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아이펫 동물병원 진료 에세이, 반려동물의 스케일링과 치아관리
난 치과가 무서웠다. 지금도 사실 무섭다. 치과 진료실 의자에 누워 머리 위로 비치는 환한 무영등을 바라볼 때, 진료 의자를 이토록 안락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마치 놀이동산 고속열차 안전바를 푹신푹신하게 만든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진료 시작 후, 내내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비명을 지르는 내가.. 난 늘 부끄러웠다. 그래도 진료받는 동안의 그 기계음은 너무나도 공포 요소가 다분하다. 실로 무서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치과진료는 굉장히 중요하다. 각종 만성 염증 중에서 가장 일반적이며, 만성 치과 질병(잇몸질환 등)을 가진 사람은 통계적으로 3년 정도 수명이 단축된다. 만성 염증에 따른 심혈관, 신장 기능 저하가 그 이유이다. 따라서 이를 올바르게 잘 닦는 관리 습관이 중요하다. 치료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 또한 치과질환의 특징이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치아는 생후 3 주령에 유치가 나기 시작하여, 이유기인 생후 7 주, 50 일 경에 유치가 완성이 되고 영구치로 교체된다. 영구치는 거의 만 1 년령쯤이면 자리를 잡고 이들 영구치를 평생 사용한다. 보통 1 년 생이 된 반려동물에서는 잔존 유치라고 하여, 송곳니 유치가 빠지지 않는 증상으로 가장 많이 내원한다. 7 년생 이후에는 치석으로 인한 구취, 잇몸출혈, 치은염(잇몸질환), 치주염(턱과 치아를 연결하는 뼈까지 염증이 있는 상태)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와 고양이 치과 진료는 대부분 중증 이상의 case가 내원한다.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기적으로 강아지의 치아관리를 해주시는 보호자분은 30% 내외이다. 그나마 치과 껌 등을 주시는 보호자가 그런 편이고, 직접 치아를 닦아주시는 분들은 더 적은 편이다. 그러니, 치료 또한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일례로 스케일링을 하다 보면 그냥 치아가 발치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스케일링을 하러 왔다가, 결국 치아를 거의 다 발치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도 반려동물에서는 치아가 없어도 소화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강아지 치아가 사람과 다른 게 대부분 뾰족산과 같은 형태이며, 사람처럼 꼭꼭 씹어 먹는 기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열육치(고기를 자르는 이빨)라고 하여 윗턱 4번째 작은 어금니와 아래턱의 1번째 큰 어금니가 개와 고양이의 치아들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치 가위의 양날처럼 기능을 하여 음식을 자르기 때문에 이들 치아는 가급적 보존을 해주는 편이다. 물론 치근 농양이라고 해서 윗턱 4번째 작은 어금니 뿌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발치하는 경우도 많다.
중증의 치과질환이 있는 반려동물 보호자들께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계시다.
-공통점 1. 부드러운 음식(삶은 탄수화물)을 자주 급여해주신다.
-공통점 2. 반려동물의 치아를 닦아주시는 습관이 없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관리해주시는 편이다.
-공통점 3. 본인의 반려동물의 나이가 노령이라, 전신마취 후 스케일링에 대한 염려가 크다.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 동물의 침 속에는 전분(녹말)류를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가 없다. 따라서 강아지가 쌀밥, 고구마, 감자 등의 전분류 음식물을 먹었을 때 치아 관리를 신경 써주지 않는다면 음식물이 치아에 붙거나, 치석을 키우게 하는 원인체가 되기 쉽다.
치아를 닦아주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실로 반려동물의 치약은 계면활성제나 불소, 자일리톨 등의 성분이 없기 때문에 먹어도 무방한 화학성분 류로 되어 있다. 과일 껍질, 파슬리, 계피 등으로 천연 치약을 만들 수도 있다. 치석을 녹여 감소시키려는 목적이 주다 보니, 그냥 깨끗한 손으로 반려동물용 치약을 소량 동물의 잇몸에 직접 발라주어도 된다. 굳이 칫솔질을 하면서 반려동물과 낑낑 씨름을 하고, 피를 보면서 이를 닦아주실 필요가 없는 거다.
<시계방향, 잇몸을 마사지하듯이 하는 반려동물의 치아관리>
물론 제대로 된 치아관리가 더욱 권장되나, 이는 총 4주 정도의 시간을 계획하시고 생후 4개월 때부터 시켜주시는 편이 좋다.
1주 차 : 치약에 대한 거부감 없애기 - 치약을 입 주위에 묻히고 반려동물이 스스로 핥아먹도록 한다.
2주 차 : 칫솔(또는 손가락 착용 칫솔) 적응 - 칫솔을 물고 놀게 하거나 입 근처 대고 잘 적응하면 간식을 준다.
3주 차 : 치약을 묻힌 칫솔 적응시키기
4주 차 : 구강 내로 치약을 묻힌 칫솔 도구를 넣고 이를 닦아본다. 절대 잇몸에서 피가 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치석이 많이 생겼다면, 결국 병원 진료를 선택하셔야 한다. 보호자 분들께서 가장 염려하시는 것은 마취다. 대다수의 내원 환자가 노령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마취는 결국 올바르게 흡수, 분포되어 간에서 대사되어, 신장으로 약물이 잘 배설되는 것을 확인해보는 '마취 전 검사'를 실시한 다음에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반려동물의 간과 신장의 기능 평가가 이상이 없다면 마취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능평가에서 문제가 확인된다며 적극적인 간과 신장의 내과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즉, 건강한 상태의 반려동물에서는 마취가 문제 되지 않으므로 치아 건강을 생각해서라고 심한 악취성 구취가 나거나 잇몸의 출혈, 심한 치석으로 고생하는 반려동물은하루라도 빨리 스케일링을 받도록 권하고 싶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가장 많이 감염되는 질병이 치과질환이다. 구강 내 치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이 반려동물과의 접촉으로 옮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아 관리나, 치과 치료를 꼭 당부드리고 싶다.
<반려동물의 스케일링은 만족도가 높다. 스케일링 전후의 사진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