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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깃 Jun 11. 2024

욕심만 많아요

뭐 이렇게 하는 건 많아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서 읽는 것이라고 했던가. 전에 산 책들도 아직 한 번 펴 보지도 못하고 깨끗한 상태로 쌓여있건만, 책을 또 샀다.


에세이를 써 보기로 마음먹고 나서 책방에 갈 때면 어쩐지 에세이집에 더 눈이 가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산 두 권의 책 제목에 모두 ‘사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안규철 작가의 ‘사물의 뒷모습’과 정영민 작가의 ‘고작이란 말을 붙이기엔 너무나 애틋한 사물들’. 한 권은 이제 막 마지막 장을 덮었고, 한 권은 아직 읽는 중이다. 


‘사물’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생활 속에서 늘 마주치는 친숙한 줄 알았던 사물을 대하는, 나와 다른 시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싶어서일까. 


음, 생각해 보니 에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이나 현상을 대하는 가지각색의 시선을 체험해 보는 기회라고나 할까. 아직은 글쓰기 쪼렙으로서 고수들로부터 일말의 힌트를 얻을 때도 가끔 있고.


같은 사물을 보고도 그렇게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다른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이 끝없이 글을 쓰고 읽게 되는 매력인 것 같다. 같은 글감을 가지고도 각자에게서 나오는 글은 프리즘을 통과한 형형색색의 무지갯빛, 그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을 느끼게 해 주지 않는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해 보자는 마음으로, 나도 한 번 글이라는 것을 써 보자고 결심했지만 아직은 기복이 너무 심한 편이다. 매번 다른 글감을 대하면서 어떤 날은 쉬이 글이 써지고, 어떤 날은 글감을 받은 순간부터 내내 초 난감함과 당황스러움, 자괴감 등등에 휩싸여 시간을 보내버리기도 한다. 


지난달부터는 몇 년 전 아동 미술 학원을 차린 친구에게 그림을 배우기로 했다. 오래전 다니던 회사에서 뛰쳐나와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을 때, 자기가 배우는 선생님에게 그림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유한 것도 그 친구다. 취미로 드로잉을 조금씩 하기는 하지만 너무 무대뽀로 낙서 수준에만 머무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기본기부터 다지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생각보다 진지하게 교육자 모드로 변신한 친구의 커리큘럼이 생각보다 빡빡하다. 난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고백할까, 잠깐 고민도 했지만, 내가 내뱉은 말의 무게를 어쩌면 나보다도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는 친구를 실망하게 할 수 없어 우선은 부족해도 열심히 따라가 보려고 한다. 오히려 내가 진지하게 임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될까 봐서 걱정이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만 많고, 제대로 할 수 있기는 한 건지, 언젠가 남들이 보기에도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을 목표로 조금씩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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