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케터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담 Feb 22. 2024

MBA 대학원 졸업이 주는 의미

마케터 7년 차, 석사학위를 셀프선물하며 #직장인대학원


The best way to predict your future is to create it.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내가 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간의 대학원 여정이 끝이 났다.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꼬마 팀장을 하던 시절, 커리어 7년 차 미들레벨이 되어 있을 2024년의 나에게 주고 싶었던 선물을 (아주 장하게도! 학부에 이어 대학원도) 휴학 없이 다이렉트로 수령했다. 석사가 된다고 해서 인생이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대학원이라는 것이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만 입학이 가능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내 인생에 있어 잘한 선택이었고, 값진 의미와 배움을 얻었기에 이를 기념하고 또 축하하고 싶다.





대학원 관련해서 주위에서 공통질문을 받은 것을 모아 Q&A 형식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Q. 대학원을 가게 된 계기?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나.

대학원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무조건 나오는 질문이다. 5년 차가 되었을 시점, 앞으로 커리어를 이어감에 있어서 몇 년 뒤의 내가 어떤 것이 준비되어 있으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선택하게 된 것이 대학원이었다.


막연하게 언젠가 대학원을 가고는 싶었지만 시기를 결심하기까지가 어려웠는데, 망설이고 있던 나에게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절친이 해준 한마디가 있었다. "붙고 나서 고민해. 면접부터 봐보자"였다. 정말 이 말이 딱! 석사과정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일단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고. 붙으면 그때 생각할 것을 추천한다. (사실.. 응시하면 붙게 되고, 붙으면 다니게 되고, 다니다 보면 졸업을 하게 되는 거니까. 하지만 응시조차 하지 않으면 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그 시절 대학원을 다닐 결심을 하게 된 이야기는 하단 링크의 글 속에서 자세히-

그리고 때마침 내 나이 스물아홉. 왜인지 다른 차원의 나이 같은 '30대'를 앞두고 나에게 든든한 선물 하나 주고 싶었다. 명품 가방을 하나 사야 하나, 차를 사야 하나, 해외여행을 떠나야 하나. 싶었는데 결국 (재미없게도) 선택한 것은 '대학원'이었다.

https://brunch.co.kr/@dammmmiiiiiii/48



Q. 대학원에 가면 배우는 것이 많은지.

학부도 경영학과(부.미디어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도 경영학-마케팅 전공, 업계에서도 마케팅을 하고 있다 보니 처음 경영 관련 지식을 접할 때만큼 새롭게 배우는 것은 없었지만 실무에서 했던 무형의 것들을 이론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학부 때는 현실이랑 맞지 않는 이론이 참 많다 생각하고 하루빨리 필드에 가서 일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실무자가 되니 이론도 중요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전공과목보다도 인사, 조직관리, 재무, 경영전략 등.. 회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다. 실무에 치여 잊고 있었던 낭만(ex.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브랜딩과 같은)을 곱씹으며 마케팅/브랜딩을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다시금 초심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늘 달려가는 발걸음 & 프로택시러가 된..

Q. 회사-학교 다니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말 그대로 회사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매 순간이 어렵다. 직장인은 출석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업날 출장이 잡히기도 하고, 갑자기 야근을 해야 하는 날도 생긴다. 그런 날은 어찌해야 할 도리가 없다. 밥벌이가 더 중요한걸... 감사하게도 직장인 대학원은 어느 정도는 교수님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를 해주신다. 그리고 다행인 건 나보다도 더 바쁜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무조건 수업은 가야 한다. 조별 발표가 있거나 시험이 있을 경우엔 더더욱 꼭 가야 하고. 민폐는 놉!


