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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씨네 Oh Cine Dec 03. 2018

오씨네 영화리뷰 <소공녀>

삶의 방향성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에 대한 풍자. '집'에 대한 고찰.

<소공녀, 2017> (스포약간)                                          




이 나라는
이상하게 본다.
집 없고 돈 없으면.




미소는 가사도우미다.
그 일을 하면서 매일매일 가계부를 적는데 꼭 포함되는 것들이 있다. 담배, 위스키, 약값이다. 그렇게 살던 중 2016년 새해가 되자마자 소득은 그대론데 담배와 위스키 가격이 오르고, 생활에 부담을 느낀 미소는 대학시절 함께했던 멤버들의 집들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참고로 소공녀라는 단어는 표준어가 아니다. 사전에 나오는 의미는 없지만 소공녀 뜻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대표적 소설 제목으로, 부유했던 한 소녀의 극적인 삶을 통해서 고난과 역경을 헤처가는 스토리의 주인공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넌 집도 없니.
뭔지모를 씁쓸함이 감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집'은 어떤 사람의 생활수준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심지어 집 없는자와 집 있는자로 나뉘어질 만큼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뜨거운 감자다. 집이라는 안정된 공간이 없으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미소는 과감하게 집을 포기하고 본인이 사랑하는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기에 지켜야만 하는 멜라닌 색소, 백발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맛없는 한약도 잊지않고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집이 있는 사람들.
너네 집은 어디야? 라는 질문은 익숙해도, 너는 집이 있니? 라는 질문은 상당히 어색하다.
집이란 존재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평범한 생활의 기본요소다. 하지만 안정적인줄로만 보였던 그들의 삶은 가까이 들여다 볼 수록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있다. 결정적으로 '행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불쌍하고 안쓰럽게 여긴다. 어쩌면 안쓰럽고 딱한 것이 자신들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대학교 밴드는 늘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기에 끈끈한 유대감을 느낀다. 우리는 같이 있으면 그저 편하고 좋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면 점점 편했던 감정은 먼 기억처럼 느껴지고, 너는 너, 나는 나로 돌아간다. 이렇게 매정히 끊어지는 인간관계를 미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그 관계 그대로 이어왔다. 그러나 상호작용이 필요한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이 그 유대감을 함께 공감해 주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이 영화는 '집'이 곧 '안정감' 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풍자한다. 그리고 미소의 소확행에 대해서도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 그대로를 보여준다. 특히 엔딩에서 한강의 텐트를 보며 관객은 각자의 삶의 철학을 투영할 수 있다. '그래, 텐트안이면 어때? 미소만 행복하면 그걸로 된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지, 저건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할 순 없지.' 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신세대와 기성세대간의 문제도 아니다. 정말로 삶에 대하여 고찰해 볼 만한 미끼를 관객에게 던져준 것이다.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결론이 아니라서 나름 마음에 든 결말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다.


"장례식에서 돌리는 청첩장."

"사는게 다 그런거지뭐."

"집이 아니라 감옥이야. 못벗어나."


☆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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