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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기-1

매 순간이 초과된 나는 쉽게 방어 염증을 유발한다.

by Grace Hanne Lee

성경 다음으로 내게 좋은 삶의 고찰을 주는 책이 있다. 손에 들고 다니기에도 좋아 종종 읽는 책이다.

일본 이름은 유난히도 외우기 어려워서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이름도, 값비싼 의류 브랜드 옷 이름도 백번은 들어야 기억이 날까 말까 한 내가 정확히 외우는 유일한 이름이 이 책의 작가 이름이다.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는 이런 글이 있다.


- 고뇌가 없는 사람은 인간성을 잃는다

이 한마디를 빼놓고는 인생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고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 다. 고뇌가 없는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한다. 고뇌하지 안 는 인간에겐 신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뛰어남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상식적으로 플러스에 가깝다. 그런데 세상은 매우 복잡하다. 수재가 아닌 평 범한 사람들이, 협조가 아니라 비협조 때문에, 근면 대 신 게으름과 유복하지 못한 빈곤, 그리고 건강하지 못 한 병마에 의해 세상에는 전에 없던 뛰어남이 발생하기 도 한다.

어떤 운명으로부터도 우리는 배운다. 그것을 배우지 못한 인간만이 운명에 패배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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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나이에 비해 성숙한 편이고 특출 난 편이었다. 외모도 사고도 업무 능력도 심지어 신앙심마저도 월등하고자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그것을 점점 티 나지 않게 하는 법을 배우긴 했어도 여전히 맡은 역할이라던가 양, 결과 등이 보통보단 상향한 위치에 있었다. 나는 그게 신이 내게 조금 더 주신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어릴 적 나는 그런 영역에 대한 감사로 어딘가 부족한 남자들을 만났다. 늘 뛰어나고자 하는 욕심에 따른 일상의 긴장감 때문에 연애만큼은 경쟁적이고 싶지 않았기도 했고, 더 많이 가진 내가 덜 가진 이와 받은 바를 나누어야 한다는 묘한 사고가 기저 했다. 예상대로 호되게 데고, 심연까지 갔다가 신이 주신 선물 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 셋과 회사를 다니는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다행히도 나의 욕심은 신앙을 만나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고 발전적인 색을 띠고 있다. 대부분은.


내가 유난히도 어려워하는 영역이 있는데 그것은 게으른 사람을 봐주는 일이다. 나 스스로도 부지런을 떨어 목적달성 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천성이기에 더욱 쉽게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 게으름에 대한 불쾌는 꽤 포괄적이고 넓은 범주에 적용된다. 심지어 내 자신도 게으른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능률이 적은 것도 노력하지 않은 게으름 같고, 옷을 갖춰 입지 않는 것이라던가, 말투를 세련되고 부드럽게 교정하지 않는 것, 대화 중 좀 더 예리한 관념에 대해 충분히 귀 기울여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태도 등을 잘 못 참는다. 그런 상황이 오면 나는 상대를 조금 얕보게 된달까. 아이 셋을 키우며 늘 평균이상의 고과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나보다 더 바쁘거나 더 머리 아프거나 더 사건사고 많을 사람 둘이 보통 많이 있진 않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이런 교만은 나를 염증 하게 한다. 지속적인 우위에 남고자하여 불필요한 정치, 과로, 욕심 등을 결과하게 되고, 필시 염증을 일으키고 곪게 한다. 삶은 꽤나 변태적인 것이라고 생각학 때문에 간혹 이런 염증이 오히려 발전이 되는 경우도 닫아놓진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염증은 촘촘한 내 인생의 순간들을 굉장히도 눅진하고 진득한 콧물가래같이 끈적이게 한다. 쉽게 지나갈 자극도 잘 떨어지지 않게 달라붙게하고, 기쁘고 즐거울 수 있는 일들도 꽉 막힌 스트레스 안에 갇혀 갑갑하게 만든다. 여유. 그 여유를 잃으면 나의 일상은 갈피를 잡기 힘든 항해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도구인데 이 교만 염증이 그 여유를 잃게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나는 부단히도 이 것을 없애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한다.


소노 아야코의 글은 나를 좀 더 부드럽고 잔잔한 말투로 달래고 일으켜준다. AI가 자처해서 감정 쓰레기통을 외치며 다가와도 이런 수렁에는 책만 한 게 없다고 느낀다. 한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이 책의 글은 내게 정서탈무드이다. 정서의 바탕을 다듬을 수 있는 기회였다.


나이 마흔을 향해간다. 혹자는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고 나이 듦이 지배적인 시기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인생의 리즈 시절의 도래라고도 말한다. 지금 나는 이 시기는 내게 <버티는 시기> 인듯하다.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나의 광속감의 일상은 내 영 여러 군데 염증을 유발하며 나의 바닥을 보게 하면서도 염증을 치료하며 성숙하게도 한다. 나의 교만에 대한 사색을 이어준 아야코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오늘 하루도 파이팅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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