내 할 도리 다하고 정시 퇴근할 때도 때로는 괜스레 마음이 쓰일 때가 있는데, 어쩔 수가 없다. 업무 시간에 몰입해서 3배속으로 할 수밖에... 하면 다 되더라 (T아님) 그렇다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더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면 그건 또 아닐 것이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월 1회 이상의 프로젝트 아웃풋을 생성했었는데 오히려 한정된 업무시간에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집중도를 높였고, 수업시간 중간중간에 접하게 되는 레퍼런스에 영감을 받기도 했고, 작은 실무들을 하면서도 거시적인 흐름을 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반복했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막학기 때는 결혼식까지 앞두고 있었던 터라 회사-학교 외에도 결혼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막학기를 남기고 휴학을 할까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남편이 된 예비신랑과 가족, 친구들까지 모두가 뜯어말려줬던 것이 참 감사하다. 멈추면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고 성적과 출석에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용기를 줬었는데, 그때 휴학을 하지 않은 것은 작년 최고의 선택이었다. (거의 울면서 다녔던) 막학기 점수는..... 올 A+ 4.5!


첫 학기 때 이어 수미상관을 이루며 졸업!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는 오후 8시에 셋팅해놓고 알림을 받았던 모티베이션 앱.. 나의 원동력이 된 어플 관계자분들께 압도적 감사..


Q. 대학원 생활이 지칠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는지?

일상 속에 공부를 녹인다는 것은 퇴근을 하고 서둘러 수업에 들어가고 허기진 배를 잡고 집으로 돌아갈 때, 코 앞에서 지하철을 놓쳐 찬 바람을 맞아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나'란 생각이 들어도,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잡한 생각이 들 때면 그냥 했다. 왜 해야 하지, 어떻게 하면 덜 힘들까? 가 아니라 그냥 해야 했다. 교수님이 수업에 오라 하시니 가고, 과제를 내주시면 이번주 과제를 하고. 그러다 보면 방학이 온다! 방학이 오면 어찌나 짜릿한지 느껴보시길.




Q. 그럼에도 대학원 생활의 행복이 있었다면?

나는 캠퍼스를 좋아한다. 캠퍼스가 주는 활기찬 젊음의 에너지. 그곳에서 나도 대학생 때처럼 같이 공부를 하고, 책을 들고 다니고. 그 자체만으로도 큰 에너지를 얻었다. 특히 학교는 제일 예쁜 계절인 봄/가을에 다니다 보니 캠퍼스의 나무와 꽃들을 보며 공부를 하러 갈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회사-집의 동선에서 회사-학교-집 하나의 스텝만 추가한 것뿐인데도 회사의 스트레스를 바로 집으로 가져오지 않고 집에 돌아오기 전의 가장 최근 일을 대학원 수업으로 만들어 리프레시를 할 수 있었다.


회사를 퇴근하고 와서 공부를 하는 일명 갓생 사는 사람들 속에 함께 있다 보면 그 속에서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 하루를 쪼개 쓰는 습관도 들이게 되고. 무엇보다 같이 공부를 하는 동기들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면 다른 회사도 다 똑같이 힘들구나 싶고, 회사 안에서 속 앓던 부분도 정말 작은 일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Q. 평소에 퇴근하고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저녁 6:30-9:30 수업이 있는 학교의 MBA 과정을 선택했고, 수업은 평균 주 2-3회로 이루어졌다. 그중에 최대한 평일에 수업을 덜 듣기 위해 하루는 수업을 토요일 오전으로 세팅했고, 평일에는 주 1-2회 정도 수업을 들으러 갔다. 과제나 시험이 있을 때는 퇴근하고 회사에서 하루종일 보던 노트북을 다시 켰다. 다만, 다음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간제한을 두고 학부 때처럼 목숨 걸고 마무리하진 않았다. 빠르게 집중해서 어느 정도 과제나 시험공부도 만족하며 노트북 Off- 할 수 있을 정도만..

(약간 시험공부도 1장부터 하는 스타일이긴 하나 대학원은 회사와의 병행이기에 이를 많이 내려놓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Q. 직장인 대학원생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① 대학원은 스스로 공부하는 만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강의에서도 배우는 바가 있겠지만 공부는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공부를 얼마나 더 하느냐, 얼마나 과제에 몰입해서 하느냐, 배운 것을 지금 내 실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느냐-로 얻어가는 것의 차이다. 이건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 같은 회사에 다녀도 누구는 많은 것을 얻어가고, 누구는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처럼.


