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싫었군요
함께 읽는 책은 어려워야 한다
책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나눠야 하는 만큼 기대에 대한 충족을 채워줘야 하고
그렇다 보니 독서모임에서의 책 선정은 쉽지 않다. 독서모임에서는 각자가 추천하는 책을 하고,
그걸 같이 읽고 공유한다. 그게 혼자서 책을 읽고 느끼고 감동하는 것과 다른 지점이다.
물론. (독서모임을 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일 뿐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모두의 취향을 맞추는 공통분모를 찾기보다는 서로가 가진 취향이나 관심사의 일부를 나누며
모르는 분야 쪽으로 슬쩍 발을 담그게 하고 물을 들이는 부분도 있다. 다만 오랫동안 우리들은 책을
읽어가고 또 읽다 보니 이제는 눈도 높아지고. 까탈스러워지며 선정의 기준이 높아진다.
(왜 이리 변명이 심한 것인가)
언제나 과학분야의 책을 해왔던 내가 또 한 번 도전한 분야는 [수학]이었다.
그전에 이미 [도둑의 도시 가이드]라는 건축 관련 책을 하려 했지만 발제자 보다 먼저 읽은 정이
재미가 없다며 고개를 저어 교보문고에 가서 리스트업을 하고 다시 도서관에 가서 추리고 추려
교보문고에 가서 리스트업을 하고 다시 도서관에 가서 추리고 추려
핫한 베스트셀러[수학이 필요한 순간]으로 바꿨다.
그러나 역시,
바꾼 보람도 없이
참여 인원이 저조했다. (그럴 줄 알았다. 상처는 받지 않았다. 흥행 기록에 금이 갔을 뿐이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못 빌릴 것을 걱정했지만 모두가 도서관 서가에
이쁘장하게 꽂혀있는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것을 빌렸다고 했다.
물론 나도 같은 실상. 빌려서 읽다가 발제자의 가오가 있어서 구입했지만.
정말 도서관에서 새책을 빌려 읽고 싶다면 과학분야를 가보시라! 두꺼울수록 새책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과학분야와 담을 쌓고 있다. 2018 신문사들이 모두
꼽은 추천도서였는데 말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를 지은 문유석 판사 역시 <쾌락 독서>에서도 밝혔는데
본인도 과학과 거리가 멀어서 억지로라도 가까이한다는 말을 했다만
그의 과학분야 독서 편력은 감히 따라가지 못하겠더라.(왜 나는 또 쓸데없는 이야기를)
발제를 하기 위해 틈틈이 PPT를 준비하고, '가볍다고 광고하는 노트북 그램'을 무겁게
짊어지고 갔다. 너무 일찍 도착했더니 카페 문은 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안에 불은 환히 켜져 있는데, 문은 잠겨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다 입성.
하나 둘 모여들어 커피를 시키고 슬슬 시작을 했다.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모두가 수포자임을 고백했다. 나 역시 모두가 싫어하는 책을 발제하기 위해 나는 오랜만에 X와
Y의 2차 방정식도 풀어보고, 3.14 파이도 기억해 내고, 근의 공식도 떠올려보곤 했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은
수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자 과정이다. 그래서 숫자가 나오는 부분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당신에게 과거의 수학은 어떤 거였나요? 책을 읽고 바뀐 것이 있다면요?"
광 : 위험할 수 있다. 무지를 이용해서 부정적인 되었다.
책을 읽고 난 후 그 전에는 0과 미지수 정도였는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었다. 위험성도 공리에서는 끌어낼 수 있지만,
다양함에서는 부정적인 것이 아닌가. 변수가 많다.
경 : 예전에 수학은 나무였는데 이 책을 계기로 작은 숲이 된 계기
과거 수학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을 암기과목으로 공부를 했었다.
중학교 때 이런 식으로 접근을 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 책 안에서 인상 깊었던 수식이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우 : 수학적 사고가 도덕의 그릇된 답을 피할 수 있다.
답은 없지만 근사해 가는 과정이라는 부분
포 : 수학적 사고는 대수가 먼저냐 기하가 먼저냐/ 우리가 찾아가는 것
그리고 활용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은 : 확률이 재밌었는데. 예전에는 확률을 싫어했었다.
거부감이 들었지만 재밌게 읽었고. 예전에 좋아했더라면
도박에 빠졌을지도..
옥 : 수학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과 왜? 를 알려주니까.
원리를 알게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자연수에 대한 부분도 좋았
자연스러운 게 아닌 수라는 것
수와 숫자 체계가 다르다는 점. 숫자 체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광 : 수학의 난도가 높아서 흥미가 낮다. 나라적인 문제가 있다
현 : 영국에서 수학선생님을 하고 있는 친구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나라 수학 수준이 높다. 초등학교 때 배운 것을 외국에서는
중학교에서 배우고, 미분 적분의 경우는 아예 정말 대학 가서 할 애들만 배운다.
