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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Jun 07. 2019

[열여덟 여행]10. 여기 여차 뱃놀이

즐거워져라 제발


새로운 경험을 즐겨보자는 취지 하에 18명이 한 배에 탔다. 뱃사공이 있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좁은 수로를 따라 마을을 돌아다니는 건데 날씨가 한몫했다. 춥다고 한 마디씩 하고 이게 뭐가 좋냐고 또 한 마디씩 하고, 10분이 지나니 좀이 쑤시는지 저마다들 초등학생들처럼 몸을 비비 꼬고는 마뜩잖은 표정이 보였다. 

물론 절반 정도는 사진을 찍으며 좋다고 헤벌쭉하게 웃는 이들도 있었지만. 낮은 앵글로 하늘과 집을 바라보는 건 일상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수로를 다니는 건 다른 곳도 많겠지만, 그때는 그 수로에 아무도 없었고, 우리뿐이었고, 크게 거슬리는 것도 없으며 하늘에는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과 그래서 차가운 바람도 온순해졌고 나는 순간 ‘이 사람들과 오지 않았었으면 좋았겠다’라고 아주 길게 자주 입을 다물고 30초 이상씩 생각했던 것도 같다.

뱃사공의 유창한 한국 노래 실력도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몫했다. 떠났던 자리로 돌아와 신발을 신고 다시 땅을 밟으면서 여전히 무리들 속에 내가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여전히 대표님은 가이드를 붙잡고 맛집을 소개해 달라 했지만, 패키지여행의 맛집이란 자신의 이상형을 소개팅에서 찾는 거처럼 처음부터 앞 뒤 안 맞는 이야기란 말이다. 

야나가와에서 유후인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패키지여행의 장점은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그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기차를 타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그런 경험은 할 수 없다. 후쿠오카에서 유후인까지는 자유여행이라고 하면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우선은 가자마자 식사를 하러 갔는데 토반 야키라고 나는 맛있게 먹었다. 확실히 남자들의 양이 많아서인지 다 먹고도 식사량이 부족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오래전 유후인에 잠깐 들렀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관광객이 미어터졌다. 핫바 하나에 400엔, 우리나라 돈으로 4000원을 주고 사 먹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고로케 160엔은 저렴한 편이고 맛도 있다. 

주문을 받고 싸주고 다시 주문을 받는 언니 일처리 솜씨에 놀라 고로케가 나올 때까지 관찰을 했다. 일 잘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경외심이 든다. 구경도 하고 고로케도 먹고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여전히 패키지여행의 단점은 약속한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것.

금상 크로켓은 작아서 맛있다는 결론 

벳부 지역으로 가서 가마도 지옥을 구경하고 호텔로 가야 한다. 우선은 가마도지옥. 여기도 벳부 지역을 가면 관광코스 중 하나인데, 벳부 자체가 워낙 온천이 많은 곳이라 사방이 유황냄새가 나고 땅에서 올라오는 증기로 가득한 지역이다. 가마도 지옥이라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단체사진을 또 찍었다. 

아마 회사를 다니며 가장 많은 단체사진을 찍은 워크숍이 이번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는 10년이나 젊어진다는 온천물을 마셨다. 다들 젊어진다고 해서 마셨지만 누군가는 그것 때문인지 돌아와서 장염으로 고생도 한다.

우리뿐 아니라 그곳에 온 관광객 모두와 하나가 되어 위아 더 월드 족욕도 했다. 

저기는 보기만 하는 온천. 매우 뜨겁다. 후끈후끈 

앉을 틈이 없었지만 서로서로 비집고 앉아 족욕을 했는데, 또 의외로 이게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빨리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어 졌다. 예전에는 이런 걸 주지 않고, 유황으로 만든 것을 팔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파는 것이 아니라 입장료에 포함이 되었는지 체험코스처럼 사이다와 유황 계란이 제공되었다. 사이다도 마시고, 계란도 게눈 감추듯이 홀라당 먹었다. 

원래 호텔을 벳부로 잡으려 했지만, 역시나 방은 남아있지 않았고, 1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온천호텔은 벳부를 넘어 구마모토와 벳부의 경계에 있는 산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그래서 좋았다. 

가이세키 요리인데 저 접시 중에 하나씩은 꼭 입맛에 안 맞는 것이 있다

저녁식사는 도착하자마자 먹어야 할 정도로 이미 세팅이 되어 있었고, 커다랗고 기다란 홀에 차려진 가이세키 정식이었다. 세상 음식에 대한 타박으로 점철되었던 이번 워크숍에서 저녁은 그나마 괜찮았다. 너무 양이 많아서 문제였지만. 또 이야기 하지만 패키지여행의 음식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부분이다.

온천을 해야 하니 밥을 먹고 준비를 해서 호텔 로비에서 보기로 한다. 셔틀을 타고 돌아와야 할 것까지 예상하니 8시 40분에는 셔틀을 타야 했다.


온천여행을 다니곤 했지만 유카타를 입는 게 어색해서 입지 않았다. 이번에 입고 보니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어색해도 한번 시도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

유카타는 왼쪽 옷깃이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가이드가 말해줬다. 입고 났더니 나는 키가 작고 유카타는 길고 아동용을 입어야 했나 싶었음. 따로 옷을 챙겨갈 필요도 없고, 갈아입는 것도 굳이 필요 없고, 속옷 위에 유카타만 걸치고 동여매고 나가면 끝. 추우니까 겉옷이 있었다. 세면도구만 챙기고 갈아입을 속옷만 가지고 갔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예전에 아니 온천 안 해 본 사람처럼 실수를 저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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