② (회사에) 티 내지 말기. 어느 정도 티가 났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정말 노력했다. 누가 다니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다행히도 우리 팀 동료도 졸업을 앞두고 내가 이야기를 할 때까지 대학원 다니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얘기해 주어서 뿌듯했다.


감사하면서 다니는 마음가짐. 내돈내산인데 무얼 감사하냐고? 지금 내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이 시간과, 이 체력과, 그리고 이 평안함에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나를 배려해주고 있는 가족과 연인에게도. 혼자 다닌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이 다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직장인 대학원의 경우라면 더더욱.


Q. 대학원 비용이 부담이 된다면?

대학원을 선택함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가장 고민이 되고 부담이 되는 부분은 학비다. 임원을 앞두고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곳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자기 스스로 부담을 해야 하는데 내가 고려한 두 가지 부분을 얘기하고 싶다.


첫째,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학비의 대학원을 선택하자. 석사가 된다고 해서 연봉이 학비만큼 오를 수 있는 것이 보장되지 않기에 대학원 선택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만 부담하는 것이 좋다. 학비의 부담이 크면 어쩌다 하루 수업 빠질 때도 등록금이 아깝고, 현타도 더 크게 온다. 그렇다 보면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휴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드는 비용-교통비, 도서비, 식비 등-이 모이다 보면 꽤 크기 때문에 최대한 예산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네트워크 차원이나 전공의 전문성 메리트가 있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운이 좋으면 장학금을 받긴 하나 학부생처럼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다.


둘째, 타이밍. 인생에 타이밍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지금 딱 대학원 다닐 타이밍이다 싶은 순간이었다. 싱글일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대학원 졸업이었고, 업무 경력도 5년 차 이상이었기에 커리어에 있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기였다. 타이밍이 맞다면 그럴 때는 학자금 대출도 고려해 보면서 다닐 수 있으니 그 타이밍을 놓치지 말길!

*지금 바쁜데 대학원을 어떻게 다녀요?라고 묻는 분께 하고 싶은 말은, 우리네 일은 항상 바쁘고 항상 힘든데 기다린다고 그때가 오지 않습니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해야지요.



Q. 대학원 생활을 종료하며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대학원 스토리를 브런치에 꾸준히 남기고 싶었으나 회사와 대학원, 작년에는 결혼 준비까지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 속에서 멋들어지게 글까지 남기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도 짧게나마 중간중간 사진/영상들로 기록해 놓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졸업하면서의 소감은 꼭 늦기 전에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적/심적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 더 수업과 과제에 집중하고, 원우들과의 네트워킹을 시도했을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허리와 어깨가 많이 아팠는데, 운동을 병행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그러나 뭐... 과거는 돌아갈 수 없는 법. 그때는 그렇게가 최선이었다.


Q. 대학원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석사학위도 석사학위지만, 졸업장보다도 값진 건 ①내가 미래를 위해 대학원을 다니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원을 했고, ②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다녔고 ③2년 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분명 인생에 가장 남는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한다는 것까지도 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낸 도전이 분명 또 다른 기회를 줄 것이라는 것도.


대학원을 다니면서 퇴근 후 저녁시간, 토요일 오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과정을 몸소 겪었기에 앞으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자투리 시간들을 모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그렇게 나는 1월부터 빈 나의 시간표에 필라테스를 세팅하고 있다.


정말 멋지고 열심히 살았던 2년을 마무리하며 쓴 이 글이.. 쉽지 않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 미래의 어느 날의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길 바래어 본다.



Q. 박사도 할 건가요?

... 당분간은 공부 안식년을... ㅎ




매거진의 이전글 섬세한 성격이라 먹고사는데, 그래서 힘든 직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