정 : 앙코르와트에 갔을 때. 똔레삽 호수에서 돈을 받는 사람에게
모아서 주니까 제발 한 명씩 줘라.라고 했었다. (곱셈 따위 못하는 것인가)
수를 읽는 체계가 아시아 사람들이 언어적으로 수를 읽는 게
달라서 암산이 빨라진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을 하니까 앞의 것을 잊지 않게 된다.
언제부터 수학이 재미없었을까? 사실 내 경우에는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기도 한 준비반으로 학교에서 선행학습도 해봤었다.(그 시절에)
물론 고2 때는 '국어를 잘하는 이과생'이 되었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서
어정쩡하게 공부를 했었다. 어쩌면 수학이란 또는 과학 같은 것은 정말 치우친 이들이
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나왔던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든 본능적으로 다르다. 그러니 실전에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자율주행 시스템은 안된다. 책임져야 하는 소재를 분산시킨다.
나는 이 말에 내가 또 놓친 부분이구나 싶었다. 무조건 편리하고 안전하게 개발된다면
좋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쿠쿵)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까지 어느 쪽이 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인들이 운전을 하면서 나타나는 사고가
자율주행시스템이 적용되면 좀 줄어들지 않나 싶었다.
자동차는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당신이 ‘수학’이란 과목을 정말 잘하게 된다면
다시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는? 왜?
광 : 스포츠 토토를 해보고 싶다.
우 : 영화 레인맨에서처럼 카지노에서 한탕을~
은 : 건축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 건물 설계, 도형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고,
건축가가 되고 싶다. 일상적으로는 포켓볼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수학을 잘하게 되면
포켓볼도 잘 칠 수 있지 않을까?
정 : 설계/ 건축을 해보고 싶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파밀리아 대성당을 본 적이 있는데
가우디 설계의 모티브를 봤다. 가우디를 분석하겠다. 똑같이 만든다든가.
포 : 인포그래픽에 관심이 있으니까 빅데이터를 활용한 것들을 해보고 싶고,
사주와 토토를 연결시켜서 운세가 좋을 때 토토를 산다든가
옥 : 과학, 실체, 중심이 되는 학문이니까. 다시 공부를 한다면 순수학문 쪽을 해보고 싶다.
대답들이 끝나자, 광과 우는 다른 근사한 답을 해보겠다 했지만 번복의 여지는 주지 않았다.
수학 관련 드라마나 영화 같은 추천할 만한 것은?
정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미테이션 게임 / 앨런 튜링 2차 세계 대전에 암호분석/
은 : 빅뱅이론
이후 우리는 어려웠던 수학책에 이어 퀴즈 삼매경을 시작했다. 문제적 남자에 나왔던
다양한 문제들을 내어보았는데 의외로 짧은 시간에 정답을 향해 접근해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수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놓고서, 수학은 포기했다면서
아니었다. 우리들은 모두 '수학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반증이었달까.
수학이 재미없거나, 뭐하러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고 묻는다면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수학이 아니라고
나 한번 믿고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다. (이 책의 서포터스 아닙니다. PPL 아닙니다)
각자의 아름다운 한 줄평을 옮겨본다
우: 수학적 사고가 무언지 알았으나, 오늘 푼 문제의 답처럼 금방 잊어버리겠지
광 : 수학은 복잡한 것을 명확하게 한다. 그러나 명확함 만이 전부는 아니다
정 : 섬세한 질문이 왜 필요한지를 가르쳐 준 책
은 : 나도 알고 보면 수학적인 사람일 수도.. 확률 너란 놈은 그래도 싫다
현 :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나!
포 : 주관식의 정답은 -1,0,1 중 하나다
경 : 수학은 아름답고, 저는 바보입니다
옥 : 숫자는 수가 아니다. 이제야 수학에 관심이 생겼다
덧붙여서 객관적으로 참석자를 살펴본 결과 이과생을 동생으로 둔 2명의 경우는
말로만 수학이 싫다고 했지, 매우 적극적으로 수학을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겉으로는 싫다 싫다 했지만 그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
어려운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 감사^^
(김민형 교수도 아닌데, 출판사 관련자도 아닌데 내가 왜?ㅋㅋ)
2019년 5월 11일 오전 11시 디벙크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인플루엔셜
참석자 8인
에필로그
보쌈집에 갔다. 친구들은 한결같이 정확한 비율로 소주와 맥주를 섞으면
꿀맛이 난다고 했다. 꿀주라고.
의심이 많은 나에게 꿀주를 주었지만 꿀맛은 느끼지 못했다.
아무래도 다음엔 실린더를 마련해야.(근데 소주와 맥주의 밀도가 달라서
황금비율 계산은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집요한 과학쟁이. 그럴거면 과학을 전공하지..)
꿀주를 마시고 달달한 기분으로
벚꽃이 다 떨어진 벚나무 밑에서 봄바람을 느꼈다.
수학보단 역시 수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