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죠.


 고등학교에 가서도 평소처럼만 하면 적어도 중간은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죠.


 고등학교에서 처음 본 모의고사는 반에서 꼴등을 했어요. 아마 전교에서도 최하위권이었을 거예요. 시골에서 공부하던 것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었죠.



 하지만 저는 낙담하지 않았어요.


 대신, 공부를 내려놓았죠.


 그렇게 고2 마지막 학기까지 공부를 내려놓고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그러다 고3이 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했죠.


 가고 싶은 대학, 가고 싶은 학과는 없었지만 당장 올해 수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해놓은 공부는 하나도 없었죠.


 그때부터는 닥치는 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공부나 인생에 대한 노하우도 전혀 없던 시절이라 정말 되는 대로 공부만 했어요.


 단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꾸준히 공부해온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쉬는 시간조차 아쉬운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수업 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 야자시간까지 모두 공부에 투자했죠.


 덕분에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추억은 기억 속에 남는 게 거의 없어요.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면서 목표로 정했던 대학보다 조금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이유는 제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니에요.


 제가 고3이 되고 그동안 공부에서 손을 놓았던 과거의 제 자신만 탓했더라면 결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게다가 그런 과거로 인해 더욱 방황만 하게 됐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방황하기보다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렸어요.



 학창 시절에는 수능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몰라도 일단 앞으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었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자기 스스로 못할 이유를 찾게 되는 고민인 것 같아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앉아서 고민만 한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예요. 그러면 그 실패로 인해 또다시 스스로를 탓하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목표를 정하고 일단 최선을 다해 달리면 제자리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훨씬 멀리 나아가게 될 거예요.


 간호사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시기보다는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치며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 원하는 전공을 선택해서 입학했지만, 지금은 제가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그때의 노력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때 했던 노력 덕분에 마음만 먹고,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얼마든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제가 공부를 아주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공부 방법에 관한 조언을 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 공부를 제대로 해보신 적이 없다면 우선 공부법에 관한 좋은 책을 한 권 찾아서 2, 3번 정도 반복해서 읽어보신 후에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어서 그대로 쭉 달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같은 노력을 해도 요령 있게 하면 더욱 효과가 좋더라고요.


 목표가 있다고 해서 꼭 한 번에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너무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언제나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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