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 Boo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새 Jun 17. 2019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김목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한 다발의 시선’을 가진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김목인의 음악을 들으면,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어떤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하다. 그의 첫 전작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음악가’에는 자신의 직업을 둘러싼 풍경에 대한 김목인의 시선이 담겨있다.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해 아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음악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추측이 맞기를 바라며 이야깃거리를 준비했다.



1. 책에 대한 감상


영: 처음 시작하는 음악가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돈을 받을 때의 문제 등 일에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은: 같은 생각이다. 음악가 등 직업을 소개하는 부류의 책은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업무 전화를 받을 때 ‘김목인 씨와 상의드리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옥: 시트콤을 보는 듯 매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유머, 특히 자신을 낮추는 유머가 좋았다. 잘 구성된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도 추천해두었다.


영: 책을 비롯해 미디어에 지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풀리는 듯 했다.


이: 원래 인디밴드 공연 다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밴드 멤버들에 대해 허세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런 허세가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우: 솔직 담백하게 잘 썼다. 김목인은 어리숙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일의 어려운 점을 위트 있게 풀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초반에는 재미있다가, 한 목차마다 호흡이 너무 짧게 끊어져서 중간에 좀 막히는 경향이 있었다. ‘작은 가게로서의 음악가’ 부분이 좋았고, 그 내공이 부러웠다.


포: 원래 지하철에서 카포에이라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데, 이 책은 그렇게 읽었더니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섭외에 대한 꼭지 등 확실하게 한 줄기를 잡고 가는 글들이 잘 읽혔다. ‘뒤풀이와 앙코르의 원리’에 표현된 감정이 카포에이라를 마쳤을 때가 생각나서 공감이 가고 좋았다.


정: 프리랜서로서 100% 공감하며 읽었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모든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일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도 직업에 대해 세분화하여 조근조근 알려준다. 그리고 꿈이 돌고 돌아서 온다는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사기성 농후한 기관’ 같은 것은 나도 그렇고 주변의 다른 이들도 거친 바 있는 경험이다. 뒤풀이 이야기에서는 강의 끝난 뒤의 허전함이 생각났고, 프로듀서에게 피드백 들을 때는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 싶은데 집에 와보면 다시 막막해진다는 부분은 창작자로서 공감됐다. 


경: 원래 김목인의 가사를 좋아한다. 남의 일기 들여다보는 것 같지 않고, 퇴고를 많이 거쳐 다듬어졌다는 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유머도 아주 좋아하는데, 이 책에 내가 좋아하는 김목인의 면모가 잘 드러나있다. 한편으로 ‘뒤풀이와 앙코르의 원리’ 중 관객과 입장을 바꾸어 음악가가 앙코르를 외치고 관객이 다시 입장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부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김목인의 내면 같은 것을 본 것 같아 신기했고, 이 장면을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2. 본인의 일에서 좋거나 싫은 점에 대해 설명한다면?


영: 나에게는 대답하기 너무 쉬운 질문이었다. 일단 남에게 뭘 사라고 해야 하는 내 일의 속성 자체가 싫고, 클라이언트의 개인적 업무까지 처리해야 할 때가 있어 그와 관련된 단어만 들어도 치가 떨릴 지경이다.


정: 우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다소 장황한 말을 착착 정리해서 내놓고 그것이 그대로 실릴 때 기분이 좋다. 싫어하는 업무로는 수금 독촉 전화가 있다. 수강생 과제 검사도 싫다. 수정 요청을 받을 때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가능하면 계약할 때부터 수정은 2회 이내로 제한하는 등 미리 원칙을 정해둔다. (포: 그래서 시안 여러 개 달라고 하면 깔끔하게 안 한다고 한다.)


옥: 제작사 마케팅이라 영화의 제작 및 개봉 일정에 모든 것이 맞춰져야 한다. 규모가 작아 ‘대표님이 뭘 원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라는 식으로 일해야 한다. 가령 갑자기 ‘그 영화 언제 개봉하면 되니?’라는 질문에 여러 옵션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그리고 대행사의 제안에 피드백을 제때 제대로 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한 번 오케이 했다가 나중에 뒤집으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그래도 제작사를 못 떠나는 이유는 영화를 기획 단계부터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급사는 완성된 영화만 보게 되니 개봉하면 잊어버리기 쉬운데, 제작사에서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긴다.


은: 사실 아직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명함에는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적혀있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끔 행사 스태프로 참여하는데 행사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이 재미있다. 한 예로 팬 미팅을 할 때 구성안을 짜는데, 팬들이 뭘 좋아할지 생각하고 순서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는 게 즐겁다.


이: 회사마다 업무의 범위가 달랐다. 작은 회사에서는 카피라이터가 AE의 역할까지 해야 했다. 이때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디자이너가 뭐라고 할 때가 싫었다.


우: 요리의 경우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이 특징적이다. 요리가 잘 나와서 그릇에 예쁘게 담길 때가 가장 좋다. 가장 싫은 건 ‘짬통’ 세척이다.


영: 비누를 만들 때 중간에 뭐 하나가 잘못되면 전체를 망치게 된다. 이처럼 거짓이 없는 것과, 처음부터 끝까지 더러움이 없다는 점이 좋다.


은: 전전 직장에서 블로그 마케팅을 담당했다. 검색 결과 상위에 오르기 위해 똑같은 주제로 원고 수 편을 써야 했는데 그게 너무 멘붕이었다. 그때 한 대리님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중학 수준의 수학책을 갖다 놓고 업무 중간에 풀기도 했다.



3. 본인에게 음악가 혹은 음악은 어떤 존재인지?


은: 평소 듣는 음악이 정해져 있다. 바로 드라마 OST다. 그래서 셔플 재생 중 예전에 봤던 드라마 OST가 나오면 그 드라마의 내용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정: 6년 동안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과 살다 보니 음악을 안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이어폰을 끼는 것과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자기 세계에만 머무르겠다는 의미로 비추어지고, 거절 당하고 외면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옥: 비슷하게 음악이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을 듣는 것이 감정적으로 힘들다. 밝은 음악을 들을 때조차 그렇다.


포: 음악을 틀어두는 것에 대한 생각은 직업에 따라서도 다를 것 같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는다.


영: 나에게 음악가란 곧 음악을 하는 직업인이다. 예전에는 예술가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자의식만 가지고 업무상 지켜야 하는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를 보게 돼 환상이 사라졌다.


우: 음악가의 존재감을 많이 느끼지 않는다. 노래를 들어도 가수가 좋아서 듣기보다 멜로디 등의 요소가 좋아서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목인 '뮤즈가 다녀가다' @클럽 빵 (2018.04.21)

"인생의 정말 좋은 것들은 억지로 부를 수는 없는 법"


2019년 5월 25일(토)

책: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김목인

발제자: 장하경

참석자: 9명



매거진의 이전글 수학이 필요한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