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계절인가 보다. 아프다는 사람이 많다. 혹, 아플 나이인가 싶다가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아프다는 사람의 나이에 대중이 없다. 젊은 사람도 아프고, 나이 든 사람도 아프다. 여러 곳이 아프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해가 갈수록 몸이 예전같이 않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옛날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는 지혜와 가르침이 요즘보다 많았다. 요즈음은 정보가 워낙 많아서 어른이 아니라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차고 넘친다고들 한다.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따라오지 못한 어른들도 많다. 시대가 그러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넘쳐나는 지식과 별개로 누구든지 경험을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느끼고 깨닫기는 정말 쉽지 않다. 특히 나이가 들면 아프다는 말은, 젊어서 건강을 축적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은, 나이가 들지 않을 땐 정말 몰랐던 말이다. 특히 어릴 적부터 건강하게 살던 사람은 그게 잘 와닿지 않는다. 나는 괜찮을 줄 알고, 나는 안 늙을 줄 안다. 거울을 보며 언뜻 비친 나이 든 내 모습에 흠칫 놀란다. 내가 마흔이 될 줄 몰랐는데 마흔이 되었다. 이제 곧 쉰이 될 테고, 예순이 될 테고 노인이 될 테다. 정말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열세 살 즈음에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줄 알았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 불로초라도 구해질 줄 알았다. 당연히 불로장생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상상한 대로 정말 그런 시대가 오고 있는 듯하다. 만 65세라는 노인의 기준도 조만간 바뀌게 될 것이다. 70세는 물론, 80세 까지도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불과 40년 전에 아무것도 없던 우리 생활이 이렇게나 변했는데 40년 후에는 얼마나 더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인가. 유전자 조작으로 병에 걸리지 않고, 과학의 힘으로 영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이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건강이다. 기초체력이 받쳐 줘야 시술을 받든 수술을 받든 80세까지 일을 하든 돈을 벌든 할 것이다. 나는 이 시대 사람들이 이렇게 건강에 관해서 간과하는 것이 안타깝다가도, ‘아, 인류의 개체수가 너무 많아 일부는 빨리 죽어야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 것인가’ 반문해 보기도 하다.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 당연하게도 인생 가장 중요한 것을 건강으로 둔다. 체대를 나온 체육학도로서 세상의 가장 중요한 것을 차치하고 다른 것을 쫓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운동은 하지 않으면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 휴식을 하지 않으면서 건강과 돈을 바꿔 먹는 것. 운동할 시간에 술 마시러 가는 것 등. 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몸이 삐끗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벌써부터 긴장한다. 물론 건강은 일정 부분 유전자의 힘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운동을 하면 내가 쓸 수 있는 몸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도 믿는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운동하는데 드는 시간과 돈을 병을 치료하는 데 쓸 것이라 믿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 중에 운동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당연하지. 전공이 체육이니까.) 운동에 흥미를 붙이고 자신이 학교에서 공교육을 받는 12년 동안 각자에게 맞는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없어도 살지만 건강을 잃으면 끝이니 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급속도로 근육이 뻣뻣해지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며 오장육부의 기능이 퇴화한다. 이것을 완화시켜 주고 순기능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운동이다. 운동이기만 한다면, 어떤 운동이든 종목 관계없이 다 좋다고 본다. 우스갯소리로 숨쉬기 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정자세로 서서, 진짜 한 호흡 한 호흡 집중해서 숨쉬기 운동만 매일 100회 정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숨쉬기 운동의 효과가 얼마나 큰 줄 아는가. 그런데 이런 모든 말들이 커서 들으면 다 잔소리처럼 들리고 듣기 싫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들은 어른들이 운동에 대한 삶의 자세를 어릴 적부터 얘기해 주면 참 좋겠다는 말이다.
