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1 | 일 년 만에 실행에 옮기다
“제주나 갈까?”
“그럴까?”
그 길로 공항에 가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후 제주공항에 내려 문어라면 먹고 바다 한번 보고 돌아와도 재밌겠다. 뭐 그런 허무맹랑한 상상을 직장 다닐 때는 자주 했었다.막상 코로나가 터지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었다가도 호텔을 예약했다가도 취소를 했다.
꽃이 필 때 갔으면 좋았을텐데, 아니지, 좀 선선할 때 갈까? 아니야 이렇게 미루다가는 제주에 표류하고 있는 S를 만나지 못해.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그래! 지금이 타이밍이다 싶게 스케줄의 공백이 생겼다. 원래 스케쥴 같은 게 없는 프리백수지만, 그래도 아예 없지는 않다.
당장이라도 떠나려 했으나 S는 이번 주까지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에는 일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한가할 예정이라고. 어쩌다 제주에 살고 있는 S를 만나 밀린 수다를 떨어야 하니까 스케줄 체크는 꼭 필요했다. 화, 수, 목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호텔도 예약을 걸어두었고, 그 다음에는 뭐 준비할 것은 딱히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여행이라 마음이 살랑거렸는데 여전히 나나 S나 운전을 못하니 갈 범위는 좀 좁았다. 가보고 싶은 곳을 생각하기 보다는 S를 보는 게 설렜다.
정말 몇 년만 인가!
참 촌스럽게도 설레는 마음 가눌 길이 없었는지 나는 예상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했다. 물론 공항에서 친절하게 보내주는 협박문자 덕분이었다. 검색하는데 오래 걸리니 탑승시간 3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문자를 또 곧이 곧대로 믿었다. 코로나 때문에 막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나보다. 막상 가보니 지금은 코로나시대가 아닌가! 물론 예상보다는 줄이 길었다. 그러나 그렇게 일찍 갈 필요는 없었다. 또 낚였다.
검색을 통과하고 공항안쪽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많았다. ‘나만 공항에 안 왔었나봐.’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으나 먹는 곳에 사람이 바글거려 마뜩치 않았다. 결국 배가 고팠고, 커피도 고팠으며 빨리 탑승시간이 되길 기다렸는데 탑승구는 또 여지없이 바뀌고 그 앞에는 또 여전히 자리가 없었다. 그럼 그렇지 탑승구가 바뀌니 제 시간에 비행기가 뜰리가 없었다. 비행기는 타고 나서도 이륙하지 못하고 낑낑거렸는데 그와 화음을 이루며 옆의 옆자리 아이도 발랄하게 떠들었다.
S가 상하이에 있을 때 가끔 들어와 서울에서 보곤 했는데, 그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도통 안났다. 춥디 추운 날 동대문 두타의 쉑쉑 버거 앞이 마지막이었는지, 가로수길을 걸으며 헤어진 게 마지막인지. 기억의 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글로벌 글로벌 노래를 해도 비대면이고 언택트를 말해도 카톡과 전화통화로 떠들어도 결국 사람을 만나야만 했다. 진짜 사람을 만나야 했다. 그래서 마스크를 끼고 불안한 마음과 설레는 마음을 둘 다 꼭 부여잡고 비행기를 탔다. 꼭 2년 만에 타는 비행기는 기류가 불안정한지 제주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너는 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어!’ 라는 사실을 계속 주지시켜 주었다.
기뻤다. 흔들리는 편안함이랄까!
*이 글은 2021년 6월 29일~7월 1일에 다녀온 일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