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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Nov 09. 2019

화내는 엄마, 눈치 보는 아이

아이에게 화가 날 때 기억해야 할 것-부모 편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어 혼을 냈어요. 저는 아이에게 화가 나면 말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꾸 아이가 제 눈치를 봐요. 엄마 화 안 났다고, 이제 괜찮다고 말해도 제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아이가 신경 쓰이고 또 속이 상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화가 나면 쉽게 풀리지 않아요. 가라앉히는데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아이가 제 눈치를 살피는 게 너무 속상하고 싫은데,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나서 아이들이 부모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기도 하고 괜히 아이 기가 죽을 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 것도 너무 힘이 들고, 그렇게 하려고 해도 마음처럼 잘 되지도 않는다.


감정을 속이고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자신의 감정대로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기쁜 일에도 무덤덤하게 반응하거나 슬픈 일에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내 몸에 축적되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이에게 “엄마 이제 괜찮아, 화 안 났어.”라고 말했지만

왜 아이는 계속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걸까?



말로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엄마의 눈빛과 태도 등 비언어 신호로는 ‘나 아직 화 안 풀렸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괜한 걱정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염려되어 ‘엄마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자신이 한 말처럼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그렇게 따라주지 않으니,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들었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엄마의 태도에서 보이는 메시지를 읽고 그에 반응하는 것이다.


화가 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화난 감정을 잘 숨겼다고 생각하지만 다 티가 난다.

분노는 밖으로 표출되려는 행동 경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꾸 상황을 추측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네가 아까 한 일 때문에 엄마가 화가 좀 났어. 너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하니 엄마 마음이 좀 놓여. 근데 엄마는 화가 나면 이게 풀리는 데 좀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야”

“네가 한 일은 이미 용서했어. 다만 내가 아까 놀라고 속상했던 감정이 아직 처리되지 않아서 그래. 엄마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게 풀릴 때까지 시간이 걸리거든. 그러니 좀 기다려 줄래?”


그래도 아이가 계속 눈치를 보는 행동이 마음에 걸린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네가 엄마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엄마가 좀 신경 쓰이고 걱정이 돼. 엄마가 힘낼 때까지 좀 기다려줘~”



우리가 걱정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엄마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을 엄마 마음속으로 해석하고 판단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좋다.


‘엄마가 아직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한다면,

‘화가 났지만 지금은 아니야. 화가 나면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 에너지가 없어서 그래. 휴대폰 배터리처럼 말이야. 그걸 충전하는 데 엄마는 시간이 좀 걸려. 그래서 그래~“


그리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면 아이에게 표현해주라.

“엄마 에너지 충전될 때까지 기다려 줘서 고마워.”



부모도 사람이다.

힘을 내기 위해서는 휴식과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채우는 급속 충전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훨씬 에너지를 회복하기가 수월할 것이다.(이 방법은 뒤에서 다룬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아이에게 나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하고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아이는 ‘내가 미워서 나한테 화가 나서 그런 거야’가 아니라 ‘엄마가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글쓴이: <오늘도 화내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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