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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이박힌책한권

제주도에서의 두 번째 밤

by 허정구

드디어 내방을 꾸몄다. 산타페 차량에 빈틈없이 바리바리 싸온 박스들을 어림 풋이 바다가 보이려 하는 숙소에 풀었다.

오전 입주청소업체에 부탁해 방청소를 했다. 뭐라 그럴까. 일종의 주술 의식을 하듯 그분들의 손을 빌어 내공갠을 정화했다고나 할까. 물론 돈은 많이 들었지만 어쩌겠니 당장 내가 할 시간도 안되니 도 그렇게 그 일을 하는 전문가를 찾을 수밖에... 물론 구석구석 닦아내고 찌든 때를 모두 벗기진 못했지만 덕분에 나는 오늘 내 이불을 펼치고 잠들려 한다. 청소 후에 식사값이라도 보태주겠다며 짐을 옮겨달라고 부틱을 했고 그렇게 덕분에 3층까지 박스에 담긴 옷이랑 책이랑 잡동사니는 위치 이동을 했고, 11시가 넘어서 돌아온 숙소에서 하나둘 박스를 풀다 보니 거의 다 정리되었다.

이젠 책상만 정리하면 될 게다.

처음부터 낯선 느낌은 없었는데... 여기가 제주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도심과 떨어진 곳이라 인적이 많지읺기에 그러한 건지 아니면 일하는 사무실과 숙소만 왔다 갔다 해서 그런 건지 딱히 외부로 나갈 일이 없어서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새로운 일터에서 하루의 업무를 진행하며, 첫 업무일지를 작성했다. 직원들과도 소통과 관계를 시작했고, 이렇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믿음이 생기고, 신뢰가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새로운 곳이 낯설지 않다는 게 참 신기하지만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서두르지 않고, 흐름을 잘 읽고, 시간과 함께 익숙해져 가면 나는 우리가 되고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을 믿는다.

제주도에서의 두 번째 밤은 여전히 기~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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