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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의사권선생 Aug 31. 2017

E11. 반려동물의 여름 질병, 곰팡이 피부병

닥터 아이펫 동물병원 진료 에세이. 곰팡이 피부병

올해 여름은 유난히 비가 왔다. 우산을 쓰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어떤 날은 흠뻑 젖어 귀가하기도 했다. 굳이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비 맞으면서 걷는 게 좋았다. 비 오는 날 올려다보는 하늘이란.. 마치 나를 정화해주는 존재를 보는 기분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유독 한가한 여름을 보냈다. 보통 여름에는 정신없을 정도로 바쁜데 이상할 정도로 한가했고, 보통 느낌으로도 '어 이게 아닌데..' 싶었다. 그런 느낌을 받은 날은 꼭 빗 속을 헤치며 전철역과 집으로 뛰어다녔다. '혹시나?..'가 '역시나!..'란 말이 따로 없을 정도로...


한 종편 프로에서 '탐욕의 동물병원, 월 1억을 번다.' 란 방송을 하던데 '설마..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돈 많이 버는 원장님도 있구나... 나는 뭐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여담이지만, 저 탐사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아마 수의계 내에서 해당 원장님들의 처분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원장님은 저렇지 않으니 오해는 안 하셨으면 한다. ㅜㅠ


아무튼 이번 여름에는 날씨 탓인지 보호자님들께선 곰팡이 질병으로 가장 많이 내원하셨다. 습기로 인한 질병이다 보니 참 원인을 알면서도 예방이 힘들고 관리도 만만치 않아 고생스러웠다. 천편일률적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도 아니기에 개별적으로 경중을 따지느라 신경도 많이 썼다. 하루 평균 진료 20건 중에 30프로는 관련 질병이었다.


곰팡이 질병 증상은 아래 사진들처럼 타원형의 탈모를 동반한 붉은 반점 피부염, 발가락 사이의 습진, 외이염 등이 대표적이다. 나이가 많이 들거나 면역력이 약한 개체에서는 기관지, 안면부 눈 주위에도 곰팡이성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급성 간염, 간경화가 유발된 개체에서는 급격하게 곰팡이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우드램프나 DTM로 검사-진단하고, 결과를 반영하여 내복약을 결정한다. 물론 상태가 너무나도 심한 상태에서 내원했을 때는 내복약을 검사 결과 전 처방하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 곰팡이 질병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서 최악의 상황으로 온 경우도 있었다. 곰팡이 피부염에 스테로이드 연고는 쥐약이다. 면역력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를 곰팡이 병변에 직접 도포하면, 곰팡이 균 입장에서는 천국과도 같은 환경에서 살게 된다.


nail bed라고 발톱과 발이 연결된 부위가 있다. 이 곳에서 곰팡이 균이 많이 자라는 편인데 발톱에 찐득찐득하게 붙어 있는 편이다. 이를 채취하여 곰팡이 검사를 하면 시간이 경과될수록 배지가 붉은색으로 변화하며 양성반응이 나온다. 이 부위에 대한 청결 관리를 조언드리고 싶다.


곰팡이 피부병을 예방 관리하는 법은 간단하다.

1. 깨끗이 씻기는 것보다 깔끔히 말려주기

2. 비 오는 날에는 절대 목욕하지 말기

3. 조기에 치료받기


곰팡이 치료제는 간에 주는 부담이 심하다. 따라서 조기치료로써 외용제를 추천드리고, 증상에 따라 약물을 단계적으로 복용하길 권한다.


어제부터 선선해졌다. 요즘 들어 익숙해진 우엉차 향기가 더 구수하다. 이제 조금은 더 따뜻하게 즐겨도 될 듯하다. 이렇게 여름은 지나가는구나 싶다.


곰팡아 내년에는 좀 적당히 해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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