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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Jul 09. 2019

[열여덟 여행]12. 헤어지자 제발

해외 워크숍 안녕히 


후쿠오카 공항에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줄이 꽤 길었다. 여행이란 원래 가는 데 하루, 오는데 하루. 그런 것이니까. 공항에서의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혼자 있으면 그 시간마저 좋았을 터인데, 동료들과 있는 건 즐겁지 않았다. 

빨리 들어가 면세구역으로 들어가 흩어지고 싶었다.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공항의 맛은 면세점이 아니냐며 짐을 보내고 홀가분한 몸으로 출국심사를 통과해서 면세점 구역으로 들어갔다. 

후쿠오카 공항 면세점은 오사카 공항만큼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좁은만큼 여기도 저기도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타국의 공항에서 보면 반가우면 좋겠는데 어쩌면 이렇게 안 반가울 수가. 

오미야게 파는 곳에서 히요코라는 귀여운 과자를 집었다가 내려놓기를 여러 번 했다. 상하이에 살고 있는 후배는 이 과자가 그렇게 맛있다고 블로그에 올려놓았던데, 분명히 달게 뻔했다. 역시 사서 집에 돌아와 먹어보니 실패였다. 명란 튜브를 하나 사고, 엄연히 후쿠오카 공항인데 도쿄 특산품 과자를 팔고 있었다. 치즈 크래커 같은 과자를 샀고, 대표님이 사주는 돈코츠 라멘을 먹었다. (이럴 때만 대표님을 찾는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늘 정신이 혼미해지는 인멀미를 경험했다. 남아있던 잔돈을 다 써야 하는데 멍청하게도 카드를 썼다. 잔돈 때문이라도 다음 일본 여행을 계획할 그럴 작심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마침내 비행기를 탔다. 오는 길에도 기내식이 나왔다. 공짜는 놓칠 수 없으니 당연히 먹었다. 돈코츠 라멘을 언제 먹은가 싶게 오니기리 섭취는 당연지사. 오니기리를 못 먹어 보고 떠나나 싶었는데 일본과 서울 사이 하늘 위에서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났더니 내릴 시간이다. 다행이다. 코타키나발루 라든가, 방콕이라든가. 4시간이 넘어가는 곳이 아니라 일본이어서.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가이드 중 가장 재미없는 가이드와 인사를 하고, 집에 가는 공항버스를 빨리 타야 한다는 생각에 짐을 찾자마자 서둘러 버스 타는 곳을 향했다. 사실은 너무 오래 붙어있어서 빨리 그들과 떨어지고 싶었다. 

샴쌍둥이의 마음이 이해가 갔달까. 자체적으로 그들과 떨어져 집으로 향했다. 버스 터미널에 앉아 오롯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그래, 이 맛이 여행의 맛인데. 

평정심을 찾기에 충분한 우리나라 노을

집으로 가는 길은 막혔는데 버스 안에서 본 밖의 풍경은 멋졌다. 내가 잠시 한국을 비웠던 그 날들이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다. 한강물이 얼어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도 얼어있었다. 각양각색, 총천연색의 결이 다른 투덜거림을 듣는 것도 고역이었고, 몸으로 놀기 좋아하고,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본에서 어울리기는 쉽지 않았음을 알았다.


버스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그래도 집에는 데려다주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제 1월 1까지 집에 있을 수 있다. 엄마랑 있을 수 있다. 혼자 있을 수 있다. 야호!


그렇게 2018년도 연말을 열여덟, 아니 열일곱 명의 타인과 다른 나라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다음 에필로그가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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