앞서 말했든 체육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체육관에 오는 아이들은 하나 같이 밝다. 마음껏 뛰어 놀 데가 없으니 체육관에서라도 우다다다 뛰고 소리 지르는 모습은, 보는 나에게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다른 학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전반적인 인생에 대한 가치를 알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 ‘요즘 애들이 약해서, 얘는 좀 강하게 키우고 싶어요.’ ‘학교에서 혼날 일이 없는데, 엄하게 대해 주세요.’ ‘게임하는 시간에 줄넘기라도 하고 오면 좋겠어요.’ ‘저는 우리 애를 강한 파이터로 만들고 싶습니다(?)’ 부모 손에 끌려온 애들은 자의든 타의든 운동의 재미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친절한 체육관이 아니고 서비스 마인드가 투철해서 학생들을 모시는 편도 아니지만 운동 그 자체로의 재미를 일깨워주려 노력한다. 사실 체육관이 얼마나 재미난 곳인지 모른다. 앉아서 잡담만 해도 재밌다. 일반 학원과 다른 그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있다 보면 결코 앉아서 잡담만 할 수 없게 된다. 옆에서 샌드백 뻑뻑 치는 친구들을 보면 동기부여도 된다.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땀 흘린 친구들, 형들, 동생들과는 왠지 모르게 더 애틋해진다. 그래서인지 체육관 아이들은 학업부터 부모님, 여자친구, 학교에서 나온 벌레얘기 하나까지 나에게 다 이야기한다. 그것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들까지 말이다. 난 고등학생을 보면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고 내외하는 편인데, 이 아이들은 내 앞에서 빤스만 입고 훌렁훌렁 옷을 벗거나 초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수다를 떤다. 아이들이 가장 관심 있어할 연애 상담도 많이 한다.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나에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해 준다는 것이. 함께 땀 흘리며 살 부대끼고 미트를 잡아주다 보면 그런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체육관 코치의 특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엄마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을 나에게는 서슴이 없이 드러낸다.
이렇게 장황하게 체육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말이다, 이 아이들이 커서 나 같은 사람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야말로 중학생 때부터 쉬지 않고 체육관에 눌러살던 체육관키즈였다. 물론 나는 선수 생활을 했으니 더 적극적으로 체육관을 다녔지만, 그렇게 한 때 체육관에서 땀 흘리며 운동을 한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 끊임없이 운동을 찾게 만들어 줄거라 생각한다. 나는 이 점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면 다른 것에는 돈과 시간을 써도, 운동을 하는 데에 쓰기는 정말 아쉬운 때가 많은데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으니 운동을 해야지’ 하는 결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마치 독서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것 같이 어릴 적부터 습관이 들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이렇듯 나처럼 자라 성인이 된 체육관 키즈들은 지병 하나 없이 건강하다. 우리 회사는, 전 임직원이 일선 코치, 지도자 출신으로, 체육관을 오픈하자고 했을 때 코치진이 많아서 걱정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우리가 체육관을 오픈하기 전의 삶 역시 비슷했다. 회사 마치고 술 마시고 노는 사람 한 명 없이 각자 매일 식단을 짜서 절제해서 먹고, 항상 운동을 했다. 운동은 생활이었다. 엄청 바쁜 와중에도 동네 체육관에 나가면 나와서 조깅을 하거나 축구를 하는 선배들을 종종 마주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건강에 대해 자만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여하튼 또래 친구들보다 아픈 곳 적고 병원을 덜 가고 건강검진 점수를 잘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운동하는 습관, 평생 운동을 해 왔던 관성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30대 때까지 축적해 놓은 근육을 평생 갉아먹고 산다고. 확실히 30대가 되니 근육이 예전처럼 붙지 않는 걸 실감하긴 했다. 그러나 그때 경각심을 가지고 운동을 하는 사람은 확실히 달라진다. 40대가 될 때까지 가만있으면 진짜 근육이 야속하게 빠지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 언젠가부터 야비하게 엉덩이와 가슴 근육 운동을 주로 하긴 하지만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늘 평균 이상의 인바디 점수를 받았다. 뭐, 체육관의 코치로 일하고 있는 내가 하기엔 너무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체육관에 오는 성인들 역시 같은 결의 사람들이다. ‘이런 운동은 처음인데요......’하고 쭈뻣쭈뻣 들어온 성인들 역시, 매일 체육관 운동기구 중 가장 무겁다는 체육관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실컷 땀 흘리고 오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뿌듯하게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역시 큰 보람이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자주 말한다. 더 어른이 되면 힘드니까 운동을 하라고. 물론 잘 듣지 않는다. 동생들도 많이 커버렸기 때문이다. 아프다며, 병원 다닌다며, 손쉬운 영양제만 복용하려 든다. 영양제라도 안 먹는 것보단 낫지만...... 그래, 사람마다 중요한 우선순위가 다르니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건강이 제일이다, 이런 말 들으면 또 동의하는 것 같던데......
상대를 바꾸어 아이들을 붙잡고 얘기한다. 운동 너무 재밌지 않냐고, 많이 하고 싶지 않냐고. 그 운동이 좋아서 따라 하는 친구들을 보면 희망차다. 저들은 분명 덜 아프고 건강하게 살 것이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말이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어서라도 어린이들에게 운동을 권해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 특히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면역이 떨어져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젊은 친구들에게, 나아가 후대에 전해줘야 할 우리의 지혜이고 진리다. 권하지 못한다면, 운동보다 공부가 중요하니 운동할 시간 없다고 말하는 어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시간 운동하는 것이 평생 나에게 얼마나 많은 신체적 건강을 적립해 줄지. 그것을 알고 일깨워주는 어른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