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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Oct 10. 2022

디자인으로 무장한
호텔형 임대주택의 묘수

브랜드 디자이너가 바라본 공간디자인 #6 맹그로브 

오랜만에 2박 3일 설레는 서울 출장이 잡혔습니다. 주로 호텔이나 생활 숙박시설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출장길에 머무르는 호텔도 신중하게 선택하게 됩니다. 눈여겨보았던 홍대의 L7을 가볼까, 라이즈 호텔에 가볼까 고민하다 이번엔 여행자의 마음 말고 서울 사는 직장인의 마음으로 출장을 다녀와보고자 '맹그로브'를 예약했어요. 맹그로브는 원래 코리빙 하우스로 계약자에 한하여 이용이 가능하지만 일부 객실은 저처럼 단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을 위해 오픈되어 있는 신설점, 동대문점이 있어서 저는 신설로 향했어요.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795



디자인으로 무장한 호텔형 임대주택

맹그로브는 도심의 호텔을 리모델링해 만든 호텔형 임대주택이에요. 제가 방문한 맹그로브 신설점도 과거 한 호텔이었을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어 규모적인 면에서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무드는 코리빙 '하우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포근하고 코지한 느낌일 것이라 상상했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라 놀라웠어요. 노출 콘크리트, 스틸, 아크릴 등 일반 숙박시설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소재들이었어요.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이 공간을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지게 하는 역할에는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있었습니다. 




맹그로브의 디자인은 독특한 서체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고 있어요. 이렇게 특이한 서체들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브랜딩보다는 단시간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포스터와 같은 매체에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맹그로브에는 그래픽적인 느낌이 강한 서체가 전제 브랜드 디자인에 적용이 되어 있습니다. 간판, 사이니지, 포스터, 굿즈, 심지어 안내문까지 말이죠. 


이렇게 다양한 곳에 화려한 서체가 사용되면 흔히 말하는 '정신 사나운 디자인'이 될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메인 서체의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이미지가 차가워보일 수 있는 공간에 활력을 주고 전체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하고 개성 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맹그로브의 무드


밋밋할 수 있는 벽을 감각있게 만드는 타이포그래피



또한 소화전이나 세탁기 안내문 같은 부분들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질문을 받기 쉬울 만큼 작고 사소한 부분이라 여기까지 타이포그래피가 침투(?)하고 있다는 걸 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가 감탄한 의외의 부분



맹그로브 건물 4층 공용 주방에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는 무인 스토어가 있는데 여기에는 맹그로브의 다양한 굿즈들도 함께 판매되고 있습니다. 생활에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코백, 머그컵, 휴지 외에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드는 동구밭의 제품들이 함께 판매되고 있어 맹그로브가 추구하는 건강한 주거와 커뮤니티에 대한 비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독특한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시선을 끄는 비비드 한 컬러로 제작된 맹그로브의 굿즈들은 맹그로브의 유연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었어요. 


 


1인 가구가 거주하는 형태는 드라마로 많이 봐왔던 하숙의 형태부터 원룸, 고시원과 같이 온전히 혼자 사는 형태로 변화하다 다시 함께 살되 독립된 공간을 보장받는 코리빙하우스로 진화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브랜드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디자인은 각 코리빙하우스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과 동시에 브랜드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거라 예상됩니다. 


맹그로브를 다녀오며 이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당연한 걸 잘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리빙하우스니까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을 잘 보여주는 따뜻하고 편안한 디자인을 해야지, 라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라 "이렇게 한번 멋지게 살아보면 어때요?"라고 넌지시 메시지를 던져볼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이 되어야겠다고 말이죠. 그동안 1인 가구의 삶에서 볼 수 없었던 낯선 호텔형 임대주택을 MZ세대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었던 묘수도 아마 이 '디자인'이 아니었을까요. 


피플의 [브랜디 디자이너가 바라본 공간 이야기]는 매주 월요일 연재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소년의 아름다움을 노년까지 이어가는 유산균 발효 식품 브랜드 소미노의 오프라인 팝업 이야기를 나누어볼게요! 그때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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