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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n 17. 2019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김목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한 다발의 시선’을 가진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김목인의 음악을 들으면,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어떤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하다. 그의 첫 전작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음악가’에는 자신의 직업을 둘러싼 풍경에 대한 김목인의 시선이 담겨있다.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해 아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음악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추측이 맞기를 바라며 이야깃거리를 준비했다.



1. 책에 대한 감상


영: 처음 시작하는 음악가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돈을 받을 때의 문제 등 일에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은: 같은 생각이다. 음악가 등 직업을 소개하는 부류의 책은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업무 전화를 받을 때 ‘김목인 씨와 상의드리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옥: 시트콤을 보는 듯 매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유머, 특히 자신을 낮추는 유머가 좋았다. 잘 구성된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도 추천해두었다.


영: 책을 비롯해 미디어에 지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풀리는 듯 했다.


이: 원래 인디밴드 공연 다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밴드 멤버들에 대해 허세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런 허세가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우: 솔직 담백하게 잘 썼다. 김목인은 어리숙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일의 어려운 점을 위트 있게 풀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초반에는 재미있다가, 한 목차마다 호흡이 너무 짧게 끊어져서 중간에 좀 막히는 경향이 있었다. ‘작은 가게로서의 음악가’ 부분이 좋았고, 그 내공이 부러웠다.


포: 원래 지하철에서 카포에이라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데, 이 책은 그렇게 읽었더니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섭외에 대한 꼭지 등 확실하게 한 줄기를 잡고 가는 글들이 잘 읽혔다. ‘뒤풀이와 앙코르의 원리’에 표현된 감정이 카포에이라를 마쳤을 때가 생각나서 공감이 가고 좋았다.


정: 프리랜서로서 100% 공감하며 읽었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모든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일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도 직업에 대해 세분화하여 조근조근 알려준다. 그리고 꿈이 돌고 돌아서 온다는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사기성 농후한 기관’ 같은 것은 나도 그렇고 주변의 다른 이들도 거친 바 있는 경험이다. 뒤풀이 이야기에서는 강의 끝난 뒤의 허전함이 생각났고, 프로듀서에게 피드백 들을 때는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 싶은데 집에 와보면 다시 막막해진다는 부분은 창작자로서 공감됐다. 


경: 원래 김목인의 가사를 좋아한다. 남의 일기 들여다보는 것 같지 않고, 퇴고를 많이 거쳐 다듬어졌다는 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유머도 아주 좋아하는데, 이 책에 내가 좋아하는 김목인의 면모가 잘 드러나있다. 한편으로 ‘뒤풀이와 앙코르의 원리’ 중 관객과 입장을 바꾸어 음악가가 앙코르를 외치고 관객이 다시 입장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부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김목인의 내면 같은 것을 본 것 같아 신기했고, 이 장면을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2. 본인의 일에서 좋거나 싫은 점에 대해 설명한다면?


영: 나에게는 대답하기 너무 쉬운 질문이었다. 일단 남에게 뭘 사라고 해야 하는 내 일의 속성 자체가 싫고, 클라이언트의 개인적 업무까지 처리해야 할 때가 있어 그와 관련된 단어만 들어도 치가 떨릴 지경이다.


정: 우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다소 장황한 말을 착착 정리해서 내놓고 그것이 그대로 실릴 때 기분이 좋다. 싫어하는 업무로는 수금 독촉 전화가 있다. 수강생 과제 검사도 싫다. 수정 요청을 받을 때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가능하면 계약할 때부터 수정은 2회 이내로 제한하는 등 미리 원칙을 정해둔다. (포: 그래서 시안 여러 개 달라고 하면 깔끔하게 안 한다고 한다.)


옥: 제작사 마케팅이라 영화의 제작 및 개봉 일정에 모든 것이 맞춰져야 한다. 규모가 작아 ‘대표님이 뭘 원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라는 식으로 일해야 한다. 가령 갑자기 ‘그 영화 언제 개봉하면 되니?’라는 질문에 여러 옵션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그리고 대행사의 제안에 피드백을 제때 제대로 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한 번 오케이 했다가 나중에 뒤집으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그래도 제작사를 못 떠나는 이유는 영화를 기획 단계부터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급사는 완성된 영화만 보게 되니 개봉하면 잊어버리기 쉬운데, 제작사에서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긴다.


은: 사실 아직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명함에는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적혀있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끔 행사 스태프로 참여하는데 행사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이 재미있다. 한 예로 팬 미팅을 할 때 구성안을 짜는데, 팬들이 뭘 좋아할지 생각하고 순서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는 게 즐겁다.


이: 회사마다 업무의 범위가 달랐다. 작은 회사에서는 카피라이터가 AE의 역할까지 해야 했다. 이때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디자이너가 뭐라고 할 때가 싫었다.


우: 요리의 경우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이 특징적이다. 요리가 잘 나와서 그릇에 예쁘게 담길 때가 가장 좋다. 가장 싫은 건 ‘짬통’ 세척이다.


영: 비누를 만들 때 중간에 뭐 하나가 잘못되면 전체를 망치게 된다. 이처럼 거짓이 없는 것과, 처음부터 끝까지 더러움이 없다는 점이 좋다.


은: 전전 직장에서 블로그 마케팅을 담당했다. 검색 결과 상위에 오르기 위해 똑같은 주제로 원고 수 편을 써야 했는데 그게 너무 멘붕이었다. 그때 한 대리님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중학 수준의 수학책을 갖다 놓고 업무 중간에 풀기도 했다.



3. 본인에게 음악가 혹은 음악은 어떤 존재인지?


은: 평소 듣는 음악이 정해져 있다. 바로 드라마 OST다. 그래서 셔플 재생 중 예전에 봤던 드라마 OST가 나오면 그 드라마의 내용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정: 6년 동안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과 살다 보니 음악을 안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이어폰을 끼는 것과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자기 세계에만 머무르겠다는 의미로 비추어지고, 거절 당하고 외면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옥: 비슷하게 음악이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을 듣는 것이 감정적으로 힘들다. 밝은 음악을 들을 때조차 그렇다.


포: 음악을 틀어두는 것에 대한 생각은 직업에 따라서도 다를 것 같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는다.


영: 나에게 음악가란 곧 음악을 하는 직업인이다. 예전에는 예술가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자의식만 가지고 업무상 지켜야 하는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를 보게 돼 환상이 사라졌다.


우: 음악가의 존재감을 많이 느끼지 않는다. 노래를 들어도 가수가 좋아서 듣기보다 멜로디 등의 요소가 좋아서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목인 '뮤즈가 다녀가다' @클럽 빵 (2018.04.21)

"인생의 정말 좋은 것들은 억지로 부를 수는 없는 법"


2019년 5월 25일(토)

책: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김목인

발제자: 장하경

참석자: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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