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의 기록 #6
어느새 열흘째 머물고 있는 도쿄,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이 도쿄는 대도시 중에서도 대도시다. 엄밀히 따지면 행정 구역상으로 ‘시'가 아니라 ‘도'라서 서울과 대등한 비교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뭐 이 나라 행정 구역 체계가 나에게는 너무나 복잡해서 아직도 이해는 되지 않는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문득 열어보는 구글맵에 뜨는 이동 시간, 아이폰 지갑을 뒤덮는 엄청난 교통비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딱 한 번 이용한 택시의 살인적인 요금을 보노라면 이 도시가 정말 거대하다는 것이 뼈저리게 실감 날 따름이다.
어떤 면에서는 서울과 같은 듯 다른 이 도시를 절대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또 여행하는 이유는 사실 딱히 없다. 가끔은 그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사실 자체, 이 공간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 낯섦이 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 건드리는 그 어떤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정체불명의 힘으로 자꾸만 끌어당긴다고 할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전시를 보고, 가끔 (대부분 눈으로만) 쇼핑도 하고, 공원에서 산책을 한다. 서울에서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일들을 굳이 이 가깝고도 먼 나라(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예부터 일본이라고 하면 꼭 이 수식어가 붙고는 했다)에 와서도 반복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여기는 서울의 어디와 비슷한 것 같다고 읊조릴 때도 있다. 하라주쿠 뒷골목을 거닐다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간 힙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볼빨간사춘기와 헤이즈, 아이유 노래가 연신 들리자, 여기가 연남동인가 했던 것처럼.
저녁에는 숙소 앞 편의점 혹은 마트에 들러 (그렇다. 방은 좁지만, 위치가 깡패다.) 결정 장애 돋게 하는 도시락 컬렉션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분명히 그날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광인처럼 주워 담는다. (과연 훌륭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편의점과 마트가 집 앞에 있다는 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엊그제는 로손 무인 계산대를 드디어 마스터했다. 마트 계산원이 봉투나 포인트 적립 필요하냐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물어도 눈치껏 대충 대답하고 셀프로 계산하고 자율 포장대도 능숙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내일 돌아가지만.
이제야 좀 익숙해진 것 같은, 마치 현지인처럼 전철을 타고, 무한정 걷고, 구경하고 즐기던 여행자의 신분은 내일 아침이면 박탈된다. 서울과 도쿄, 도쿄와 서울. 그저 각박할 것만 같은 이 대도시들을 탐험할 때도 문득 소도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광활한 오다이바를 한참 헤매 겨우 들어온 깔끔한 분위기의 카페, 젊은 여직원이 내가 주문한 카페라떼를 가져다주며 “편안한 시간 되세요.” 또박또박 말하고는 수줍은 미소를 남긴 이 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