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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Jun 18. 2024

내이름이박힌책한권

「오이야~」

엄마의 생일은 내 생일만큼 슬프다. 일반적이라 말하는 《단란한 평범한 삶!》

가족이 모여 생일 축하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평범한 것 같지만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최소한 내게는...


생일 케이크. 다들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지만 난 무척이나 어색하다. 해 본 적이 없기에. 나도 엄마도 동생도


어릴 때는 가난하게 살아서 그랬고, (생일날에는 동네 중국집에 가서 동생과 내게 엄마는 짬뽕을 사주셨다. 그날에 짬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나이 들고 나선 뿔뿔이 흩어져 살기에 그날에 한번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알듯이 이런 생일 축하도 해봤어야 알지... 모른다! 환갑잔치도 칠순잔치도.. 팔순잔치도 없이 모두 지나버린 엄마의 생일.


그냥 생일은 아쉬움과 그리움의 날이다.

가족들과 식당에 가서 고기를 먹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혼자되어버린 나와, 혼자 살고 있는 동생, 그리고 혼자 우리들을 키워 준 엄마.

우리는 모두 혼자인 이유로... 매번 오이야~만 외치고 있다.

밥 먹었냐는 물음에도 「오이야」

잘 지내냐는 물음에도 「오이야」

별일 없냐는 물음에도 「오이야」

온통 서로서로 짐이 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오늘도 「오이야」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5년 6년 7년 전인가? '엄마와의 여행'을 처음 이야기하며 이렇게 한순간 한순간의 느낌들을 글로 남겨 기억에서 지워내고 있지만... 그전에도 우리들은 모든 질문에 「오이야」로 답했고 지금도 여전히 대답은 「오이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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