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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Dec 31. 2023

행복을 기대하길 바라봅니다.

'대학만 가면 행복해 질거야'

'취업만 하면 다 해결돼'

'결혼만 하면 더 안정적일 수 있을거야'


이런 말들에 크게 의미부여 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런 말을 들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말들은 행복에 대해 말할 때 나오지 않는다. 공부가 힘들고, 삶이 힘들고, 출퇴근이 고단할 때, 이것만 끝나면 좀 낫겠지, 하며 드는 생각의 일부이다. 비록, 지금 겪고 있는 나의 고난의 끝이 행복이라고 말 할 수 있지만, 그 행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드물다. 결국 나의 바람은 고난이 끝나는 것이었다.


고난의 끝은 행복이 될 수 있지만, 조금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의 행복이란 힘들지 않은 삶이던가. 고단하고 가난한 삶이 행복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우리의 행복에 관심이 없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나의 부족한 조건들을 봐주지 않는다. 누구를 탓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기에, 세상을 탓하는 것은 잠시 미뤄두자. 그렇다면, 나의 조건들을 바꾸는 노력을 하거나, 나의 조건들 안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할 듯 하다. 


나의 조건들을 바꾸는 노력을 하는 것이, 모든 고단과 고난의 시작인 듯 하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것. 지금의 상황들에 안주하지 않는 것. 나의 노력과 땀들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주 긴 시간동안 이 고단과 고난을 지속해 왔다. 행복은 언제 오는가. 나의 노력이 빛을 볼 수록, 다른 세상이 다가왔고, 나는 언제나 부족한 상황에 있었던 기억 뿐이다. 행복은 어떤 세상에 있는가. '신의 탑'을 떠올려보자. 내가 지금 탑을 오르고 있는 것이라면, 나의 행복은 몇 층에 있는가.


나는 포기가 빠른 사람이다. 어느 순간 행복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냥 이런게 나의 삶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의 조건들을 끊임없이 개선시켜 나갔지만, 이 끝에 나의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발버둥쳤던 이유는, 그저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남들보다 잘 살고 싶었다. 공부도 잘 하고 싶었고, 운동도 잘 하고 싶었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고 싶었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 나의 행복은 뒤쳐졌던 것 같다. 그렇게 지쳐버린 나의 육체와 정신이, 이제는 무기력하게 다음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이제는 뭘 더 잘해야겠냐고. 못하는 것을 못 참겠는데, 뭘 더 해볼 것이냐고. 그렇게 다음 계획을 세우고, 다른 목표를 세우는데, 더 이상 실행되어지지 않는다. 쉬기는 싫은데, 더 나아가야할 것 같은데, 30여년을 달려온 나의 머리와 육체가 더는 따라지질 않는다.


지쳤으니 쉬면 될 것이라는 말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동기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불태워진 동기들은 더 이상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것은 내가 어느 정도 이뤄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정말 나의 내면의 동기들이 다 타버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시점부터, 고생했으니 이제부터 행복하라고, 행복해도 되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응원을 받아도, 내 얘기 같질 않다.


2023년 초, 나는 그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않았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많았는데, 이룰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태워오던 에너지원은, 마치 석유처럼 내 내면을 오염시켰다. 이제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온 듯 하다. 그 에너지는 맑고 청정해야하며, 고갈되면 안된다. 운이 좋게도, 아직 여생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아닐수도 있지만.


이제, 행복을 기대하는 것을 연습해보려 합니다. 무슨 일을 하던지, 이것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도 된다고 믿어보려 합니다. 남들이 뭐라하건, 나의 행복은 나만의 모양이 있다고 생각해보려 합니다. 조금 힘들 때, 이것만 끝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바보같은 생각도,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향한 채찍을 내려두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그렇다해도 한동안은 힘들 것입니다. 여전히 뒤쳐져 있음에 속상하고, 나의 위치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숨 쉬듯 자책하는 일상이 지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채찍질 하는 행위 외에 모든 일 들을 외면하는 습관도 쉽게 버리진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글이 마쳐지는 순간부터는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뒤쳐져 있지만, 열심히 따라갈 나를 가련히 보지 않을 것입니다. 힘들다고 쉬는 순간들을 소중히 할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들을 자책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고쳐나갈 것입니다. 스스로 완벽해야 한다는 기만을 버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렇게 힘든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어보려고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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