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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 Sep 06. 2022

쓰레기 통에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는 남자

베이징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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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없이 베이징 여행 가능? (brunch.co.kr)


  와이파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나니 조금 더 편하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밥을 먹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명동 거리라는 왕푸징 거리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어깨빵을 조심해야 할 정도였다.

 베이징 거리를 잠깐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건 한국인 관광객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외국인 관광객도 보기 힘들었지만 한국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나는 중국과 한국이 가깝고 자유여행으로는 아니더라도 패키지여행으로 많은 관광객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어 쉽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들 만리장성이나 이화원에 가셨나 보다. 하긴 한국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와봐야 14억 인구에 가려질 수밖에 없을 것 같기는 하다.


 휴대폰 배터리가 조금씩 닳고 있어 곧 공항에 가야 했기 때문에 가까운 왕푸징 야시장으로 향했다. 관광객들이 다 어디에 갔나 했더니 왕푸징 야시장에 모여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한국인은 찾지 못했다.)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냄새, 들어가 보니 그보다 더 심상치 않은 먹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한국의 뉴스, 예능프로그램, sns 등을 통해서 중국의 기이한 먹거리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실제로 보고 먹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내가 정말 중국에 왔구나' 싶었다. 생전 보도 듣지도 못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들이 꽂혀 있는 꼬치들, 머리까지 모두 달려 구워진 오리. 예능프로그램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기이한 음식을 뒤로하고 내가 선택한 음식은 탕후루였다. 당시 한국에서 탕후루가 대유행이었는데  중국의 탕후루는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내 엄지손가락 3개 정도 크기의 큰 딸기가 예닐곱개쯤 꽂아져 있는 탕후루가 20위안. 중국 물가치고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기대 그 이상의 이상만큼 맛있었다. 딸기 자체 당도도 높고 과즙이 많은데 거기다 달디단 설탕시럽이라니..

역시 맛없없조합은 실패할 수가 없다.

 탕후루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아주 약간의 도전의식이 생긴 나는 다음 음식으로 고기를 선택했다. 곤충 튀김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었고 그중 가장 만만한 게 고기이기 때문이다.

 15위안을 건네고 받은 향신료 가득한 양고기꼬치. 처음 느껴보는 수상한 향신료의 맛, 진짜 고기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콩고기 같은 식감, 바닷물에 절여놓은 것 같은 강렬한 짠맛에 아직 나는 이 음식을 이해할 그릇이 못 되는구나 생각했다. 당장 이것과 나를 격리시켜야 했다.


 왕푸징 야시장에는 길 중간마다 내 명치 높이까지 오는 큰 음식물 쓰레기통이 놓여있다. 아마 나 같은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지 않을까. 한 입 먹고 버리는 게 아까웠지만 그렇다고 챌린지를 하듯 억지로 먹을 수는 없었다. 고기꼬치가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후 불과 3초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한참 전부터 쓰레기통 옆에서 서있던 겉모습이 깔끔한 40대 정도의 남자. 남자는 내가 꼬치 버리는 걸 보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쓰레기통에 손을 넣어 꼬치를 꺼냈다. 그리곤 탁. 탁. 두 번 털고는 입에 넣고 걸어갔다.  3초의 법칙이 음식물 쓰레기통에도 적용된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나는 큰 충격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30초 정도 멍하니 서 있었던 것 같다.



 괴상한 사건을 경험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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