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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l 13. 2023

창밖을 바라보며
결국엔 비가 그치길 빌었다.

전혀 이뤄질 것 같지 않는 소원을 빌고 꿈을 꾸는 일

길고 굵은 비가 거세게 오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예보에도 없던 비가 무섭게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는 굵고 길었으며, 한강과 부딪히는 비는 거세게 많은 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외투를 벗어 머리에 쓰고 달렸고, 많은 사람들이 처마 밑에서 옷에 있는 빗방울을 털어내고 있었다. 버스 안은 고요했지만, 사람들은 꽤 길게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창 밖을 보면서 오늘 밤에는 절대 그치지 않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내가 내릴 30분 후에는 잠깐이라도 그쳤으면 했다.


나 또한 아무렇지 않은 듯 있었지만, 속으로는 격렬하게 비가 그치길 기도하고 있었다. 혹시나 내가 집을 가는 잠시동안만 비가 그쳤다 내린다면, 하늘이 나를 돌봐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도저히 그칠 것 같지 않았지만, 평소라면 그런 기도는 하지도 않았지만, 그날만은 누군가 날 돌봐주고 있길 바라며 집을 무사히 가길 바랐다.


비는 계속 내렸고, 나는 결국 비를 맞으며 집을 갔다. 사실 정류장과 집이 멀지 않아, 조금 뛰면 금방 도착한다. 기도의 결과로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해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온 마음을 걸어보는 것은 왠지 재미있었다. 손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 괜스레 용감한 척 걸어보는 기도와 기대는 평소 하지 못한 의연함과 호연함을 발휘하기에 충분하다.


소원을 빌면서도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소원을 빌고 나아가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비가 그치고 말고에 적용할 말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도 적은 확률에 기대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으로 인해 걸어야 하는 비용이 크다면 망설이게 되겠지만, 그로 인한 결과를 간절히 원한다면 확률이 아닌 상황개선에 노력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작은 확률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한편으론 너무 어리게 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실패의 경험이 쌓인다는 것이고, 흉터가 남는다는 것이다. 어릴적 빌어본 소원과 꿈들의 좌절이 모여 어른을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산타할아버지는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비슷한 기적이나 기대 마저도 다시 불붙이기 어렵다. 청년시절 타올랐던 열정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있거니와,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겠지 푸념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일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은 빌어보자. 그렇게 비가 그치치 않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연락이 오기를, 누군가 나의 잘못을 받아주기를, 혹은 나의 실수가 아무런 탈 없이 지나가길. 뜨지 않을 것 같은 태양이 뜨고, 연락없던 친구가 연락이 오고, 가족의 병이 낫고, 그 시절 친구들이 다시 모이기를.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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