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기대지 않는법
[오늘의 추천 음악] Erik Satie – Gymnopédie No.1
by
글다뮤
Jan 17. 2026
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 삶이 화자처럼
관계에 기대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조르바 곁에서 변화해 가는 화자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삶을 보고
자신의 조심스럽고 합리적인인 삶을 안전한 감옥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화자가 느꼈을 변화는
내 안에서 이런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나는 내 삶이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오랫동안 안전한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안전함에서 벗어나,
조르바처럼 삶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지고 싶어졌다.”
“나는 더 이상 안전한 것들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한문장으로 정리하며 문득 알게 되었다.
관계에 기대지 않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일이 아니라,
비로소
내 삶의 무게를 내가 감당하겠다는 선택
이라는 것을.
그리스인 조르바의 화자는
처음부터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늘 생각했고, 의미를 붙잡았으며
관계 속에서도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을
하나의 안전장치처럼 여겼다.
조르바는 그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설명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그는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삶을 온몸으로 살아낸다.
화자는 그 곁에서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계에 기대어 있던 자신의 삶이
어쩌면 스스로를 더 약하게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처음으로 의심하게 된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 화자와 많이 닮아 있었다.
사람과의 거리감에 서툴렀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상대가 바라는 모습에 나를 맞추며 살아왔다.
그렇게 하면
관계가 조금 더 단단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건 친밀함이 아니라
과도한 의지
에 가까웠다.
타인의 반응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하루의 기운이 푹 꺼지곤 했다.
관계 속에서
나는 나를 너무 많이 내주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 마음의 기둥은 결국 내가 세워야 하는 거구나.”
그 이후로 나는
모든 관계를 붙잡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반응 앞에서
나를 설명하려 애쓰지 않고,
무심함을 나의 가치로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을 때
비로소 보이는 균형이 있었다.
관계의 크기보다
내 안의 중심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조르바는 자유를 본능처럼 살았고,
화자는 그 자유를 천천히 배워갔다.
그리고 나는
그 화자보다 조금 늦게
그 배움을 내 삶에 들여놓았다.
이제 나는
관계에서 힘을 빼는 연습을 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는
말을 보태지 않고,
붙잡지 않아도 될 인연 앞에서는
조용히 한 발 물러선다.
나이가 든다는 건
고독을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경계가 되어 준다.
관계에 기대지 않는다는 건
혼자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비로소
나로 서겠다는 선택
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오늘의 추천 음악] Erik Satie – Gymnopédie No.1
관계에서 한 발 물러섰을 때 찾아오는 고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럴 수 있지” 하고 지나칠 수 있는
마음의 속도와 닮아 있다.
이 음악이 흐르는 동안만큼은
그저 나로 서 있는 상태,
그것이면 충분하다.
https://youtu.be/eMnxjdGTK4w?si=pJgEJ5JhLay-iA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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